병윤이가 편도 수술을 받은지 일주일째다.
2주간은 부드러운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래서 주로 흰죽, 우유, 계란등 상처를 건드리지 않고 넘어 가는것을 먹는다.
그런데 이틀만에 흰죽에 물려 버렸다.
굶으면 굶었지 먹기 싫은건 못 먹는 식성인데 한 두끼니도 아니고
대체할것이 없으니 할 수 없이 먹는다.
’울며 죽 먹기!’다.
한정된 재료로 먹을 수 있도록 이렇게 저렇게 신경을 쓴다.
먹는것도 그렇고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으니 학교는 못 간다.
이틀쯤 좋아라 하더니 학교가고 싶다고 한다.ㅎ
지유와 둘이서만 보낼때 보다 한놈이 더 있으니 일도 많다.
며느리가 저녁에 학교도 가고 상가집에 갈일도 생기고 이런 저런일로 매일 늦게 들어 왔다.
내가 쉬어야 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어쨋든 나는 편한 잠자리에서 잘 만큼 자야 기운을 차리는데 말이다.
그러다 오줌소태가 왔다. 기분 나쁜 통증이다.
당장 병원에 갔다.
의사는 주사 한대와 약을 처방해 주고 소변검사를 하랜다.
’물을 많이 마시세요.’ 란 말뿐 참 멋대가리 없는 의사다.
처방전을 들고 약국엘 갔더니 나이 많은 여약사가 더 자세히 이야기해 준다.
’이 약 복용한적 있어요?’
’아니요, 처음이에요.’
소변을 참지 말고, 물을 많이 마시란다.
피곤해도 올 수 있고 기력이 약해도 올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잘 먹고 많이 쉬어야 한다고 한다.
울컥, 나이 많은 약사가 고맙다.
나이는 그냥 먹는게 아닌 것이다.
약을 기다리며 잠시 생각을 한다.
내 지나온 세월은 고된 시집살이 같다.
실재로 30년 넘게 시집살이를 하기도 했지만 그 전에도 그 후에도
거의 비슷한 삶이었다.
나는 일이란걸 별로 무서워 하지도 않고 일에 대해 꾀도 부려 본적이 없는듯 하다.
내 몸에는 일이 배어 있는것 같다.
몸이 약하고 자주 아프면 일을 하고 싶어도 못 했을텐데
이 나이가 되도록 한번도 입원해 본적도 없고 간단한 수술도 받은적도 없다.
아! 그러면 나란 여자 억척스럽고 용감하게 생겼구나 하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자그마한데 당돌하기는 하다.
어렸을때는 암팡지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몸 보다 마음 앓이를 많이 했는데 몸이 잘 지탱해 주었다.
그러나 수 많은 마음의 아픔을 격으면서도 굳굳하게 버텨주던
내 몸이 이제는 아프댄다.
마음 보다 몸이 더 아프댄다
산고수장
2016년 5월 16일 at 7:29 오전
오래만에 와서 댓글을 씁니다.
자식이 바르게 살아는것 도와 주는것은
해도 해도 즐겁지요.
그러나 무리 하시지는 마세요.
의사들 의술보다 인간학을 먼저 배워야 하는데
저도 이번에 아플때 고약한 의사가
주치의가 되어서 고생을 하고있지요.
빨리 회복되시기 바랍니다.
해연
2016년 5월 16일 at 10:26 오후
아들네 사는 모습, 아이들 크는 모습 보면서 참 흐뭇하고 즐겁습니다.
몸이 안 따라 주는게 안타갑지만요.ㅎㅎ
제 주치의는 멋대가리 없이 무뚝뚝하기는 하지만
정직한 의사에요.
평상시 약을 잘 안 먹어서인지 약발이 잘 받아서 한 이틀 먹으니 괜찮은데
만약을 위해서 좀 더 먹으라네요.
지금은 괜찮습니다.
두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데레사
2016년 5월 16일 at 8:09 오전
아플 때도 되었어요.
그간 많이 일했으니 나도 좀 쉬게 해다오 하는 신호라고
여기세요.
나도 마음이 많이 울적하고 때로는 서럽기도 하지만
자꾸 다잡습니다. 나이드는게 이런거라고 하면서요.
해연님. 우리 힘내요.
해연
2016년 5월 16일 at 10:17 오후
몸을 너무 험하게 써 먹어서 몸에게 미안하기도 해요.
좀 미련스럽게 산것 같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제야 어째겠어요.
그냥 저냥 달래며 살아야지요.ㅎㅎ
데레사님은 수술을 하셔야 하기 때문에 여러 생각이 드실 거에요.
잘 견디실거에요. 데레사님은…^^
힘내시구요. 응원 보내드립니다.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