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해’에 가고 싶었던 것은 ‘가천다랭이 논’ 과 ‘보리암’ 때문이다.
기도빨이 쎄다는 보리암은 내가 불자가 아니고 보니 기도 드리러 가는 것은 아니고
보리암 절벽에서 내려다 보는 바다가 대단히 아름답다고 해서
바다라면 무조건 좋은 나는 남해안의 바다를 이왕이면 그곳에서 보고 싶었거든…
동생과 의기투합해서,
벼르고 별러서
여행사에 예약을 하고 떠나는 날
나는 아직 몸이 불편했지만
‘휠링을 하고 오면 몸이 거뜬해 질꺼야!’ 기대를 하고 떠났다.
1박 2일
첫날은 날이 좋았다.
이튿날, 보리암 가는 날,
가이드는 사람이 붐빌거라고 예정 시간 보다 한시간을 일찍 떠나자고 했다.
숙소에서 나서니 안개가 발길에 채일것 같다.
산으로 올라가니 안게는 더 두터워졌다.
새벽에 떠나는게 아니었다.
안개란 햇살 퍼지면 사라지는데…
가이드는 지 편한대로, 또는 일정을 빨리 끝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쨋든 ‘아침 안개 눈 앞 가리듯…’ 이 노래를 흥얼 거리며 안개 속을 걸었다.
손자가 병윤이 하나였을때
아들은 주산지의 아침 물안개 보러 가자며
마누라와 아들과 에미를 태우고 오밤중에 서울을 떠났다.
서울을 벗어나 한참을 가다보니 하늘에 별이 총총히 박혀 있다.
‘별이 사라진줄 알았는데 아직 있네!’
별 없는 서울 하늘 아래서 살다보니 이런 감탄사도 나온다.
그러나 정작 주산지에 도착했을때는 안개는 실오라기 만큼도 없었다.
간 밤에 바람이 불었댄다.
다만 가을 가뭄으로 반쯤 물에 잠겨 있어야 할 왕버드나무가
아랫도리를 다 내놓고 음흉한 늙은이 처럼 서 있었다.
만약 그 날 물안개가 끼었더라면
그 부끄러운 모습을 안개가 다 가리워 주었을텐데...
이렇게 안개는 내 인생살이가 그랬듯 내게 뒤바껴 왔다.
있어야 할 곳, 없었으면 한 곳,
그래도 혹시 바다가 보일까!
내려가고, 내려가다 만난 바위 절벽
바위가 구멍이 났다.
구멍으로 보이는 저쪽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웠는데
여전히 바다는 안 보였다.
그만 발길을 돌렸다.
많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