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 앨봄 장편소설
윤정숙 옮김
arte 펴냄
이 소설에서 화자는 음악이다.
음악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나는 음악이에요.
나는 프랭키 프레스트의 영혼을 위해 여기 왔어요.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그가 세상에 나오면서 내게서 떼어간 꽤 커다란 재능을 찾으러 왔죠.
나는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대여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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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처음 듣는 멜로디에 흘긋 고개를 들거나 드럼 소리에
발을 두드리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모든 사람은 음악적이죠.
아니면 왜 신이 뛰는 심장을 주었겠어요?
이야기는 전설의 기타리스트라고 일컬어 지는 프랭키 프레스트의
장례식장에서 시작 된다.
그 자리에는 그의 제자들과 그의 죽음의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명한 뮤지션도 있다.
다큐를 보는듯이 프랭키와 함께 활동했던 뮤지션이나 작사 작곡가들에게
프랭키의 대한 인터뷰를 하는 부분도 많아서 마치 푸랭키가 실재했던 인물 처럼
느껴지게 리얼하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어느 밴드에든 들어가죠.
여러분은 여러분의 첫 밴드 틈에서 태어나죠.
여러분의 어머니가 큰 역할을 해요.
그녀는 여러분의 아버지 그리고 형제자매들과 무대를 함께하죠.
아니면 여러분의 아버지는 조명 아래 비어 있는 의자처럼 안 계실지도 몰라요.
그래도 그는 밴드의 설립 멤버에요.
어느 날 그가 나타나면 그의 자리를 내주어야 하죠.
이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자주 나오는 내용이 있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어느 밴드에든 들어간다.’ 는것
그리고 여섯줄의 기타줄
이 기타줄은 사람을 살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줄이기도 하다.
프랭키의 어머니 카르멘시타에게 짚시 남자가 준 것이고 프랭키의 아버지인
마에스트로(프랭키의 기타 선생님)가 간직하다가 프랭키가 갖게 되는데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부자간인 것을 모르고 살았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손길.
헤어짐과 만남의 일들이 마치 누구의 손길에 의해 움직인다는 느낌
마치 수호신 처럼 프랭키를 지켜주는 ‘조세파’
카르멘시타에게 여섯줄의 기타 줄을 준 집시의 딸이다.
프랭키를 해산하다 죽어가는 카르멘시타에게 ‘내 아이를 살려주세요.’ 란 부탁을 받지만
16살의 고아 같은 ‘조세파’가 감당할 수는 없었다.
프랭키를 기르지 못하고 버렸다는 죄책감 때문에 평생을 프랭키의 수호신이 되어
속죄의 삶을 사는 모습은 눈물겹다.
조세파는 음악과 함께 이 긴 이야기를 이어가는 이음줄이다.
558페이지의 두꺼운 내용 중에서 나는 사랑을 이야기 하고 싶다.
이 책은 음악과 사랑이 엮어 내는 이름다운 이야기다.
세상의 온 갖 더러운 것들을 사랑으로 덮어 버리는 미치 앨봄의 마술같은
문장들이 잔잔하고 평화로워서 읽는 동안 내내 행복했다.
프랭키는 어린 시절(유년) 오로라와 사랑에 빠졌고 평생 그 누구도 그녀만큼
사랑한 적이 없었어요. 간단하죠. 그는 오로라를 생각했고 찾아다녔어요.
그리고 그녀를 잃으면 또다시 찾아 나섰어요. 스페인의 숲 속에서 처음 만나
우드스탁 음악축제에서 운명의 밤을 맞기까지 두 사람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었죠.
하지만 모든 사랑 이야기는 교향곡이에요.
교향곡과 마찬가지로 사랑은 네 악장으로 이루어져요.
알레그로. 빠르고 힘찬 시작 부분
아다지오. 조용하고 느린 부분
미뉴에트/스케르초. 4분의 3박자의 짧은 춤곡.
론도. 반복되는 주제의 다양한 악절.
나는 언제나 프랭키와 오로라가 어느 악장을 향해 나아가는지 알았어요.
프랭키의 음악적 재능을 생각하면 당연히 저 구성을 따라갔겠죠?
아다지오 부분에서는 오로라가 프랭키를 떠난다.
프랭키는 인기 절정에 이르고 오로라는 그의 마음속에 자기만 있는것이
아니란걸 알게된다. 오로라가 떠난후 프랭키는 여배우와 결혼까지 하지만
금방 파경에 이른다.
미뉴에트 부분에서는 ‘여배우랑 끝났어?’ 하면서 오로라가 돌아온다.
”서류상으로도 끝났어?”
”응.”
”그럼 이제 우리 결혼할 수 있는 거야?”
”네가 원한다면.”
”정식으로?”
”정식으로.”
”확인하러 왔어.”
그후로는 론도
유년의 시절 스페인의 숲속에서 만나 우여곡절을 격으며 사랑을 이어가는
아름답고도 슬프기도 한 사랑이야기다.
프랭키가 먼저 간 오로라를 위해 마지막 연주를 끝냈을때
마지막 남은 여섯번째 기타줄이 빛을 발하고
원한것도 아닌데 자기 인생에 일일히 간섭했던 조세파가 절대로 용서가 안 되었음에도
그녀도 용서하고…
어둠 속에서 프랭키는 자신의 힘과 걱정거리가 모두 사라지고 마치 누군가가
이 세상의 무거움에서 플로그를 빼준 것처럼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끼며
프랭키의 교향곡이 끝났다.
어린 시절 부자지간이지만 사제지간으로 만난
프랭키와 마에스트로와의 대화중
”마에스트로,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드세요?”
”음악에 대한 질문이 아니잖아.”
”슬퍼서 그러세요. 마에스트로?”
”음악에 대해서만 물으래도.”
”저도 가끔씩 슬퍼요.”
”연습은 더 많이 하고 말은 더 적게 하면 행복해질 거다.”
”네. 마에스트로.”
이들에게 슬픔을 이기는 방법은 음악이다.
아버지와 아들이란 사실을 알았다면 행복했을텐데
마에스트로는 프랭키에게 아르페지오 주법으로 연습을 시킨다.
아마도 프란체스코 타레가의 ‘아람브라궁전의 추억’을 염두에 두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 슬픔을 바탕으로 한 섬세함과 떨림
소설 속의 타레가와 프랭키는 한 고장 사람이다.
타레가를 염두에 둔게 분명한것 같다.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즈등 당시의 쟁쟁한 가수들과 자연스럽게
섞어가며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오로지 음악으로 혼신을 다해
세상을 살고간 프랭키 프로스트라는 가공인물이 꼭 실존했던 사람같이
느껴지는 것은 작가에 마술에 걸려든 느낌이었다.
내가 지금은 아이 때문에 손을 놓고 있지만 다시 우쿠렐레를 연습할 수 있게 되면
아르페지오로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언감생심 ‘아람브라의 궁전’은 못하더라도 ‘마법의 성’은 연주하고 싶다.
아르페지오로…
이 글에서 인터뷰에 응한 뮤지션 몇명을 검색해 보았더니
정말 실재 인물이다.
아직도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일일히 그들과 인터뷰했고 책에 포함시키는 것을 허락 받았다고 한다.
마커스 벨그레이브
마커스 벨그레이브와 오중주단과 레이 찰스 밴드의 재즈 트럼벳 주자
매코이 타이너, 디지 길레스피, 엘라 피츠제랄드의 연주자.
폴 스탠리
기타리스트 겸 가수, 키스 원년 멤버
버트 바카라
작사 작곡가
잉그리드 마이클슨
싱어송라이터
존 피자렐리
재즈 기타리스트.
10여년전 자라섬 재즈 축제에도 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