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처와 아이넷을 데리고 제주로 여름 휴가를 떠났다.
(나는 어느새 피보호자가 되었다.ㅎㅎ)
6명의 이동이 만만찮다.
서울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비행기가 비구름대를 뚫고 비상하였다.
하얀 뭉게구름과 강열한 태양이 빛나고 있는 세계가 펼쳐저 있다.
바로 아래 세상에는 비가 오고 있다는게 믿기지 않을 지경이다.
제주는 비는 그쳤지만 검은 구름과 뿌연 안개에 덮혀 몽환적(?)이다.
어쨋든 비가 안 와서 얼마나 좋은지…
렌트한 차를 타고 제일 먼저 점심을 먹으러 간다.
전에는 보말국을 먹으러 비좁은 골목을 헤집고 갔는데
오늘은 제주식 육계장이다.
아주 부드럽고 담백했다.
내 입맛에도 딱 맞았다.
아들은 제주를 좋아한다. 나도 물론!
외국 나가는것이 아니라면 아들의 휴가지는 언제나 제주다.
비용 때문에 자주 못가는게 아쉬움이지만…..
그리고 제주의 토색 음식을 먹어 보는게 취미이기도 하다.
어느해 성산포 바닷가에서 통조개와 문어를 듬뿍 넣고 끓인 라면을 먹어 봤는데
시원하고 달작지근하고… 지금도 생각하면 입에 침이 고인다.
그 다음에 한 일은 시장 보는 일
동문시장에 둘러 4박5일 먹거리를 샀다.
집을 떠날때는 아침은 빵이나 우유로 때우고 점심과 저녁은 외식을 할 계획이었다.
좀 편하자는 의도였었는데 첫번째 들어간 식당에서
지유가 띵깡을 엄청 부리는 바람에 숙소에서 해먹는걸로 계획을 바꿨다.
제주시에서 한경면에 있는 숙소로 간다.
아들은 해안길을 천천히 운전하고 아직 검은 구름이 걷히지 않은 하늘과 검푸른
바다는 전에 보여 주지 않던 또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한경면 농가에 있는 숙소, 대문의 비밀번호만 문자로 알려주고 쥔장은 얼굴도 못 보았다.
지난 겨울 형제들과 묵었던 독채 팬션도 그랬는데 독채였을 경우는 그런가 보다.
어쨋든 내집 처럼 문 열고 들어 갔다.
낮은 돌담과 동백나무 단풍나무등이 울타리가 되었고 역시 벽이 검은 현무암인 아담한
집이 그림 같이 예쁘다.
또 내집 처럼 현관문을 열고 들어 가고…
며느리는 거실의 디자인이 맘에 든다고 흥분하고
해윤이 년은 다락방이 있다고 팔짝 팔짝 뛴다.
모두 널찍 널찍했다. 침대가 있는방이 2, 두꺼운 보료가 있는 방이 하나,
그래서 자연스럽게 더블 침대가 있는 방은 아들 며느리 2층 침대가 있는 방은
병윤이 해윤이, 이 남매는 서로 2층에서 자겠다고 싸움질을 하고…
애비가 공평하게 2번씩 교대로 자기로 판결을 내려 주었다.
그리고 침대에서 떨어져 쇠골이 뿌러졌던 전적이 있는 지유와 내가 보료가 있는방.
아이 때문에 할미가 잠도 잘 못 잤을거란 우려는 없었다.
지유쨔식. 할미보다 1시간 먼저 자고 할미보다 1시간 늦게 일어 났다.
끌려 다니느라고 힘이 들었는지 중간에 깨지도 않았다.ㅎ
그 날밤.
아이들이 잠든뒤 아들과 며느리와 나는
낮에 동문시장에서 사온 싱싱한 전복을 안주로 와인과 쐬주를 마셨다.
창문으로 달이 떠 있는 것이 보였다.
날이 개이고 있다.
스며드는 앨콜기로 내몸은 조금씩 나른해 지고
먼저 일어나 깊이 잠들어 있는 지유 옆에 눕는다.
아들과 며느리의 웃음 소리가 높아지고…
창문으로 달빛이 들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