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azz와 함께 춤을…

Olivier에게서연락이왔다.

자신이연주하는재즈음악을들으러

오지않겠느냐고…

요즘들어나와다른세계의사람들에게

관심이간다.공자식발상으로는

딴따라세계,한번가보고싶어졌다.

비밀스럽게지하로이어져내려가는

계단을밟고내려가니….

거기,또다른세계가펼쳐져있다.

음악과춤!

음악에맞추어몸을흔들고있는

사람들..

배가불뚝나온대머리아저씨가마이크를들고재즈음악을노래한다.

피아노,첼로,그리고드럼….

그앞으로재즈춤을추는사람들….

조그만엉덩이를오른쪽,왼쪽으로잽싸게흔들며이쁘게춤을추는프랑스여자,움직이는발길이무척가볍다.

짙은눈썹의마치염라대왕의얼굴을닮은아저씨,춤을잘춘다.발길하나하나가세련되어있다.

표정들은하나같이춤에도취되어있다.

그래!어쩌면또다른道의경지일지도몰라.

어머!저기머리가하얀할아버지,조그만체구에분홍색셔츠와멜빵바지가어찌저리귀여우실까!ㅎ

매동작마다발하나를뒤로살포시갖다대는동작도귀엽다.

손녀같은소녀의파트너가되어즐겁게뛰시는모양이마치소년같네요!

어머!할머니!

금발의할머니!

너무하셨어.

가슴을드러낸것은좋지만

주름살이너무많아서흉하쟎아요.

모두들춤에취하고흥에취해서

온통땀으로범벅을이루고있지만

또하나의성스러운경지이다.

아름답다!

아!나도재즈무용을배울까보다.

의붓아버지의 여인

작은규모의세느강유람선

미레이는65세이다.

할머니의나이지만그녀는상당히적극적으로즐기는삶을산다.

결혼해서아들하나딸하나를낳았지만40살때남편에게이혼을요구했다.

글쎄,그남편과의삶이너무지겨워서살이빼빼마르는지경에이르렀단다.

그녀가숭배하는사람은그녀의어머니,오래전에고인이되셨지만미레이는아직도어머니를

못잊어한다.그녀에게는현재89세된의붓아버지가살아계시다.

그러니까그녀의어머니가재혼을했던남자이다.

그녀의의붓아버지는그녀의어머니를무척사랑했었다고한다.

불행하게도어머니는오래전에돌아가셔서의붓아버지는한동안우울증에까지빠지셨었단다.

그리고69세가되시던해에68세의과부가된할머니를만나셔서같이살기시작했는데

얼마전부터의붓아버지의여자가된그할머니가치매증세를보인단다.

그할머니는올해88세.

의붓아버지가미레이를이뻐하셔서할아버지의상속녀를미레이로정해놓았기때문에

의붓아버지의여자인그할머니는늘미레이를헐뜯는다고했다.

고령의연세에도불구하시고그녀의의붓아버지는대부분의요리와집안일을손수하시기때문에

그의여자인할머니는아무것도하지않고주로침대에누워계신다고했다.

오래전부터미레이의불만은거기에있었다.

고령의의붓아버지가왜?늙은나이에늙은할머니수반을들어야하는가였다.

그런데이제는한수더떠서그할머니치매에까지걸렸으니

미레이는의붓아버지에게그할머니를병원에보내라고안달이다.

할아버지는오랫동안자신의동반자인그할머니를편들어왔었다.

도무지이해되지않는관계였다.

69세에만나서89세가되기까지손수밥을해서수발하는할아버지,

자신의의붓아버지가손해보는것같아서안달하는미레이,

병원에입원하면할아버지가퇴원시켜서간호하곤했는데

그때마다미레이는그할머니를병원에놓아두지않는다고닥달이었다.

나에겐신기하기만한이야기,

미레이의나이도내겐신기한데

그녀는마치자신이젊은사람인양

의붓아버지와그여자에대해이야기한다.

아마도이곳이프랑스이기때문에볼수있는풍경인가보다.

까마귀의 횡포

레바논할머니가놓아둔캔을먹고있는집없는고양이

아침이른시간,강둑위로비둘기들의찢어진날개들이피묻은채로이리저리뒹굴고있었다.

얼른새들을사랑하는비둘기할머니가생각났다.

어느변사또같은못된프랑스사람이이런짓을한것은아닐까하고가슴속이붉으락푸르락

하고있는데마침그할머니를마주쳤다.

뒹굴고있는비둘기들의찢겨진날개를손가락으로가르치며내가할머니에게고자질하자,

할머니께서말씀하신다.그것은못된까마귀의소행이라고…

가끔배가고프면까마귀는비둘기의목을싹둑잘라서먹는단다.

으스스한기가돌았다.

목을싹둑자른다니…

그래서할머니께서일부러까마귀먹으라고할머니집에서돌보는병든비둘기가낳은알들을

아침마다까마귀에게갖다바친단다.배가부르면그런짓을하지않으려니하고.

그러고보면정말동물의세계는잔인하다.

배가고픈힘있는동물에게잡아먹혀야하는힘없는동물들….

그렇지!그것이동물세계의법칙이라면비둘기를유일하게보호할수있는방법은

힘센까마귀의먹이를제공하는방법밖에없는것이다.

어느 비 개인 날

느닷없이폭우가내렸다.

힘차고굵은빗줄기가장대처럼쏟아져내렸다.

그리고…

언제비가내렸냐는듯이날이개였다.

멀리노틀담성당위로구름이마치태양처럼나래를편다.

한차례폭우가지나가고난자리는깔끔하게다듬어졌다.

건물도차도그리고사람들도깨끗이정화가되어있다.

아름다운여름의시작이다.

어떤 남자의 幸福

식당엔15명정도모여있었다.

대부분이프랑스남자들이었고아프리카처녀아이가한명있었다.

20살쯤되었을까?.

자기나라의대통령관저까지들먹이면서무슨협회를조직할계획이라나..후훗

내친구M이나를소개했다.

소르본느대학을언급했고독특한나름대로의철학을지닌한국여자라고…

그러고보니모인얼굴들이모두옛날에본얼굴들이다.

몇년전이었지.그때도M이나를이모임에불러들였었다.

그땐,그남자들의얼굴들이마치늑대들의그것처럼느껴졌었다.

왜?그랬는진모르겠지만난,엄청스트레스를받고물어보는질문마다못되게받아쳤었다.

늑대들의눈처럼그들의눈이이글거린다고느꼈었었다.

오늘은여름에알프스에서모임을갖기위한회의를한다고했다.

내앞에자리한대머리남자가말했다.한때소르본느대학에서학생들을위한주치의를했었노라고..

대머리에파란눈인데색깔이옅어서이쁘지않은눈이었다.

그러고보니몇년전그때에도이남자가나에게엄청말을걸어서귀찮게했던기억이희미하게다가온다.

왠지그때보다좀참아내기가쉬워진것같다.

소르본느대학에이쁜여학생들많은데왜?거기서한여자찾지않았냐고심술궂은질문을할려다말았다.

조용히숨어서사는것이가장행복할수있는길이라는내말에건너편오른쪽에앉아있던나이든프랑스여자가

나를유심히바라본다.

내왼쪽옆으로는젊은프랑스커플이새로찾은직장에대해서열심히이야기하고있다.

24살의남자가공항면세점일본인상점에취직이되었는데보수가2000유로라나?

여자친구는채식주의자란다.

밤10시쯤되었을까?

바로내앞에앉아있던옅은푸른색눈을가진대머리남자가가겠다고일어섰다.

일어서서나간줄알았더니다시들어온다.그리고내옆에서서행복하다고.행복하다고말한다.

무엇이그를행복하게했던것일까?

전쟁의 상흔

터키커피요?좋죠.

그녀가일어섰다.

부엌으로향하는그녀를나도따라나섰다.

부엌으로가기위해서는커다란방을지나쳐야했는데그방에는한면을망사로쳐놓은수많은

상자들이있었다.상처난새들을모아들여서돌보고있는중이었다.

터키커피는쇠로된항아리를닮은조그만기구에커피가루를넣고물을부어가스에올려놓고끓이는

것이었다.몇분되지않아물이끓으면커피잔에따르는것이었다.

그녀는레바논사람이었다.

할아버지가신부였다고한다.또레바논에서는신부도결혼을한다는것이었다.

1975년레바논에전쟁이일어났을때그녀의엄마는심장병을앓고있었다고한다.

심장이나쁜사람에게전쟁의포화는죽음을유발할수있기에의사는그녀에게프랑스로갈것을

충고했었단다.엄마를위하여딸둘은프랑스행을단행했던것이다.

그런그녀의엄마는결국몇년살지못하고돌아가셨다고한다.

좋은집안이었던관계로평생일하지않았지만레바논에서보내오는돈으로

지금의정원이있는커다란집에서오로지여행만하며시간을보낼수있었단다.

지금은여행가방만보아도신물이날정도로여행을지겹게했다고한다.

귀티나는자태,품위있는얼굴빛그리고도도한눈빛..그모든것이다말해주고있었던셈이다.

결혼은요?

나의질문에그녀는빠르게말한다.

청혼자들은많았지만결혼하지않았단다.그리고사춘들의아이들을길러냈다고덧붙인다.

73세,그녀는젊은눈빛을간직하고있었다.

그녀의거실은온통젊은조카들의초상화들이차지하고있었다.

파출부가오긴하지만그녀들이집안을다정리할수는없기에집안이어수선하다고변명처럼덧붙이는

그녀를보며난,다이해한다고눈으로말하고있었다.

그나이면노인의나이인데아직도초롱초롱한삶의의지를잃지않고있는것은어디에서오는것일까?

문득궁금증이일었다.

조카의결혼식사진이커다랗게걸려있었다.

디즈니랜드근처의성이라고하는데망명온레바논사람의식객은근200명은되는듯싶었다.

아마도레바논에서명성있는집안의후손임이분명했다.

전쟁의충격에서아직벗어나지못한채시간을지나쳐버린…

그녀는전쟁의희생양이었다.

어쩌면그녀자신은아직도자신을지배하고있는것이전쟁의충격이라는것을인식하지못하고

있는것은아닐까생각이들었다.

아버지와 아들

역시전철안에서였다.

내가전철을즐겨타는것은매일이야기거리가생기기때문이라고도할수있다.

모든종류의인간군상이하루에도수없이타고내리는,그래서지루하지않은여행을늘할수있기때문이기도하다.

아코디언을키는한아버지와아들이올라타는것이었다.

아이는열살쯤되었을까?

시작이조금은어색했다.

부끄러움,창피함등등의예민한감정이엇갈리고있는것이보였다.

그리곤재빠른동작으로가느다란손가락들을움직여’souslecieldeParis’를연주해나가고있었다.

제법숙련된동작으로아코디언을연주하는그아이를보며불현듯스치는생각은학교는어떻게하고…

어린나이에학교는안가고아버지손에이끌려전철에서아코디언을연주해야햐는것일까?

난,유심히그아이를바라보았다.

아이는수줍은양고개를숙이고계속노래를연주하고있었다.

나의눈길에수줍게얼굴을숙이며연주하는아이는싱긋이미소를짓는듯도보였다.

아버지란이가어린자식을학교는보내지않고전철안에서아코디언을연주하게하고있는구나…

문득그아버지를바라보았다.

흐믓한듯이아들을바라보며같이아코디언을연주하고있는아버지!

아들을유심히바라보고있는내표정에마치자부심이라도느끼는표정이다.

밥벌이를가르치는것이학교공부보다도절실하다는것을가르치고싶었던것일까?

그들은동부유럽사람들일것이다.

문득학교공부다,과외다학원이다그저공부에치여어린시절을낭비하는것보다어쩌면이렇게라도

밥벌이공부를하는것이어쩌면더욱좋은인생공부가되는것일지도모른다는생각이스친다.

연주가끝나자아이는동전지갑을꺼내들고사람들앞을누빈다.

난,또그에게2유로를던져주었다.

누구보다도그아버지가환한웃음을짓는것을놓치지않았다.

일종의구걸행위라고생각하면비참해질수도있을것이다.

내가탄전철칸에서내린그들은또옆에칸으로옮겨또다시아코디언을연주하는소리가들린다.

목적지에도착한내가전철을나서는데앞의그아버지와아들이또자리를옮기느라고나와맞부딪쳤다.

아까의그흐믓한미소를떠난,그아버지는왠지모를불쾌한표정을보인다.

글쎄백인이면서동양의여인에게동정을받은것이불쾌했던것일까?

YAMAHA피아노(foiredeparis에서)

전 철 안의 섹소폰 부는 남자

송로버섯을넣었다고하는쵸콜라,진위여부는알수없다.

감기를오래앓았던듯싶다.

정말오랫만에부활절쵸콜렛을사러오페라를향해가는전철안이었다.

섹소폰을부는남자가올라타더니반주음악을틀어놓고섹소폰을부는데

몸과음악이하나로동화되는듯싶었다.

더관망하고싶었지만내려야할전철역이기에아쉬워하면서도내렸는데

지나가던한남녀가섹소폰소리에맞추어춤을추면서걷는것이다.

사진을찍으려고했지만사람들이많아서놓치고말았다.

아무곳에서나흥이나면사람들을의식하지않고춤을출수있는저들의자유가

난,너무아릅답게느껴진다.

쵸콜렛을사고돌아오는길이었다.

또전철안에서아까의그섹소폰부는남자가올라타는것이었다.

반주음악을배경으로섹소폰소리에취해서연주하고있는그를보며

저이는행복한이라고생각했다.

비록섹소폰을부는댓가로

삶을영위하는지는모르겠지만

그의몸짓에서섹소폰부는행위자체를즐기고있음을본다.

그러니그는분명행복한사람이다.

오고가는전철안에서우연히두번이나마주치는

흔치않은인연에난,2유로를서슴치않고그의동전지갑에넣어주었다.

아직은감기가완전히치유가되지않은탓인지

잠깐의외출에다시감기걸린목소리가되었다.

부활절을맞아손님을기다리고있는쵸콜렛들

과일 파는 부부 이야기

오수를즐기고있는오리,머리를뒤쪽으로꼬고낮잠을즐긴답니다.

우리동네에는일주일에세번장이선다.

슈퍼보다훨씬비싼편이지만장에서파는생선이며과일은그맛이월등하기때문에

난,장에서주로생선과과일을사곤했다.

특히과일은장에서도제일비싼집에가서사곤한다.

그과일가게부부는50대중반쯤되는프랑스사람들인데

시장사람같지않는약간은도시적분위기를풍기는세련된사람들이었다.

남편은회색을닮은푸른눈빛을했는데대부분의프랑스남자들처럼정말친절하다.

부인은날씬한몸매에갈색눈동자의미인이었다.그녀도여느시장부인네같지않은

세련된몸매의아름다운프랑스여자이다.

그런데어느순간인가부터나를쳐다보는그녀의눈길이곱지않다는느낌이다가오는것이었다.

한두번이면그냥보아주겠는데매번그러니까스트레스가오는것같았다.

내가너무예민한탓일까?

과일을살때마다그녀의뾰족한태도가마음에걸리는것이었다.

그렇다고왜그러느냐고물어볼수도없고…

기분이상한나는그집과일을사지않기로결정했다.

그리고몇개월이지났다.

며칠전부터난,다시그과일가게에과일을사기시작했다.

그냥그가게의과일만큼품질좋은과일을구할수없기때문이기도했다.

문득어색하지만상냥하게대하고자노력하는과일가게부인의의도가느껴졌었다.

그리고오늘은장이끝날무렵부랴부랴달려가서그남편에게자몽남은것있느냐고

묻고있는데그부인이맛있는딸기를하나맛보지않겠느냐고나에게내미는것이었다.

흔쾌히내가딸기를받아들자그녀는쑥스러운지얼른몸을돌린다.

이제그녀와나는화해를한것이가보다.

자몽을사들고돌아서는내발걸음이갑자기날아갈듯이가벼워지는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