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그리며

아버지!오늘추석이에요.

잘지내시죠?

항상추석이면제삿상에고기와생선그리고과일놓을자리를정해주시던아버지의모습이그려지네요.

딸도조상에게절을해야한다고초등학교시절부터가르쳐주셨었죠.

아버지!보고싶어요.

보고싶다는말,예전엔부끄러워서못했었는데아마도서양문화가저를많이변화시켰나봐요.

오늘처럼푸르디푸른하늘위로하얀뭉게구름이그림을그리기시작하면

전,생각나요.

병원에서쓰는소독용솜으로하얀백조를만들어주신아버지,

초등학교때방학숙제로그백조를학교에가져갔었는데

선생님께서잘만들었다고교실뒤에전시해주셔서얼마나아버지가자랑스러웠었는지…

유치원다니던시절,

아버지께서동해의어느도시에보건소소장으로가게되셨을때

유치원졸업도못하고아버지를따라서그동해의어느도시로따라가야했던저,

아버지!간호원언니들그리고조수아저씨들이저를이뻐하는것이

아버지의후광이라는것을까맣게모르고있었던시절,

아버지!전,사람들이항상좋기만하다고오랫동안착각하고살았어요.

아버지!

지금계시는곳은평안하시죠?

새벽4시면깨어나셔서로댕의생각하는사람의모습을하고계시던

아버지의모습이생각나네요.

아버지의고민은무엇이었을까?

철없던시절엔무심히보아넘겼었죠.

어쩌니저쩌니다투고살아도

결국사람들이가는곳은한곳인것같은데

왜?그렇게말들이많고탈들도많은지..

아버지!제가몸이약하다고혹시아직도걱정하고계신것은아니시겠죠?

초등학교시절,학교에서돌아오다가길가에쓰러진나를

우체부아저씨가알아보고데려다주셨었죠.

그때,아버지의떨리는손길에서

전,아버지의지극한사랑을느끼며행복했었던것같아요.

아버지!

또생각나요.

보건소소장으로계시던

그동해안의소도시에서

자전거를타고오지로왕진을나가시던아버지,

가끔저를자전거뒤에태우시고바닷가로데리고가시면

무슨생각엔가깊게잠기시면서

바닷가모래사장을거니시던모습

아직초등학교도들어가지않았던저는

아버지의뒤를쫄래쫄래따라가면서

모래사장에난,내발자국들을즐거워했었죠.

미친듯이밀려왔다가물러나는파도를피해가면서말이죠.

아버지!

조금더오래사셨으면

아버지와여행하면서인생을이야기할수있는기회를더많이가질수도있었을것을..

아버지가존경했던프랑스의철학자"사르트르",

이곳대학에서사르트르의비서를지냈고

지금은철학교수가된분의강의도들으러다녔었어요.

그철학교수님은따르는분이많아서

일반인들도직장이끝난후에수업을들으러많이오더라구요.

아버지!

아버지가늘그리워하시며바라보던아버지의고향,이북하늘이이제많이가까워졌어요.

더지혜로운사람들이많이나와서

분단의비극이사라지고

한국민이긍지를지닌국민으로태어나도록

아버지!도와주세요.

아버지!사랑해요!

동양남자는 서양 여자를 두려워하는가?

오페라에밤이몰려왔다.

오페라가의버스정류장에서눈이동그란프랑스남자가말을건다.

"한국여자맞죠?"

"네,맞는데요.어떻게알았죠?"

"저친구가에어프랑스에근무하는데당신이꼭한국여자일거라고하더군요.저친구,서울에도있어보아서

한국을잘알아요."

흘깃쳐다보니1미터전방에몸집이뚱뚱한프랑스남자가딴청을부리고서있었다.

동그란눈으로나를뚫어져라쳐다보면서그는계속말을잇는다.

"난,한때일본여자와결혼한적이있었는데그녀는백인을우월하다고생각해서내가모든것을결정하기를

기다리더군요.너무피곤했어요."

"저도그렇게생각해요.백인이우월한것같아요.그러니까우월한사람이열등한사람을돕는건당연한일이아닐까요?"

이럴때나는언제나동양여인을두둔하게된다.

"그런데정말백인이우월하다고생각하시나요?"

"그런것같아요.여러면에서요."

문득그는화제를바꾼다.

"일본남자들은서양여자를무서워한다던데요.그래서일본남자들은서양여자의눈을똑바로쳐다보지못한다고

하는데정말그런가요?"

"아니요.프랑스여자와결혼한한국남자들여러명보았어요."

이말을듣자그눈이동그란남자는무언가기분이상하는듯보인다.

생판보지못한여자일지라도자기나라의여자가동양남자와결혼한사실이기분이상하는듯싶다.

문득금발의프랑스친구가생각났다.

그녀는한국의대기업에근무하는한국남자와결혼했다.

만남도너무쉬웠다.오페라의환전소에근무하다우연히만난한국남자와결혼을며칠만에결정했고

한국까지따라와서시부모와함께살다가결국남편의근무처가영국으로결정되는바람에영국으로간친구가있었다.

그녀의말에의하면프랑스남자들은너무이혼을쉽게생각하기때문에한국남자와결혼을결정하게된것이었고

그한국남자는그녀의금발과파란눈을신기하게생각하며좋아하는것같았다.

남편이사주었다는고급코트를입고좋아하던프랑스여인이었다.

각자자기것은자기가챙기는프랑스문화에서남편이라고덥석비싼코트도사주는한국남성이믿음직

스러웠을수도있다는생각이들었었다.시집에들어가살면서도파란눈의며느리라아무것도할줄모른다고

시어머니가집안일을다한다고들었었다.

그래도시집살이가쉽지않았기에결국그녀는남편을졸라영국으로갔었다.

그녀는한국남자인남편이그녀의금발을쓰다듬으면서신기하다고말하곤한다고했다.

언젠가벨기에수녀님한분은어느한국신부님이여자들앞에서얼굴이붉어져어쩔줄모르는것을보고

마냥신기한듯이이야기하셨었다.

난,남자가아니기때문에동양남자들이서양여자들을두려워하는지에대해서는아는바가없다.

기다리는버스가도착했기에난,급히버스에올라탔는데버스에오르는나를보고그눈이동그란남자는

합장하듯이두손을모으며"안녕히가세요"라고말한다.

시간이있었으면조금더토론을해볼수있었을텐데하는아쉬움이일면서순간깨달아지는사실은이런것이었다.

그몸집이뚱뚱한남자가나를맘에들어해서바람을잡아주기위해그눈이동그란남자(외모가받쳐주니까)가나선것이었다는것…

다친 쥐를 발견하다.

하늘이착가라앉아있다.

회색빛하늘이이렇게가라앉는날이내가좋아하는날이다.

아마도내가파리를좋아하는이유중의하나가바로회색빛하늘인지도모른다.

싱싱한해물시장을향해발걸음을옮기는중에생긴일이다.

2m전방쯤에중간크기의쥐가방향을헤매고있었다.

느린발걸음으로허둥거리는것이분명방향을잃은것이었다.

두려움에멈칫발걸음을멈추고보니귓등부분에핏자국이있다.

어디선가상처를입은모양이다.

문득데려다가상처를치료해주고싶다는생각이인다.

‘아니야,쥐는페스트를옮기는동물인데,또얼마나많은병균을가지고있는지도모르는데..’

두려움반,망설임반으로머뭇거리는동안쥐는제갈길을찾았는지재빨리사라져버린다.

바라보면그렇게흉칙스럽지만은않은데사람들이잔인한것이다.

마치쥐를흉칙한동물인것처럼편견을만들어놓았으니말이다.

문득고등학교시절에읽었던’조침문’이생각났다.

어염집부인이얼마나외로웠으면바늘하나에정을붙였다가그바늘이부러지니그슬픔을글로표현해

놓은,"오호통재라.."이렇게시작했었지.

사람이적어서사람이귀하던시절의이야기겠지.

이제는동물뿐만아니라사람도너무많으니도대체귀하다는느낌을가질수가없는것이다.

사실은참으로슬픈일인데어쩌면사람들은슬프다는느낌조차가질시간이없을정도로바쁜것이다.

아니,더욱슬픈것은사람을사람으로서귀하게여길줄아는사람들이줄어든다는것이다.

천박한영혼의소유자들!난,그렇게부르고싶다.

적어도난,느낄수있다.그들이사람을사랑하는것인지그들의목적을사랑하는것인지.

난,그래서사람을가린다.

되도록이면사람같은사람만만나고살고싶은것이다.

나와 담배

나는담배와인연이있는것일까?없는것일까?

난,참담배피는여자들이멋있다고느끼곤했다.

어렸을땐나의우상이시던아버지가늘담배연기로도너츠를만드는묘기를보여주셨기에

나도크면담배를피워야지하고내심마음먹었던것같다.

그런데대학을마치도록난,담배피울기회를얻지못했던것같다.

겨우담배를피워보게되었던것이프랑스의다락방에서였다.

희였다.희는프랑스의대학에서나에게접근을했다.

한국의프랑스대사관에서부터나를보았다고하면서그리고시간만나면나를쫒아다녔다.

희는나의철학을좋아한다고했다.

그리고나에게담배를가르쳐줄려고했다.

도대체나이를뭘로먹었느냐고나를구박하면서말이다.

그런데담배냄새가입안에고이면난,참을수가없었다.

그다음에희는나에게담배값이아까우니까피지말라고구박했다.

희때문인진모르겠지만나에게때로는담배를필줄모르는것이열등감으로작용했다.

나중에알게된프랑스아줌마미레이도만나면나에게담배를권했다.

몽마르뜨언덕의카페에서였다.

미레이가권하는약한담배를받아들고피우다가애매하게영국에서산내바바리코트에구멍을내었다.

난,심각하게생각하지않았는데미레이는매우미안해하면서나에게담배를권한사실을사과했다.

그이후로미레이는나에게담배를권하지않았다.

때로누군가담배를권하면그냥피우려고노력하는데꼭기침이나오는것이다.

아무래도담배를멋있게피는여자로의변신은나에게해당되지않는것인지도모르겠다.

그녀

내가그녀를알게된것은동네의자그마한양장점에서였다.

유명양장점의그가식적인미소에질려버린나는엄마의충고에반대하여

동네에있는자그마한양장점에내옷만드는일을맡겼던것이다.

그양장점에첫발을들여놓자에펠탑앞에서말갛게웃고있는여자의사진이

시선을사로잡는다.

그녀의나이는44세였다.

보조개가이쁘게파이는눈이크고얼굴이하이얀미녀였다.

옷때문에나는그녀의양장점에발을들여놓았었지만

파리를좋아한다는공통점으로인하여친구비슷하게될수있었던것같다.

결혼은하지않았지만아직도그녀를사모하는이들이있다는것은

양장점을드나드는사내들을보면서짐작할수있었다.

그녀는한때공무원이었었다.

지루한직장생활에권태를느껴양장점을낸것이다.

혼자서프랑스,심지어는아랍지역까지도여행을했다는,한마디로

배짱있는여자였다.

나는외국생활경험이있고언어가통해도연고지가없는나라에

혼자서여행을할용기는없었는데…

언어도모르는나라에혼자서여행을할수있는여자라는점이

나의호기심을자극했는지도모를일이었다.

내가맡겼던옷은역시맘에들지않았다.

나는그냥아무말도하지않고가져와서누군가에게주어버렸다.

가끔용기있는그녀의여행담을듣기위해그양장점에들르곤했는데…

그녀의속내를알게된것은한일년쯤이지난뒤였다.

그녀가양장점옆에서노래방을운영하는4살연하의남자를알게된것은

불과1년쯤되었다고한다.

천만원이라는적지않은돈을아무런담보없이그남자에게빌려주었고

알고보니동거하는여자가있었고

돈을받겠다고그들이사는집에까지찾아가서

수모도당하고…

어떻게저렇게지저분한관계를하고있나…

난,그녀의이야기를들으면서생각했었다.

어쨋든그당시상황은그남자가먼저동거하던여자를떠나서

그녀에게온것이었다.

그때그녀의모습이얼마나행복해보이던지!

여자의행복은그냥한남자에게달렸다는듯이그렇게느껴졌었다.

그녀의남자는감옥을다녀온전과도있고아들도하나있는남자였다.

그녀는자기가가지고있는재산을그남자의사업에투자하는것을망설이지않았다.

나도한번그녀의양장점에서그남자를마주친적이있었는데

왠지느끼한느낌을주는남자,난,단한순간이라도마주앉고싶은생각이

나지않는남자엿다.

약간은기생오라비같이생겼다고나할까?

그런그남자가노래방운영을핑계로이쁘고젊은여자를끼고

그랜저를타고다녀도그녀는상관하지않았다.

오다가다우연히길에서그녀를마주치면

그녀는행복한여인이었다.

지금쯤어떻게되었을까?

이쁘고용기있는여인,그녀는사랑에빠진여인이었다.

아이를 많이 낳는 사람들

길고무덥던여름이어느새자취를감추었다고믿었었다.

그리고가을맞을준비를하고있다고믿었었다.

여름은가고싶지않았던모양이다.

가던발길을되돌려뜨거운태양의열기를다시대지를향해뿜고있는것이다.

29도를오르내리는열기를느끼며자연발걸음은강이이어지고있는자연의숲으로옮겨지기마련이다.

벤치의여인이내느린발걸음을붙잡는다.

그녀는포르투갈인이라고했다.굵고짙은눈썹,얼굴의강한선이어떻게보면심술궂기짝이없다.

늘작은발발이를데리고산책하는여인이다.

산책길에만난남정네와한참토론을하던중인것같은데왜나를불러세우는것일까?

남녀가함께사는방법에대하여토론중이다.

사소한것까지네가우선이야내가우선이야를따지면서피곤하게살려면궂이같이살필요가있을까?

그녀는또지나가는여인둘을불러세운다.

왜?가난한집사람들은애를많이낳는지모르겠단다.

개인적으로나국가적으로나정말가난하고배운것없는사람들이애를많이낳는것은사실이다.

특히현프랑스에서는아프리카나아랍쪽에서불법으로이민온사람들이애들만많이낳아가지고문제가되고

있는것을볼때…

또아프리카는먹을것이없어서있는아이들도굶는형편인데또임신을자꾸한다는것이다.

지나가던두여인들이말한다.모두가하늘에서시키는일인데우리가무엇을할수있겠어.

포르투갈여인은열을띄고웅변을한다.

내아이가먹을것이없어서비쩍마르고있는데어디서또임신할생각을할수있는것인지이해가되지않는단다.

콘돔도있고다른방법도있는데굶어죽고있는아이를두고왜?또임신을하는것인지모르겠단다.

자기가그입장이면남편의성기를어떻게해버리겠단다.무지막지한생각이다.

난,슈퍼에산더미처럼쌓여있는먹을것들을볼때마다여기서남는것들만이라도아프리카로운송할방법만

해결된다면많은사람들이기아에서벗어날텐데..하고생각하곤했다.

교육을시키고계몽을하고등등많은이야기들이등장한다.

그렇게단순한이야기만은아니겠지.

사실한인간을키운다는것은보통일이아닌것이다.

그래서루소는한인간을올바로교육시킬려면적어도20세가넘게까지한사람당한사람의가정교사가있어야

한다고주장하지않았던가!

아이를마구낳아대는사람들은그런복잡한생각은하지않을지도모른다.

입에서침을튀기며열변을토하고있는그들을뒤로하며난,물가의내사랑하는이들을향하여발길을옮긴다.

Que ça dure!

선선한가을기운이어느덧가을의문턱을넘어섰음을예고하나보다.

문득센치해지고싶은충동,그리고또다른감동을만나고싶은충동에흔들리는데

오랜감동이그리움처럼밀려들고있었다.

다락방살던시절이었다.

프랑스에는아파트관리인을가르디안이라고부른다.

그때내가살던아파트의가르디안은50대아줌마였는데젊었을때사업을했다는

매우똑똑한금발의아줌마였다.

이혼을했고20대아들이하나있었는데마약을하고젊은남자와동거를하고있는아줌마였다.

그녀의인생을이야기로풀어도하나의소설이될만도하지만오늘난그녀와함께방문했던불구의프랑스

여인에대하여이야기를풀어놓고싶다.

금발의가르디안아줌마가어느날나를태우고지방의어느도시로안내했다.

자동차로한시간여를달려서도착한그시골에서우리를맞이한사람은소아마비를앓아서두다리가심하게불구인

프랑스여인.그녀는양팔로지팡이를짚고심하게몸을흔들어야걸을수있었다.

저녁식사에초대된우리는프랑스치즈요리인"라클레트"를맛보며그녀의이야기를들을수있었는데

그녀의남편은얼굴이하얗고잘생긴남자였다.

수줍음이많은지식사내내말이없는남자였다.

그는석수쟁이라고했다.성의담을쌓기도하고조각을하는취미도있는…

불구의그녀는프랑스어선생이었다.

심한불구의몸에도불구하고그녀는수영을하고또자전거를타는것도시도한다고했다.

나에겐그러한그녀의모든행동거지하나하나가얼마나경이로웠는지모른다.

아마도경이로운눈으로그녀를바라보는나의눈빛에그녀는자신의이야기를풀어놓고싶은충동이생겼던

것인지도모르겠다.그녀의사춘기시절,어떤남자를몹시사랑했더란다.

혹시나자신의불구때문에그남자로부터사랑을받지못하는것이아닌가하고사춘기시절을심한비관으로

보냈었던것을고백했다.그런어려운시기를다극복하고지금은남편을만나서몹시행복하노라고했다.

그래서이러한순간들이그저계속되어주기만을기도하노라고…

난,그녀의진심어린고백을들으면서그녀의간절한바램이영원히계속되기를진심으로기원했던것같다.

인간은누구나행복해질권리가있는것이다.

그녀안에서큰영혼을발견했던소중한기억이었다.

사랑은이렇게사람을크게만드는것이다.

아름다운 얼굴

회색빛하늘이낮게내려앉더니아침내내비가뿌리고오후엔황량한바람이거세게몰아치고있었다.

가을도지나치기전에겨울의한복판에내버려진듯한느낌에문득정신을가다듬어본다.

며칠전올리비에가한떼거리의친구들을데리고왔었다.

애인과딸아이,사진사친구부부,그리고애인의엄마….

금발의애인은33살,그녀는올해딸아이를출산했는데아이의파란눈이얼마나영특해보이는지모른다.

올리비에는딸아이가이다음에헐리우드를흔들어놓을째즈가수가될거라고큰소리를친다.

음악을하는사람들에겐재즈가수가성공한삶일수도있겠다는생각을해본다.

그날나에게감동으로다가온사람은올리비에의장모였다.

자그만한키에반백의카트머리를했지만전혀56세라는나이가느껴지지않는매력적인여인이었다.

수줍음이많은지도저히눈동자를마주보지못하는그녀는만면에가득미소가감돌고있을뿐만아니라

눈동자에환희같은기쁨이넘쳐나고있었던것이다.

아!나이가들어도저렇게기쁨으로살수있구나!

사뭇난,그녀의일거수일투족을관찰하고있었다.

어떻게살면저런눈동자를소유할수있을까를궁리하면서말이다.

사진을한캇트찍고싶었지만초면에실례가될까봐말도꺼내지않았었다.

그녀의삶에대해알수있는기회가오기를기다려볼일이다.

측은지심

-이런들어떠하리

저런들어떠하리

만수산드렁칡이얽어진들어떠하리

우리도이같이얽혀서

천년만년살고지고-

조선왕조를세운이성계의아들이방원은고려의충신정몽주를회유하고자이같은시조를읊었었다.

선죽교에서이방원의철퇴에맞아죽은정몽주는이런시조로답했었다.

-이몸이죽고죽어일백번고쳐죽어

백골이진퇴되어넋이라도있고없고

임향한일편단심이야

가실줄이있으랴-

오늘난,오리들에게빵을던져주면서조선조양반들의멋들어진시조를생각해본다.

빵한조각먹기위해다투고있는오리의무리들을보면서어쩌면신도저위에서끊임없는전쟁으로

살육을일삼고있는우리인간들을내려다보고있을지도모른다는생각을해본다.

빵을잡아채어서는혼자먹기위해저렇게도망가는오리를따라잡기위해쫓아가는오리들…

언젠가는비쩍마른오리가한마리있었다.야무지게빵을가로채는다른오리들과다르게늘주위를빙빙돌면서

실속을채리지못하는가여운오리한마리가있었다.

가여운마음에일부러그오리에게빵을던져주면다른오리들이가로채곤한다.

그러면다른오리들에게먼저빵을듬뿍던져주곤다른오리들이빵으로몰리는사이그가여운오리에게

빵을던져주었다.겁먹은듯빵에가까이가다가도놀란듯다른곳으로가버리는그바짝여윈오리를보면

답답해서화가났었다.가까이오지도못하고늘주위를빙빙도는바짝마른오리새끼,

동물의세계는측은지심이란없다.먼저차지해서먹는놈만있다.

전쟁도결국은밥그릇싸움에불과한것이다.

전쟁에서인간은측은지심을가졌었던것일까?

그측은지심의한계는어디쯤두어야하는것일까?

어쩌면인간은오리보다한수더뜨는것은아닐까?

몽마르트 언덕에서 만난 사람들(3)

때나도남다른재능을가진다는것에대해서많은의미를부여했던시절이있었다.

천재적인재능!

천재적인재능을갖게되면아인슈타인처럼시대를넘어서서회자되는행운을갖게되는것이라고..

아니,다른이보다월등나은인간으로태어났음에자부심을가질수있었던것인지도모른다.

몽마르트언덕에서지금은관광객의초상화를그려서연명하고있는이들이한때는스스로천재적인재능을

타고났노라고우쭐대던사람들이었을것이다.

그나마광장에자기자리가있어서찾아오는관광객을상대로초상화를그리는사람들은또선택된화가들이다.

그림판을하나들고이구석에서저구석으로헤매어다니며관광객에게초상화한장그리라고귀찮게쫓아다니는

화가들도무수하다.

천재에게는천재적재능도중요하지만자신이고집하는일을타협하지않고고집할수있는강한의지가

있어야할것같다.

세상에는먹고사는방식도참으로천태만상이다.위에한얀옷을걸치고석고상처럼부동의자세로서있는사람은

관광객이앞에놓아주는돈으로연명하는데이렇게들어오는돈이엄청난액수가된다고한다.

가끔은관광객의모델이되어주기도하면서..하지만그렇게부동의자세로서있는일도쉬운일은아닐것이다.

이사진의인물은온통쇠빛깔로몸을단장하고마치로버트인양쇳소리를내며관광객을유혹한다.

오래전에어떤흑인할머니가생각났다.

백발이성성한할아버지의기타반주에맞추어"즐거운나의집"을쾌활하게부르고있던흑인할머니

즐겁게벌리는입안으로빠진잇빨자리들이듬성듬성…마음이싸아해지는장면이었다.

하지만삶은치열한것이었던지관광객이주는동전이서로의것이라고다투는장면도있었다.

몽마르트언덕을삶의터전으로삶는사람들을대상으로소설을쓴다면어떤소설이되어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