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지

물에흠뻑젖은그의두눈이두려움에떨고있었다.

두페니쉬사이에갇힌그는어떻게물에빠지지않고자신을지탱하고하고있는지

신기할정도였다.등을한쪽배에기대고네개의다리로반대쪽배를짚고간신히지탱하고있었다.

그래도그를여기서찾아낸것은기적과같았다.

네덜란드배가두페니쉬옆에정박해있었던것은몇시간전이었다.

단지어떤사람들이정박해있나확인해보고자하고다가갔었는데거기에옆집고양이가

또다른고양이와함께있었다.말썽꾸러기들…

겁도없이아무배에나올라타다니!

옆집고양이는나를보더니이쪽배로건너뛰었는데물살에배가흔들렸고

그만물속에풍덩빠지고말았다.

순간가슴이철렁했다.

얼른두레박을갖고와야겠다는생각이떠올랐다.

급히두레박을찾아갖고오니네덜란드배에서가벼운원피스를걸친할머니가나왔다.

영어로나에게물었다.

전철이이곳에서얼마나되는거리인지알고싶어했다.

내게급한건방금물에빠진고양이인데고양이는보이지않았다.

물에빠진고양이를보지못했냐고영어로물었더니집안에있다고하는것이다.

정말이냐고되물으며그녀의질문에답을해주다가보니집안에있는고양이는

까만색고양이였다.

그럼물에빠졌던고양이는어디로간거지?

순간후닥닥뛰어서배를돌아보았더니어떻게돌아왔는지고양이가두배사이의

좁은틈에등과네다리로버티며두려움에떨고있는것이었다.

두레박을든내손이부들부들떨고있었다.

배의틈이너무좁아서두레박이내려가지않았다.

발로한쪽배를밀어서배사이의틈을넓히고두레박을떨어트렸다.

고양이는잽싸게두레박을잡아챘다.

하지만균형이잡히지않아두레박이뒤집어지며첫번째시도는실패로끝났다.

그러자고양이는날카로운손톱으로두레박줄에매달렸다.

손톱이빠지지나않을까긴장되는순간이었다.

두레박을조심스레끌어올렸다.

고양이는안전하게배위로올라왔다.

살았다는안도의숨을쉬는듯했다.

저쪽배를한발로밀치고있던내다리가몇초간경련을일으켰다.

무엇이두려웠던것일까?

고양이가죽는것이그렇게도두려웠던것일까?

한동안뛰는가슴을진정시키기에그날은아무것도할수없었다.

흠뻑젖은몰골로배위의올려진고양이는몇번씩나를뒤돌아보다

자기집으로어슬렁어슬렁들어가버렸다.

나는보았다.아주긴박한순간에절실하게살고싶어하는삶의의지를…

질투

질투라는감정을생각하면난,그감정이참으로不義한감정이라고생각한다.

자기가좋아하는사람이그어떤다른사람을좋아한다고하면그어떤다른사람은잘못한것도

없는데미움을당하게되니까말이다.

프랑스에와서얼토당토하게그런상황에놓이게된적이있는데

옛날내가살던스튜디오에서였다.

아침이면크르와쌍을사러내려가곤하던빵집이있는데

빵집주인이아랍사람들이었다.어느날인가는빵을사러갔는데

그여자가얼마나심술궂은표정으로불쾌하게대하는지이유없이당한적이있는데

그건나중에알고보니키가작고땅딸한그녀의남편이나에게호감을갖고있었던것이다.

난,관심도없는남자때문에여자의질투를당하는경우처럼황당한경우는

정말재수가없다고생각할수밖에없는것이다.

내경우에는질투의감정이생기면먼저부끄러움이앞서는데

그건어쩌면질투의감정은수준낮은사람들이갖는감정이라고배웠기때문인지도모르겠다.

서양세계에서는질투하는것이사랑하는것이라고생각하는사람들이많아서

일부러질투의감정을보이는사람들도있다.

그런데사실질투의감정의근원은상대방의사랑에대한확신이없거나

자신감의결여라고한다.

그러니까결국질투를심하게하는사람은자신을사랑하지않는사람에게

집착을하거나자신감이너무결여되어서그런것이다.

어쨋거나질투때문에미움받는다는것은정말억울한경우인것이다.

위대한 사람들

인간극장이’동강의봄날’이란타이틀로동강에사시는노부부의삶을보여준다.

척박한땅에서농사를지으시며6형제를낳아기르시며살으셨다는할아버지할머니의

삶이진솔하게펼쳐진다.로빈슨크루소처럼자급자족하는하는생활이

그야말로예술같다.꼭예술이란타이틀로형이상학적인것만을추구하는것이

아름다운것은아닐것이다.단순하게자연과더불어사는삶속에어쩌면더많은창조가

있는것이다.산에서더덕도캐고,고추밭을가꾸며할아버지드실막걸리도

담글줄아는할머니의황토빛으로그을은얼굴이이쁘다고느껴지는것은나만의생각일까?

높은연세에도불구하시고손주도등에엎고,두부도손수만드시고

아들이잡은고기를장에내다팔기도하시는할머니의삶은그야말로

로빈슨크루소를무색케하시는것같다.

누구보다도좋은삶을살면서도인지하지못한다는것,그것도불행이다.

건강한육체가허락하는한,땅을경작하며자연을배우고거기에대처해나가는것도

아름다운삶일진대자식만은도시로나가서자신과같은삶을살지말았으면

하는바램을가진노부부의아들말을들으며조금가슴이답답해왔다.

어떤삶이도대체더나은삶이란말인가?

꼭학교교육을많이받아야나은삶이란말인가?

자연을다루며터득하고깨닫는지혜들이있을텐데

저아들이란남자는도대체어떻게저렇게잘못된생각을하고있는것일까?

한국은그어떤때보다도자기자신이하는일에자부심을갖도록

초등학교부터교육시키는일이중요한것같다.

공부는공부를좋아하는사람들이하고학교로진출하는것이고

장사를좋아하는사람들은상인이되는것이고각자의소질에따라가는것이지

무조건비싼등록금내고학교만다녀서적성에도맞지않는일자리를찾아

돈만버는기계가되는일이옳다는이야기인가?

69세의연세에도산에서더덕을캐고무거운손자를등에엎고다니는건강을

가지신것은농부의삶을억척같이살아내신덕이아닐까생각하면서

이런할머니도위대한분이라는것을어떻게설명해야그들은알게될지

안타깝기그지없다.

한국민한분한분이모두자신의일에자긍심을갖게되는날이빨리오기를기대해본다.

외로운거야!

토요일저녁,팝에기타연주를들으러가는길이다.

레스토랑마다까페마다빼곡히들어찬젊음들젊음들…

담배연기를자욱히피우며시끄러운음악속에서사람들이흔들린다.

외로운거야!그들은외로운거야!

외로움을벗어버리고싶어서까페로,레스토랑으로몰려오는거야.

팝에도사람들이가득하다.

텔레비젼에서는축구시합이벌어지고있고

구석쪽으로는당구를치는이들이천천히당구대를움직인다.

무리지어식탁에둘러앉아떠들어대는몸짓에

무언지모를비애가느껴진다.

웃고떠들고마시고담배를피지만…

외로운거야!

쓰나미가몰려오면단번에사라질하찮은인생같은데

외로운거야!

오늘따라거리를서성이는젊은들이모두외로워보인다.

아무것도아닌것같으면서도집착할수밖에없는…

그래서외로운거야!

봄을 맞은 강아지들

호수옆벤취에앉아있는데지나가는사람들이천태만상이다.
젊은커플이강아지를놀리는장면이몹시거슬렸다.
걸어가면서공을던지면강아지는충성스럽게그공을물어서주인에게
가져다놓는데공을놓자마자집어서강아지입쪽으로세게던지니
얼마나아플까?하고마음이심란했다.
주인에게충성하겠다고숨을헐떡대며공을집어나르는강아지에게
심술궂게그입을노려던지는젊은주인,비굴하다싶을정도로
맞으면서도충성을다하는강아지….
태생적으로잔인한것을좋아하는인간들이있는것같다.

멀리서부터무척가느다란자태를지닌강아지가사뿐사뿐뛰면서
산책중인주인커플을앞섯다뒤섯다하면서간다.
사진을찍으려는것을알아채린듯잠깐멈춰선다.

횡단보도앞에서있는데자전거를탄주인과강아지
숨을헐떡대며엎어져있었다.
아직봄인데더워서저러나유심히보았다.
파란불이켜지자자전거를탄주인이개에게일어서라고
소리치고달리기시작했지만얼마가지못하고
다시엎으러진다.아마도병든개인것같다.
주인이지친듯자전거를세운다.

아파트에갇힌개도베란다에나왔다.
마치봄내음을음미하는듯코를킁킁거리며냄새를맡고있었다.
신기해서사진찍는나를내려다보는눈길이사람의눈길같았다.
강아지나고양이도사람의사랑을받으면마치사람같이변하는것은
아닌지모르겠다.
바람이무척부드러운날이었다.

은행에서 1

오래전에제가거래하는은행을포스트했었습니다.
올해은행을새단장했더군요.
원래프랑스은행은돈을불려주는은행이아니고그냥
간직만해주는역할입니다.그런데요즘은뺏어가는은행이된것같아서
몹시신경을쓰지않으면이핑계저핑계로마구돈이나갑니다.
요즘은인터넷으로지출내역을확인하는데앞으로지출할명세서에
제가모르는내역이있어서제은행상담원에게전화를했습니다.
프랑스에는모든고객에게한사람의상담원을배정해줍니다.
몇년전에주식을사라고하도권하길래그게저의성향은아니지만
상담원을기쁘게해주려고아주작은돈을잃어버리는셈치고
투자했거든요.그이후에두배로올랐던적도있는데어리석게도
팔생각을하지도않고방치했었거든요.지금은원금보다조금작아졌는데
그주식을보장해준다는명목으로매년은행이일정금액을가져가는것을
제가몰랐던것이죠.자초지종을알기위해상담원을만나러갔습니다.

번쩍번쩍하게은행내부가변해있었습니다.

원래는사진금지인데블로그이웃분들을위해제가모험을했죠.

기다리면서보니까탁자위에아이패드가준비되어있어서
인터넷으로여러가지은행업무도볼수있게되어있더군요.

상담하고있는모습

아이패드입니다.

제담당상담원사무실입니다.

그녀가내온커피

사진을찍자고하니까흔쾌히응해주었는데

사진이흔들렸습니다.
grandecole을나온여자입니다.물론결혼도했구요.

기자 이야기 들으러 간 날

피가로신문의문화기자가온다고했다.

문화기자의이야기를들을기회인것이다.

우연히도내가도착해서아파트코드를누르고있을때뒤에조그만얼굴에

세련된옷차림의여자가들어오고있었다.

아니나다를까바로그녀였다.

주먹만한얼굴에커트머리갸냘픈체격이영낙없는기자였다.

평소보다많은사람들이모였고우리는그녀의이야기에귀를기울였다.

무언진모르지만기자란역시사람에치이는직업이기에

영혼을잃어버린사람같다는느낌이드는것은나만의생각일까?

그날내가준비해간김밥

그집엔커다란탁자가있고뷔페처럼음식들을탁자위에벌려놓고

자유롭게이야기하며먹는다.내김밥은네개의접시에나뉘어놓여졌었다.

그리고한결같이’최고’라고추켜주는찬사를받았다.

아마도이런재미로난,김밥을만들어가는열성을보이나보다.

사실우리나라에서김밥은서민의음식인데

그들은고급음식으로착각하는것같다.그건어쩌면일본이

초밥을이미프랑스에퍼뜨려놓았기때문이지도모른다.

일본초밥을불어로는’스시’라고하는데

한여자가두눈을크게뜨고반가워하며스시를좋아한다고

하는것이었다.프랑스에서일본식당이매우사랑받는다.

내가사는동네에서도’도쿄’라는일본식당이잘되기시작하니까

주위에일본식당들이우후죽순처럼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