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바이올리니스트, Laure Schappler

20170609_211458먼저 살던 동네의 도서관에서는 늘 콘서트라든지 그림 전시회와 같은 문화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메일로 초청장을 보내주니 문화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서 편리하기도 하다.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도 듣고 대화도 한다는 멘트를 보고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지도 기대가 되었었다. 도서관 정원 안으로 들어서는데 정원 저쪽에 사람들과 섞여 있는 한 여성이 나에게 눈길을 주는 것이 느껴졌다. 못보던 사람인데 도서관에 새로운 직원이 채용되었나보다 하고 생각을 했다. 바이올린 연주를 듣기 위해 자리에 앉았는데 아까의 그 여직원이 앞으로 나와서 창문에 드리운 햇빛조절 장치를 이렇게 할까요?저렇게 할까요? 하며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온다.  붉고 짧은 쇼트머리에 깃을 세운 하얀 와이샤츠 그리고 청바지위의 굵은 벨트가 아주 세련되어 보이는 여인이었다.

연주가 시작될즈음에 비로서 직원처럼 보였던 그여인이 바로 바이올리니스트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녀의 이름은  Laure Schappler 였다.

20170609_204640그녀는 세종류의 바이올린을 들고왔다. 작은 노트북에 스피커를 들고와서 피아노 반주대신 사용하고 자신이 들고온 18세기에 만들어진 바이올린과 전자 바이올린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하면서 어떻게 자신이 바이올리니스트가 된 것인지를 이야기했다. 그녀가 바이올린을 시작한 때는 초등학교때였다고 했다. 프랑스에서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악기를 하나쯤 다루게되는데 그녀는 하프와 바이올린 중에서 선택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들고 다니기에는 하프보다 바이올린이 쉽다고 생각해서 바이올린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주관하는 단체 음악 여행을 갔었는데 그 여행은 9살에서 14살까지의 아이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고 했다. 그때 그 여행에서 만난 14살 여학생이 트롬펫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14살이 되니까 트롬펫 연주하는 것이 지겹다고 트롬펫 배우는 것을 그만두겠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고 당시 9살이었던 바이올린 연주자는 집에 오자마자 부모님께 만약에 그녀가 14살이 되어서 바이올린을 그만두겠다고 하면 17살까지 바이올린을 계속하도록 부모님이 용기를 주시기를 부탁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14살이 되던해 그녀는 바이올린을 그만두고 싶었는데 17살까지 계속하라고 부모님이 주장하셔서 바이올린을 계속하게 되었었고 그 덕분에 지금은 바이올린을 하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고 .. 지금 그녀가 속해 있는 연주단체에  있는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20170609_204619보통의 바이올린 연주자들은 긴드레스를 입고 격식을 차리고 대중과 거리를 두는 방법으로 연주를 하는데 마치 도서실 직원같은 차림으로 허드렛일을 도우면서 연주장에 들어서는 바이올리니스트, 그녀는 클래식에서 랩음악까지종횡무진으로 연주를 하면서 관중을 완전히 압도하는 것이었다. 전자 바이올린의 경우엔 컴퓨터와 연결하여 스피커 장치를 하지 않으면 음이 어떤식으로 들리는지까지 솔직하고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면서 말이다. 솔직한 이야기, 솔직한 연주 그리고 솔직함으로부터 나오는 맑고 상쾌한 에너지까지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매우 유쾌하고 신선한 연주회였다.

21세기를 대표하는 러브스토리, 마크롱과 브리짓드

Brigitte et Emmanuel Macron au Touquet, le 22 avril 2017?

여성이 남성과 동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러브스토리가 프랑스에서 승리를 구가하고 있다. 이미 2007 년에 24살 연상의 여인과 결혼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마크롱 대통령의 러브스토리이다. 20세기까지만해도 연하의 남자를 사랑한 여자들의 운명은 비극으로 치닫았었다.  발자크의 작품 ‘ 골짜기의 백합’이 그랬었고 톨스토이의 작품  안나카레리나’ 가 그랬었었다. 어쩌면 그것은 남자들의 심술로 씌여진 소설의 내용들이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남자들이 20살 연하의 여자와 결혼하는 것은 묵인되고 여자들이 20살 연하의 남자들과 결혼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던 시대는 이제 완전히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시기심에 의해 만들어진 온갖 루머에도 불구하고 마크롱과 브리짓드 커플은 늘 행복해 보이는 커플이다. 적어도 마크롱 대통령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브리짓드와 함께 하면서 늘 행복해 보였다.

나이 많은 여자와 산다고 비꼬는 말들을 일삼는 이들 앞에서 마크롱은 서슴없이 말했다. 당신들은 20살 연하의 여자와 결혼한 남자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하지 않으면서 왜? 20살 연상의 여자와 사는 남자에 대해 말들이 많은가?

자식이 없다고 비꼬는 무리들에 대해서도 그는 서슴지 않고 말했다. ‘왜? 내가 자식이 없어요. 나에게는 가슴으로 낳은 자식 3명과 가슴으로 낳은 손자들이 8명이 있어요.’

마크롱은 어려서부터 모든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소년이었다고 한다.  그가 15살에 24살 연상의 여자에 빠진 것은 그만큼 순수했던 것 아니었을까? 그리고 30년째 그 사랑을 지켜내고 있다는 사실을 보아도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남자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일부 그를 질투하는 남자들이 여러가지 소문들을 만들어 내고 있지만 나는 정말 그가 맑고도 똑똑한 남자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가 앞으로 프랑스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그의 의지, 그의 맑음, 그의 에너지를 믿는다. 많은 것을 가지고도 불평이 많은 프랑스인들을 잘 다스려서 더 강한 프랑스, 더 휴머니스트인 프랑스 그래서 전세계의 모범이 되는 프랑스를 이루어주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프랑스에서 사하라 사막 아래의 아프리카 사람들과 아랍 사람들의 만남

20170423_163059일요일 오후, 친구 이사벨이 아랍 문화원에서 하는 토론회에 간다고 해서 따라갔다. 제목이 ‘ 프랑스에서 사하라 사막 아래의 아프리카 사람들과 아랍 사람들의 만남’이란 제목으로 열리는 토론회였다.  며칠 전에 샹젤리제에서 경찰 한명과 민간인 두명이 살해되는 테러가 있었기때문에 사실 이런 자리는 매우 민감한 자리이다. 하지만 용감하게 이사벨을 따라 나섰다. 그녀는 아주 평범하기 짝이 없는 프랑스인 아줌마이지만  사회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좋은 아줌마이다. 토론에 초대된 사람들은 옆 사진에 보이는 사람들이다. 주로 직업이 작가, 기자 그리고 교수였다. 아프리카 대륙의 사하라 사막 아래쪽에 위치한 나라들의 사람들과 아랍사람들의 만남이 주제였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프랑스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유창한 불어를 구사하는 그들은 말이 아프리카인일뿐이지 실상은 프랑스인들이다. 교육을 프랑스에서 받았고 프랑스어도 완벽하다. 프랑스 사회에서 일어나는 인종간의 갈등, 성차별등을 주로 다루었다. 늘 프랑스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느끼는 바이지만 이들이 이 사회에서 이런 정도의 표현을 자유롭게 하고 살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프랑스 사회가 많이 개방된 사회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내가 처음에 유학을 왔을때 난, 프랑스인들이 외국인에 대하여 너무나 너그럽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살았던 한국은 아마도 굉장한 자본주의 이론에 물들은 사회였던가 보다.  내것은 나만이 소유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고 있던 내 믿음에 충격을 주는 사건들을 많이 만났었다. 그리고 내 이기적인 눈에도 나만이 잘사는 것보다 타인을 배려하는 사회가 좋아보였던 것같다. 지금에 와서보면 오히려 한국인들이 타인을 많이 배려하는 것같다고 느껴지는 때가 많은데  어쩌면 그건 나와 한국인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어쨋든 어제의 그 토론에서는 너무나 자유롭게 자기 주장을 내놓는 아프리카  출신 프랑스인들을 보면서 만약에 저들이 자신들의 나라 아프리카에 머물어 살았더라도  지금의 자유와 지금의 직위를 누릴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었다. 아니, 그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었었다.  그들이 하고 있는 말이나 주장들이 얼마나 모순이 많은지를 발견하는 순간이었기도 하다.

20170423_172843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식민의 역사, 포스트 식민지, 새로운 식민지, 힘의 관계, 인종의 문제와 정체성 등… 결국 그들은 인종의 갈등, 문화의 갈등과 같은 것들은 문학을 통해 타자의 현실에 나를 동일화 시킬 수 있는 문학의 힘을 통하는 것이 평화를 향해 내딛는 발걸음이 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들은 프랑스의 전대통령 니꼴라 사꼬지가 아프리카에 와서 한 연설에서 세계 역사 속에 들어 온 흑인 너무 적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세계의 역사 속에 들어간 동야인은 많았던가?  흑인보다도 더 적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저들은 동양인은 아예 제쳐 놓은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한국인들이었다면 저들처럼 앞뒤 생각하지 않고 자기들의 주장을 내세울 수 있었을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프랑스는 역시 자유와 평등의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토론회였다.

 

사크레 성당에서

IMG_0529방은 난방이 알맞게 되어 있었고  날씨는 맑고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물질의 풍요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신은 먼나라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곳에 발을 들인 첫날, 바칼로레아 준비를 위해 공부하려고 왔다는 프랑스인 고등학교 남학생을 마주쳤다. 그에겐 아직 신은 모호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커다란 키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아이였다.

모든것이 완벽했다. 하얀시트, 샤워장 그리고 화장실까지도 완벽한 백색의 세계였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삶이 하얗게 세탁되는 느낌이 드는 수녀님들까지… 이곳은 아주 맑고 깨끗한 세계이다.

방창문 밖으로 맑고 푸르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높게 솟은 성당의 탑이 숭고해 보이기까지 했다.

아침 식사시간, 십자가가 걸려 있는 커다란 식당방에 아이들을 인솔하고 온듯싶은 한 프랑스 남자가 아이들에게 기도문을 읊게 하고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다 외우지 못하는지 중간에 허밍으로 이어간다. 어린애들에게는 에너지가 많은 탓일까? 늘 아이들이 있는 공간은 싫지 않은 시끌벅적함이 함께 한다.

말을 걸기전에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되지 않던 할머니 한분이 느지막이 나와서 내 앞자리에 앉으면 ” 본 아뻬띠!” (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을 건넨다.

자녀들이 여기까지 데려다 주어서 왔지 혼자서는 절대 이곳에 오지 못한다는 푸른눈의 할머니가 이곳에 오니 근심, 걱정이 다 사라져서 좋다고 했다. 나이가 많이 들어서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어도 사람에겐 늘 근심,걱정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사랑이 부족한 것이 죄라시던 수녀님의 말씀이 참 맘에 들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랑을 베풀것인가? 혹시 사랑이 아니라 증오를 심고 다니는 것은 아닐까?

‘타인이 지옥이다’라고 사르트르는 말했었다. 세기의 지성이라고 불리었던 그도 그만큼 인간관계에서 힘들어 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말이다.

조용한 아침, 타인을 향한 사랑을 부풀릴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기도하고자 한다.

이민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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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나오다가  건물 현관에서  아파트 관리인 부부가 넋을 놓고 어딘가를 바라보는 것을 발견했다. 집건너편 은행의 현금출납기 앞에 웬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고 더 멀리 공원쪽에서 어떤아이가 어른에게 붙잡혀 있다. 무슨 일이냐고 관리인 부부에게 물었더니 현금 출납기에서 돈을 인출하고 있던 노인을 아이 둘이 공격하여 돈을 빼앗아 달아나다가 붙잡힌 것같다고 한다. 노인이 그 아이들을 쫓아 뛰어간 것을 보면 돈을 빼앗긴것같기도 하다고 한다. 9살정도 된 루마니아 아이들인것 같다고 했다. 빠리 시내에서도 대부분의 구걸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루마니아에서온 사람들이다. 도대체 나라가 어떻게 되었길래 국민들을 다른나라의 거지가 되어서 헤매도록 놓아두는 것일까? 오래전에 루마니아의 독재자가 죽은 모습을 시청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오페라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루마니아 소녀들이 나에게 위협 비슷하게 ‘너, 내가 무섭지 않아?’ 라고 말했었다. 그녀들의 행색이 너무 난폭해 보여서 난, 슬그머니 다른 곳으로 피하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한참 이쁘고 깨끗한 것을 꿈꾸어야 할 나이에 마치 깡패같은 행색으로 행동하는 그녀들때문에 마음이 아팠었었다. 곳곳에서 만나는 피폐한 동구권 아이들… 그들은 프랑스라는 나라에 오면 먹을 것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오는 것일까? 결국은 그 모든 것이 그나라 위정자들의 책임인 것이다. 개인의 이익을 취하기에 급급하여 국민을 거지꼴로 밖으로 내모는 것이다.  프랑스 인들 입장에서는 전세계의 가난을 프랑스가 모두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잘못된 위정자들에 의해서 나라밖으로 내몰리는 국민들이 존재하는 나라가  하나, 둘은 아닐 것이다. 나는, 한국도 제나라 국민을 제대로 보호해 줄줄 아는 나라가  아닌 것을 안다. 그점에서 난, 프랑스를 참 많이 부러워했었다. 나라가 국민의 세금을 받고도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데 다른 나라에서 그 나라 국민을 보호해 줄 이유를 찾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살아보겠다고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국민들이나 남의 나라에 와서 도둑질을 하다 잡히는 어린 아이들을 가진  나라들이나 참으로 가슴아프기 짝이 없다. 정치 하는 사람들이  우물안 개구리식 비젼을 가지고 개인의 조그만 이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이렇게 한심한  비극들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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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하루

식당을 찾았다. 작년 말,한국 친구들이 망년회를 한다고 예약했었고 노래방도 있었는데 맛이 괜찮았다는 느낌으로한국 식당을 찾았다. 사실은 내가 한국인이라고 한국인 예술인들에 대한 배려를 해주는 프랑스인 친구를 초대할 작정이었는데 11시쯤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를 않는다.아직도 꿈속에 있구나 생각하고 혼자 식당으로 갔다.

식당에 도착하니 12시 30분쯤 되었는데 다시 전화를 넣어보았다. 이제야 눈을 비비고일어난듯 전화를 받는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식사가 나오고 식사가 다 끝나도록 전화기를 붙잡고 수다를 떨었다. 옆자리에 젊은 프랑스 커플이  나와 같은 메뉴를 시켰었는데 내가 전화를 끊자  말을 걸어온다. 내 전화 내용을 들었다고 하면서…

물론 전화내용은 올5월에 이루어질 대선에 대한 것이었다. 프랑스에서는 역시 젊은 사람들이 마음이 열려 있고 선의가 많다는 것을 확인한다. 욕심 많고 편견 많은 늙은이로 늙지 말아야 할텐데… 라는 우려가 인다.

메디아에서 극우파인 마린 르 뺀의 당선이 유럭하다고 한다고 미국에서 트럼프가 당선된만큼 혹시나 하는 염려가 들어서 그들에게 물었다. 마린 르뺀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생각하느냐고… 그들은 절대로 그럴일이 없다고 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미국 사람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물론 프랑스인들은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니까 그렇게 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나도 동조해주었다. 하지만 모를 일이다. 프랑스 정치 분석가들이 이미 트럼프의 당선을 예고했었다. 미국에서는 지금 엘리트들에 대한 반발의 감정으로 트럼프를 택했었다고 하는 정치분석도 있었었다. 프랑스에서라고 엘리트들에 대한 반란이 없으란 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식당을 나와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학생이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 몇번 버스를 타느냐고 아주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처럼 묻는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내가 기다리는 버스가 언제 오는지를 검색해 주었다. 아주 처음보는 학생인데 나에게 친근감이 드나보다. 그리고 그 학생이 기다리는 버스가 왔다. 내가 기다리는 버스는 2분 후에 올거라고 말해주면서 버스에 오른다. 그 학생이 버스에 오르고 나에게 눈으로 인사한다.  역시 젊은 사람들은 신선하다. 쓸데없는 편견으로 물들지 않은 얼굴 표정이 아름답고 미래가 열려 있으니 마음이 여유로워서 선량함이 느껴져서 편안하다.

사실 나이들어도 항상 젊은 시절의 순수함과 패기를 간직할 수 있으면 늘 상쾌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 들면서 돈이나 권력에 집착하게 되기때문에 불쾌한 인간으로 전락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전철안의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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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순인데 봄햇살이 따뜻하다. 겨울은 벌써 어디만큼 달아나고 있는 것일까?

전철안에서 아주 이쁜 풍경을 발견했다. 한무리의 소녀들이 전철안으로 들어닥치니 그 해맑은 얼굴들로 인해 전철안이 화안하게 밝아진다. 몇명은 뒤쪽으로 그리고 옆쪽으로 자리들을 잡았는데 내 앞 창가에 앉은 소녀옆에 또 한 소녀가 갑자기 다가와서 귓속으로 소근댄다. 둘이서 소근대는 모습이 마치 봄볕을 맞기 위해 나선 노란 병아리들을 연상시킨다. 이뻐서 쳐다보다가 내 학생시절이 떠올랐다. 그랬다. 친구와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재잘되면 20대 또는 30대로 보이는 어른들이 괜히 싱글거리며 다가와 말을 걸고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을 하곤했던 것같다. 우리는 쉴새없이 재잘대면서도 그들이 우리를 보고 짓는 표정의 의미를 의아하게 생각하곤 했었다. 젊다는 것은 어쩌면 엄청난 특권인 것이다. 바라보기만 해도 힘이 솟는 그래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것이다.  대수롭지도 않은 일상을 재잘되며 미래를 향해 가는 어린 소녀들이 어른들에게는 바라보는 자체로 희망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이제 깨다는 것이다. 고맙다! 애들아! 너희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마음이 행복하구나! 거기 그렇게 존재해 줘서 너무 고맙다!

 

 

Jackie (영화)

 

086055.jpg-r_1280_720-f_jpg-q_x-xxyxx잭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불렸던 것같다.

왜인지도 모르지만 유명했던 케네디 대통령, 그의 부인이었던  잭키, 프랑스에 와서 보니 그녀는 빠리에 와서 공부를 했던 경험이 있는 여자였다. 다부지게 생긴 얼굴에 까만 눈썹이 돋보였던 여자, 갸날픈 몸매…

그런데 알고보니 잭키는 그 우아함으로 이미 프랑스 사회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여자였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녀가 빠리지엔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여자임이 이번 영화를 통해서 확인되었다.

약간의 이슬비가 뿌리는 평일 오후, 오데옹에 있는 영화관을 찾았는데 영화관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그들은 나처럼 모두 Jackie 를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나는 처음에 제목을 보고 이 영화가 온전하게 잭키의 일대기인가 생각했었다. 그녀의 태생, 그녀의 성격 그리고 그녀의 일생을 그린 영화려니 했던 것이다. 그런데 내 생각은 빗나갔다. 영화는 케네디가 저격당한 후에 3일간을 담고 있었다. 진실을 밝혀야 겠다고 찾아온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과정을 통해 피투성이가 된 케네디를 안고 느껴야 했던 잭키의 트라우마, 그 과정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영화관 안은 관객들이 가득 찼었다. 나는 영화가 참 지루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인들도 지루하게 느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들은 나보다 훨씬 지적인 사람들이니까 다르게 영화를 느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영화에서 보면 잭키가 백악관에 입성해서 링컨대통령의 방을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문득 혹시나 그래서 케네디도 링컨처럼 저격 당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슬프고 지루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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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 a déjà tes yeux. ( 프랑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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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난 발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우연하게도 입양할 아이를 기다리던 흑인 부부에게 백인 아기가 오게되었다.

보통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백인 부부들이 가난해서 아기를 기를 능력이 없는 흑인 아이들을 입양하곤 했는데  어떤 경로를 통한 것인지 벤자민이라는 6개월된 백인 아이가 오게 된 것이다.

462644.jpg-r_1280_720-f_jpg-q_x-xxyxx오른쪽 사진은 백인 아이를 입양하게 된 딸이 부모님에게 아이를 선 보이기 위해서 부모님집에 왔는데 음식을 차려놓고 기다리는 흑인 부모님이다. 딸이 아이를 입양했다고 하니 콩고사람들은 말썽이 많은 사람들이니 콩고 아이만 아니면 된다고 말하고 있는 엄마, 그녀는 자기 딸이 백인 아이를 입양했을거라고는 꿈에도 상상을 못했다.

465300.jpg-r_1280_720-f_jpg-q_x-xxyxx프랑스에서는 입양기관에서 아이를 적당한 부모에게 위탁한 다음에 일정기간 그 부모가 아이를 잘 기르는지 확인을 하는데 왼쪽 사진은 그 임무를 맡은 프랑스인이다. 흑인 부모에게 맡긴 백인 아이가 걱정되어서 지나치게 간섭을 하는 여자다.

아프리카의 가봉지역에서는 백인 아이의 머리만 만져도 행운이 온다고 믿는 흑인들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내용은 나오지 않고 백인 아이를 가운데 놓고 돌보기 위해서 노심초사하는 흑인 여인네들의 말씨와 행동이 코믹해서 영화 상영 내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465769.jpg-r_1280_720-f_jpg-q_x-xxyxx백인 아이를 입양해놓고 좋아하는 흑인 아빠, 이들의 이민사도 거론된다. 아이를 입양한 흑인여자의 엄마는 프랑스에 와서 가사 도우미로 평생을 일했고 아빠는 청소부로 평생을 살아서 아이를 입양한 부부는 꽃가게를 운영하며 살고 있다.

467019.jpg-r_1280_720-f_jpg-q_x-xxyxx파란눈의 백인아이를 바라보며 기뻐하고 있는 흑인부부이다. 흑인 할머니에게 아이를 봐달라고 했더니 경찰에게 아이 납치범으로 몰려 아이를 반환해야 될 위기에 몰리게 된다.  아이를 기를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576353.jpg-r_1280_720-f_jpg-q_x-xxyxx백인과 흑인의 상황을 역전시켜 아주 코믹하게 영화를 만들었다. 파란눈의 아기에게 어떻게 연기를 시켰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6개월된 아이라면 흑인부부를 보고 두려움을 표현했을 수도 있는데 … 어쨋든 파란눈 아기의 연기도 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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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lo NERUDA (영화)

402140.jpg-r_1280_720-f_jpg-q_x-xxyxx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이야기가  영화화되었다. 1904년에 태어나서 1073년에 사망한 노벨 문학상에 빛나는 시인이다.

그는 1971년에 ‘ Vers de capitaine’이라는 시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었다. 이영화에서는  노벨 문학상에 대한 부분은 없고 시인이며 정치인이었던 네루다에 대해 상당히 문학적 시각으로 이야기를 다루고있다. 칠레의 정치가 혼동을 겪고 있던 시기에 꼬뮤니스트를 자처하는 네루다, 사실 그는 처음에 불어선생이 되고자 했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꼬뮤니스트 하면 마치 철천지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아마도 그것은 전쟁의 피폐함을 겪은 어르신네들의 무의식 속에 자리한  피해 의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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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반의 프랑스 문학인들은 대부분 꼬뮤니스트였다. 프랑스 문학의 거장 ‘아라곤’이 그랬고 한국에서 잘 알려진 ‘연인’의 작가 마가렛트 듀라스가 그랬다. 그런데 초반에 꼬뮤니스트였던 작가들이 대부분 말년에 꼬뮤니스트를 탈퇴하는 것을 보면 그 이론에 문제가 있거나 인간의 본성에 맞지않는 이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372014.jpg-r_1280_720-f_jpg-q_x-xxyxx이 영화에서는 네루다가 정치적으로 쫓기는 모습 그리고 그의 가정사 약간과 시인으로서의 그의 모습을 약간은 초현실적으로 다루었다.

언어는 스페인어였고 자막이 불어였다.

429348.jpg-r_1280_720-f_jpg-q_x-xxyxx칠레가 위치하고 있는 남아메리카는 기질이 유럽과는 또 완전히 다른 곳이다. 이런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칠레 사람들의 정서를 이해하는 작업이 선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네루다는 많은 여자들과 나체로 즐기는 것을  좋아했다.

민중의 시인으로 이해되는 네루다를 쫒는 경찰관이 있는데 이 경찰관의 신상도 공개된다. 이 경찰관의 아버지는 유명한 경찰관이었고 동상까지 세워진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네루다를 쫒는 이 경찰관은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고 자랐었다.  엄마가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건 또 한국식 사고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이다.

360138.jpg-r_1280_720-f_jpg-q_x-xxyxx칠레와 아르헨티나의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는 결국 네루다가 프랑스 빠리에 도착하는 것으로 막을 내리는데 독재정권 시절의 칠레 사람들에게는 프랑스가 구원의 나라였고 실제 나에게도 빠리대학 시절 같은 클래스에서 공부한 칠레 친구들이 있다. 독재정권을 피해 망명한 친구들이다. 프랑스 정부의 도움으로 공부를 끝내고 각자 독립을 잘 한 친구들이다.

감동 받는 영화를 대하기 쉽지 않은 시대에 가슴 후련해지는 느낌을 주는 영화, 아마도 네루다를 연기한 배우의 연기가 훌륭했던 탓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