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대하여

제법겨울다운날씨였다.

처음가보는철학까페는바로전철역옆에있었다.

거리엔사람들의입김이뿌옇게춤추고있다.겨울인것이다.

이번주제는’행복’이라고했다.

갈까말까망설이다가이들은’행복’대하여어떤말들을하는지듣고싶었다.

까페를주재하는철학박사와그의단짝친구M이낯익은얼굴이었고

그외에는처음보는이들이었다.

사회자바로옆에앉아있는조금은오만해보이는남자가이까페에서는

가장지적으로권위있는사람인듯했다.

피아니스트여자도와있었다.

그녀가주재하는철학까페에나오라고메일을늘보내오는데

일요일엔시간을내게되지않았다.

에피큐리언이라는단어가난,쾌락을좋아하는사람들이라고알고있었는데

불교와비슷한성향이라는것을오늘처음알았다.

더자세히알고싶었는데쉽게대답해줄사람같지않았다.

그것보다는토론내내등장하는라틴어어원,그리스어어원등등에

머리가너무복잡해지는것같아서물어볼시간적여유를갖지못했다.

사회자는잉그리드버그만이라는여배우가내린정의를가지고

행복에대한토론의장을열었다.

그녀에의하면’행복의조건은건강과망각’이라는것이다.

칸트,스피노자,프로이드,쇼펜하우어….

어려운단어들이등장하면서행복에대한정의가화려하게전개되었는데

옆에나보다늦게도착한할아버지가나이가들어서동작이느려진다고하면서

뜬금없이Alfrechtdurer라는화가가그린Melancolie라는그림을예로들면서사람들은

멜랑꼴리가우울증이라고생각하는데그렇지않다는논리를펼쳤다.

그림을알지못하는나에겐처음들어보는그림이야기인데

어떤이는제목만듣고도그그림속의풍경들을죽나열하는것이었다.

어쩌면철학도하나의말장난은아닐까하는생각이들었다.

사회자는여배우의말로토론을시작했으니까우디알렌의말로토론을끝내겠다고했다.

우디알렌은’내가과거에행복했었다면미래에도행복할수있을텐데..’라고했다는것이다.

그러니까그는과거가불행했기때문에미래에도불행할수밖에없는사람이다.

모두들끝맺는말을한마디씩했고한구석에에서시종일관말없이글만쓰고있던시인이라는사람이

마치빅톨위고의시같은말들을마구쏟아내는것이었다.

나도자신만만하게맹자님께서말하신세가지기쁨을이야기해주었다.

다른카페에서내가말하려고하면언제나우선순위로기회를주었었는데

그오만해보이는남자가내가말하려고하면기회를주지않는것이었다.

뭐,그렇다고기죽을세실리아는아니니까…..

melancolia

행복

날씨화창한어느날,부드러운공기와태양빛을즐기며걷고있었다.

어디선가들려오는아이들소리를따라가보니거기초등학교가있었다.내어린시절의

그교정을닮은초등학교운동장에아이들이제각각뛰어놀고있었다.

아니,이프랑스에도한국의초등학교교정과닮은장소가있네.

새삼스럽게다가오는기억들이나를즐겁게했다.

까맣게잊고있었던것같은데마치어제일처럼되살아나는기억의조각들…

그래!그때나도저애들처럼뛰어놀았었지.

아이들이내는소리가귀청을찢듯날카롭게허공에흩어진다.

아름다운기억들이내가슴에물방울처럼피어났다사라지곤한다.

먼지가뽀얗게일어났다사라지곤했던붉은마당들….

그리고그곳에있었던아이들….

아이들의고함소리가내게청량제가되고기운을주는듯도싶다.

아!행복하다!

지나가는동양여인을쳐다보며프랑스아이들이서로귓속말을주고받는다.

애들아!무슨이야기하는거야?

내가이쁘다고?

아니면다르게생겼다고?

아니면신기하다고?

태양이눈부시게내리쬐고

난,그거리속에서서과거속으로들어간다.

행복한 소년

내가그에게관심의눈길을주게된것은아주단순한거슬림때문이었다.

늘가는슈퍼에서길게줄을서곤하는데

어느날인가앞줄의진도가전혀나가지가않는것이었다.

앞을바라보니어떤미소년이서있었다.

아니어쩌면그는청년인지도모른다.

그런데어찌나동작이느린지짜증이날정도였다.

그리곤그의한일자로멋있게다물은입에서말이튀어나오는데

역시느리고더듬거리는…그래서얼른그가정상인이아니라는사실을느끼게하는언어였다.

그리고난,그를상대해서친절하게대하고있는슈퍼점원이참괜찮은여자라고생각하고말았다.

아주느리게계산을하고그리고돌아서는그청년의다리가약간절고있다는것을깨닫고

마음이싸아하기도했었다.그는가벼운정신박아였던모양이다.

한쪽손이약간비틀어져있었고다리를약간절고있었다.

그이후도가끔그를슈퍼에서마주치곤했는데

늘어눌한말투로계산을하곤했지만전혀주눅이들었다거나

자신을부끄러워하는기색은없는것이참으로대단하다는생각을하곤했다.

그러던어느날,

그소년의티없이맑아보이는얼굴이화안해지는것을보았다.

늘처럼계산대에줄을섰는데그소년이저앞에서있었다.

계산을해주는점원이아주아름다운금발의처녀였다.

그금발의처녀는아주오랜친구라도대하는듯스스럼없는미소로그를대하고있었다.

계산을마친,그소년의발걸음이마치하늘을날기라도할듯이경쾌해지는것을느꼈다.

온얼굴에행복한웃음을머금고날아갈듯돌아서는그미소년의몸짓에

나까지행복이전염된듯흐믓해지는것이었다.

그래서깨달았다.

아!상냥한말투한마디에저토록행복감을느낄수있는저소년은

정말행복한사람이구나하고…

어쩌면그의불구는그를불행하게하는것이아니고

그를오랫동안행복하게있을수있도록해주는요소일수도있겠다는깨달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