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들의 은행가’ 노벨평화상 수상자 유누스 박사

[원문] 노벨평화상에 빈곤퇴치 운동 무하마드 유누스·그라민 은행 공동수상(천칭자리 *^^* )

● 노벨평화상 유누스는

美서 박사… 대기근 겪은후 ‘빈곤과 싸움’
담보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대출해줘

“머지않아 ‘가난’이라는 말이 의미를 잃고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유물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때 박물관을 찾은 아이들은 어째서 그토록 끔찍한 참상이 오랫동안 방치됐는지 도리어 물을 것입니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방글라데시의 모하마드 유누스(66) 박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적선이 아니라 평등한 기회”라고 말한다. 그가 그라민 은행을 통해 실천한 무담보 소액 신용대출인 ‘마이크로크레디트’는 극빈층에 인간답게 살 권리를 되찾아 준 ‘금융혁명’으로 평가받는다.

유누스는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72년부터 치타공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러나 1974년 대홍수와 10만명이 굶어 죽은 대기근으로 무력감을 느낀 그는 고통받는 동포의 삶 속에 직접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그의 빈곤과의 싸움은 치타공 대학 인근 조브라 마을에서 싹텄다. 주민들은 온종일 대나무 의자를 짜면서도 재료비 때문에 고리(高利)대금업자에게 시달렸다. 은행은 담보가 없는 이들에게 대출을 거부했다. 그는 마을 사람 42명에게 27달러만 대출해 준다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돈이 생기면 갚으라’는 조건으로 주머닛돈을 꺼내 줬다. ‘그라민(방글라데시어로 ‘마을’이라는 뜻)은행’의 시작이었다.

유누스가 1979년까지 자신이 보증을 서 빌린 돈으로 500가구를 가난에서 탈출시키자, 중앙은행도 그를 돕기 시작했다. 10년 뒤 ‘그라민 은행’은 방글라데시 정부의 정식 인가를 받았고, 지금은 대출액이 57억 달러(5조4000억원)에 달한다.

그라민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면, 담보도 없을 만큼 가난해야 한다. 못 갚아도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 그런데도 상환 비율은 98%를 넘는다. 다섯 명이 한 조를 이뤄 공동 책임으로 대출금을 쓰면서 함께 신용 관리를 하도록 한 것이 비결이다. 그라민 은행은 풍토병 예방 교육과 문맹 퇴치 운동도 벌인다. 이를 통해 660만명 대출자의 58%가 세끼 식사와 자녀등교 등 은행이 정한 ‘빈곤 탈출’ 목표를 달성했다. 또 전체 대출의 97%를 여성에게 부여하면서, 남성 위주의 방글라데시 문화도 많이 변했다.

유누스는 수상 소식을 들은 뒤 "믿을 수 없을 만큼 기쁘다. 나의 조국이 자랑스럽다"며 "그라민은행을 이용한 사람들도 이 소식에 함께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기자 libra@chosun.com
입력 : 2006.10.14 00:13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