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성공 비결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전(善戰)의 5대 요인 : S.P.E.E.D.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 바로 가기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쾌거가 경영에 주는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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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 500m 경기는 육상 100m에 비견된다. 체격조건이 유리한 서구 선수들의 독무대였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은 아니다. 한국은 빙속 남자 1만m에서도 금메달을 따냈다. 외신들은 "이변"(AP) "충격"(AFP) "의외"(ESPN)이라고 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5일자로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쾌거가 경영에 주는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작성자는 강한수, 이민훈 수석연구원.

삼성, LG, 현대 등 한국 대기업 연구소들의 보고서를 접할 때면 가끔 드는 생각이지만, 이들은 정말 신속하고 시의적절하다. 특히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는 얄미우리만큼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는 내용일 때가 많다. 핵심을 뽑아내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탁월하다. 골드만 삭스가 만들어낸 BRICS라는 용어가 세계경제의 담론 공간을 점령한 데서 보듯, 컨설팅사나 경제연구소 보고서에 이런 능력은 필수적이다.

시간이 많지 않았던 만큼 기존 언론 보도 내용에 담화의 근거를 많이 의존한 감은 있지만, 의미있는 보고서라 생각돼 요약해 전한다.

제1 요인 : Sponsorship (후원)

"장기적 시각으로 비인기 종목인 빙상에 꾸준히 투자를 지속한 것이 금번 선전의 초석이 되었다."

삼성화재가 1997년부터 매년 대항빙상경기연맹에 8~10억을 지원했다. 기아차는 총 18명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를 후원했다. 빙상연맹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직후부터 스피드와 피겨 발전계획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10 밴쿠버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제2 요인 : Passion (열정)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모두 1988년, 1989년생으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승리에 대한 열망도 숨기지 않으며, 그에 걸맞은 준비를 해왔다."

남자 500m 결승 직전 얼음판 문제로 경기가 1시간 30분 이상 지연됐지만 모태범은 침착하게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자기 종목에 대한 애정과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초인적 열정을 보여줬다.

제3 요인 : Emulation (경쟁과 모방)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 선전의 틈바구니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받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오기와 경쟁심, 그리고 쇼트트랙에서 도입한 기술을 바탕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등이 모두 이전 쇼트트랙에서 쌓은 기술경험과 훈련이 큰 도움이 됐다. 모태범의 스케이트날은 빠른 코너링을 위해 쇼트트랙 스케이트날처럼 약간 휘도록 제작됐다.

제4 요인 : Environment (환경)

"점차 확대되는 빙상 관련 인프라와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는 교육 훈련기관 역시 중요한 기여를 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실내 빙상장 건립으로 스케이팅이 대중화됐다. 1989년 이후 총 26개의 실내외 빙상장이 개장됐다. 특히 모태범, 이상화를 배출한 은석초교, 이승훈, 이규혁을 낳은 리라초교의 빙상 교육이 금메달의 씨앗이었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대표팀 유니폼 연구 제작에만 무려 2년이 걸렸다. 0.036초의 기록 단축 효과를 봤다.

제5 요인 : Direction (지도)

"지도자의 역할이 큰 기여를 했음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자신은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지만 오랜 국제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후배들의 멘토 역할을 자처한 선배들 역시 어린 선수들이 꾸준히 정진할 수 있는 나침반의 역할을 수행했다."

김관규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는 편안한 리더십을 발휘했고, 대표팀에서 함께 생활한 이규혁, 이강석 등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해주며 존경을 받았다. 이번 올림픽에선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외국 대표팀에서 다수의 한국인 코치가 활약했다.

기업경영에 주는 시사점.

1. 도전적 목표를 향한 응집된 노력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과업의 성취를 가능케 하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다.

2. 장기적 시각의 투자로 양질전환을 촉발해야 한다. 당장의 효율성 추구와 미래를 위한 투자 사이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3. 스포츠와 특정 산업 분야는 공진화(Co-Evolution)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 생태계 자체의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와 같은 산업 클러스터, 이종간 교배를 활용하는 융합의 사고를 해야 한다. 기업이 사업을 다각화할 때도 특정 분야의 핵심 자산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인접영역으로의 확장을 우선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성공 비결”에 대한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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