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나님과 한국교회 앞에 떳떳치 못했던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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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직전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오른쪽)과 올해 대표회장 당선자 길자연 목사(왼쪽)이 1일 서울 연지동 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특별총회를 통해 대표회장 인준과 한기총 개혁안을 동시 상정하겠다"는 내용의 합의 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우리는 한기총의 대표회장 선거에 있어서 금권선거로 하나님과 한국교회 앞에 떳떳치 못했던 사람들입니다.”

딱 한 문장 뿐이었다.

1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직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와 올해 대표회장 당선자 길자연 목사가 한 자리에 앉아 ‘공동성명서’를 읽어내려갔다. 길자연 목사측은 이광선 목사측의 개혁안을 수용하고, 이광선 목사측은 길 목사에 대한 대표회장 인준안을 받아들여, 특별총회(30일 개최 예정)에 같이 상정하자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한기총을 반년 넘게 혼수상태에 빠뜨렸던 ‘금권선거 관행’에 대한 반성으로 읽을 수 이있는 부분은딱 한 문장 뿐이었다. 그러고 난 뒤 두 사람은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포옹을 했다.

2월초 “나도 돈선거로 당선됐었다”는 이광선 목사의 폭로 이후, 양측은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난타전을 벌여왔다. “물신숭배로 인한 타락”, “한국교회를 병들게 하는 모델 하우스”, “연합기관의 수치” 등 누워서 침뱉기식 공격이 일상적으로 오갔다. 결국 교회의 일을 교회 안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세상 법정으로 끌고 갔고, 법원은 평신도 변호사를 개신교계를 대표하는 교회연합기관의 대표회장 직무대행에 선임했다.

한 일간지에는 “한기총 대표 자리는 가톨릭 추기경이나 불교 총무원장 자리와 다를 바 없다. 평신도가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수장 자리에 앉아 1200만 성도를 다스릴 수 있느냐”며 목사들이 법원과 직무대행 변호사를 비난하는 광고까지 실렸다.

한기총의 명예는 나락에 떨어졌다. 교인들은 존경해온 목회자들의 싸움박질을 보며 다치고, 세상의 욕설과 손가락질에 상처입었다. ‘한기총 해체를 위한 네트워크’ 같은 단체는 “반성서적 정치 참여로 순수한 복음 전파라는 설립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 한기총은 더 이상 교회를 욕보이지 말고 스스로 해체하는 게 옳다”고까지 했다.

가입 교단과 단체들의 탈퇴도 이어졌다. 구호단체 월드비전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한기총을 탈퇴했다. 총신대 신학생들이 한기총 해체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의 경북노회를 시작으로 예장 고신 교단의 수도남노회, 남서울노회, 예장 합신 교단의 경기북노회, 충청노회 등이 ‘한기총 탈퇴 헌의’를 결의했다. 각 교단은 지역 노회가 올린 한기총 탈퇴 헌의안을 오는 9월 교단 총회에서 공식 논의하게 된다.

금권선거 관행에 대해, 혹자는 ‘나이 많은 목사들 사이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관행’이라고도 한다. ‘내가 당선된 선거는 과거 어느 때보다 깨끗했다’는 강변도 나왔다. 관행이라고, 남들도 다 그랬다고, 한국교회 전체에 치욕을 안긴 ‘돈 선거’라는 종양을 다시 뱃속에 집어넣고 봉합해서는 안 된다. 아픈 상처일 수록 더 깊이 메스를 들이대 도려내고, 재발하지 않도록 이중삼중의 제도와 예방책을 준비해야 한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는 유행가 가사다. 한국교회를 대표하겠다는 대형교회 목사들이, 그들 때문에 상처받고 세상에 모욕당한 교회와 성도들을 향해 할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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