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껴안으려면, 먼저 허물어야 한다

헝가리 일디코 엔예디 감독의 올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On Body And Soul).
헝가리 일디코 엔예디 감독의 올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On Body And Soul).

 

  30일 개봉한 영화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On Body and Soul)은 헝가리 일디코 엔예디(61) 감독의 올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최고상) 수상작이다. 꿈을 현실에 덧대고, 잔혹함과 아름다움을 엮어 짠다. 소통을 위한 기술이 진짜 소통을 가로막는 테크놀로지 과잉의 시대,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서로 이어지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인지 묻는다. 신비로운 동화, 이미지로 쓴 환상시편 같다.

  시작이 예사롭지 않다. 흰 눈 덮힌 침엽수림. 둥근 연못가, 사슴 한 쌍이 있는 몽환적 풍경이다. 카메라는 이내 도축장으로 옮겨간다. 소가 피흘리며 고기로 해체되는 과정을 훑는다. 주인공 남녀는 이 도축장에 있다. 고기 등급 매기는 검사원 여자와, 도축장 운영하는 재무이사 남자. 여자는 모든 것이 낯설어 조심스럽고, 남자는 세상 권태 홀로 짊어진 듯 무미건조하다. 영 안 어울릴 것 같은 두 사람,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밤마다 같은 꿈을 꾼다는 걸 알게 된다. 사슴이 되어 만나는 꿈이다.

헝가리 일디코 엔예디(61) 감독의 올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최고상) 수상작. 꿈을 현실에 덧대고, 잔혹함과 아름다움을 엮어 짠다. 소통을 위한 기술이 진짜 소통을 가로막는 테크놀로지 과잉의 시대,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서로 이어지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인지 묻는다. 신비로운 동화, 이미지로 쓴 환상시편 같다.
헝가리 일디코 엔예디(61) 감독의 올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최고상) 수상작. 꿈을 현실에 덧대고, 잔혹함과 아름다움을 엮어 짠다. 소통을 위한 기술이 진짜 소통을 가로막는 테크놀로지 과잉의 시대,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서로 이어지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인지 묻는다. 신비로운 동화, 이미지로 쓴 환상시편 같다.

 

곧 그 꿈이 현실을 흔든다. 남녀는 상대의 영혼을 들여다 보길 원하고, 몸을 느끼고 싶어진다. 하지만 자신을 가둔 감옥은 타인을 향한 칼이 된다. 그 칼은 영혼 뿐 아니라 몸도 벤다. 껴안으려면, 먼저 스스로 경계를 허물 용기를 내야 한다.

  느리고 고요한 이야기지만 순진한 유머 덕에 지루하지 않다. 감정 표현이 서툰 여자, 회사 식당에서 남자에게 대뜸 “나는 당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해, 순간 모두 얼어붙는 식이다. 감독은 빛이 부드럽게 흩어지며 화면을 감싸도록 능숙하게 다룬다.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올해 전주영화제 개막작. 상영시간 116, 청소년 관람불가. ★★★☆

이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