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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사당하는 아이들, 팔려가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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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꽃을 파는 아이의 미소는 천진해서 더 애처롭다. 인도의 길거리에서 물건을 팔거나 구걸을 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인신매매조직에 속해 있으며,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신체장애를강요당하기도 한다.

◆혹사당하는 아이들 팔려가는 아이들


2008년 당시 17세 소녀였던 존티 썬(Thern)은 간경화로 죽었다. 존티의 가족들은 "술집에서 일할 때 생긴 알콜과 마약중독 때문"이라고 했다. 존티의 이야기는 어른들의 검은 욕심 때문에 성(性)노예로 전락하는 아이들의 전형적인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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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티, 가난 때문에 10살 때 부잣집에 팔려간 뒤 온갖 학대를 당하고, 13살 때부터 성매매를 하다, 17살에 알콜과 약물 남용으로 간에 병을 얻어 죽은 소녀. ⓒCNN

존티는 전쟁을 피해 캄보디아로 도망쳐온 베트남 이민자 가정의 딸이었다. 부모는 존티를 10살 때 태국 쪽 국경지역에서 바를 운영하는 남자에게 보냈다. 남자는 "바에서 꽃과 사탕을 팔게 하고 밥을 먹여주겠다"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존티는 3년간 성폭행과 구타에 시달리다 풀려났다. 그 때 13살이었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존티의 가족은 여전히 빚더미에 파묻혀 있었다. 존티는 빚을 갚기 위해 가라오케 바에 나가기 시작했다. 외국인 관광객들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다 50달러를 받고 몸을 팔았다. 그렇게 1년을 지낸 뒤 미국 아동 인권운동가 애런 코언(Cohen)에게 발견돼 재활센터로 보내졌다. 하지만 존티는 3년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 코언은 "존티가 일하던 바에는 10살 안팎의 여자아이들로 가득했다"고 했다.

NGO인 ‘아동 성매매·학대·인신매매 금지 연합(ECPAT)’에 따르면 캄보디아 성매매 여성의 3분의 1이 미성년자다. 미국의 인신매매 감시·퇴치 특사 루이스 크데바카(CdeBaca)는 "캄보디아에선 인신매매 뒤 성매매로 내몰리는 피해자 숫자는 매년 늘어나는데 관련 기소 건수는 매년 줄어든다"고 CNN방송에 말했다.

◆인도 아동노예는 1200만명

여덟살 자스미나(Jasmina)는 하녀다. 하루 종일 청소와 빨래를 하다 매일 밤 11시쯤 주인집 화장실 문앞의 마루에서 잔다. "구두를 빨리 못 닦는다고 국자로 때렸어요. 화장실에 물을 빨리 안 갖다준다고 또 맞았어요." 아빠가 죽은 뒤 엄마는 아이를 굶기지 않으려 웨스트벵갈의 부잣집에 하녀로 들여보냈다. 노예처럼 혹사당하는 대가는 한 달 100루피(약 2500원)다.


자스미나뿐이 아니다. 인도 수도 뉴델리는 올 10월 구(舊) 영연방 국가 등 71개국이 참여하는 국제 스포츠대회 ‘영연방 게임’을 앞두고 있다. 도심지 100여곳에 도로와 경기장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 현장엔 흙먼지를 뒤집어쓴 아이들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온라인판이 최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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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홉살 소녀는 아침부터 밤까지 뜨거운 햇볕 아래 벽돌을 만든다. 소녀와 가족들은 인도에서도 가장 낙후한 지역인 비하르 주에서 납치당한 뒤 벽돌 공장으로 팔려왔다. 도망칠 방법도 없고, 이 지역 언어도 모른다. 가족 전체가 벽돌을 만들며 죽지 않을 만큼의 양식에 의존해 사는 수 밖엔 없었다.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건설현장에 나와 벽돌을 나르고 곡괭이질을 한다. 집도 부모도 없는 거리의 아이들도 한끼 식사와 종일 노동을 맞바꾼다.


유니세프 등 국제 기구와 ‘세이브 더 칠드런’ 같은 아동 구호단체들은 12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인도의 아동 노예노동 문제를 줄기차게 지적해왔다. 하녀나 하인으로 일하는 아이들이 뉴델리에만 5만명이 넘는다. 작년 10월 출범한 인도의 ‘아동 인신매매와 노예 반대 캠페인(CACT)’에 따르면, 지난 2006~08년 노예 노동에서 구조된 아이들은 128명뿐이었다.
공사판 일도 없는 빈곤층 아이들은 아동 인신매매조직에 끌려가 눈이 뽑힌 뒤 거리에서 구걸을 하거나, 관광객의 주머니를 터는 도둑이 된다. ‘슬럼독(slumdog·빈민가 아이들)’이다. 예쁘장한 여자아이들은 성(性)노예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부모와 함께 일하는 것이 일거리 없이 방치되거나 사창가로 팔려가는 것보다 낫다"는 주장도 편다고 FP는 전했다.

◆선진국엔 性노예, 후진국엔 노예군인·강제노역노예

노예제도는 19세기에 이미 사라져 버린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근년 통계에 따르면, 신체의 자유를 강탈당한 채 폭력과 경제적 착취에 시달리는 ‘현대판 노예’들은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지에 200만 명, 신분제 전통이 강한 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에 약 1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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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유럽 및 구(舊)소련 연방 등의 ‘체제 전환국가’와 선진국에서는 성 매매를 강요당하는 ‘성 노예’의 비율이 높고, 후진국에서는 국가나 군벌에 의해 전쟁에 내몰리는 ‘노예 군인’이나 경제적으로 착취당하는 ‘강제노역 노예’의 비율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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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에 태어난 아이들은 부모의 빚까지 짊어지고 평생 가난 속에 살아가다 다시 자기 아이들에게 그 가난을 대물림한다. 빚쟁이가 빚대신 갚으라며 집에다 가져다준 조악한 기계에 매달려 카펫을 짜는 남인도의 아이들.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 주의 채석장에서 일하는 청년 로하가라 달(Dhal)은 가족과 함께 하루 14시간 휴일도 없이 망치와 끌로 바위를 깬다. 대가는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음식뿐이다. 그는 "60년 전 할아버지가 한 농장 주인에게 30루피(현재 환율로 약 700원)를 빌렸는데 그 빚에 이자가 불어나, 3대째 이 채석장에서 빚을 갚고 있다"고 했다. 국경을 넘어 인신매매되는 현대판 노예의 숫자도 매년 50만~200만 명으로,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아동매매의 천국이었던 아이티

대지진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기 전, 아이티의 포르토프랭스 거리는 손쉽게 ‘아동매매 브로커’를 만날 수 있는 장소였다. 고객은 대부분 미국 등 부유한 선진국의 아동 성도착자들이었다.

작년 12월 ‘팬 아메리칸 개발 기금(PADF)’은 아이티에서 극심한 빈곤으로 인해 무임금 가사 노예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어린이가 최소 22만5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대다수가 여자인 일부 아동 노예들은 성적, 심리적, 육체적 학대에도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동노예는 현지어로 ‘레스타벡(restaveck·머무르다)’이라 불린다.

브로커들은 "50달러만 내면 사흘 안에 ‘하녀’와 ‘파트너’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13세짜리 여자아이를 구해 주겠다"며 외국인 손님을 유혹했다. 입양한 것으로 꾸며 비행기에 태워 데려갈 수 있는 서류도 함께 위조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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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인 이 태국여성은 방콕에서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된 뒤 스웨터 공장에 팔려갔다. 밀실같은 공장에 갇힌 채, 다른 인신매매 피해 여성들과 함께 하루에 20시간을 일했다. 죽지 않을 만큼만 먹을 수 있었고, 급여는 전혀 없었다. 간신히 도망친 뒤 정부가 운영하는 인신매매 피해여성 쉼터의 보호를 받았다.경찰이 이 공장을 급습했을 때, 14살에서 26살 사이의소녀와 여성 38명이 일하고 있었다.


기관에 따라 숫자는 다르지만, 인신매매에 의한 성매매 피해자는 전세계적으로 1200만~27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 중 상당수는 한참 학교를 다니며 푸른 미래를 꿈꿔야 할 아이들이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수단 특파원 출신으로, ‘극악한 범죄: 현대판 노예와의 만남’이라는 책을 쓴 벤자민 스키너(Skinner)는 "각국 정부가 나서 명확히 노예 개념을 규정하고 실태를 파악해 강력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그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