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초월하는 곳

남편이애들데리고마포로나오라고…

마포육교버스정류장에와있으라고전화를했다.

난애들을준비시키고

시어머니에게애들과나갔다오겠노라고…

구체적인내용은말씀못드렸다.

시어머님도’어딜가느냐’고묻지않으셨다.

두아들과마포육교버스정류장에서한참을기다린다.

수없이버스가멈추었다떠나고…

많은사람들을토해내고

또많은사람들을삼키고…

작은녀석이안달을부린다.

아빠가왜나오라고그랬냐고…

남편이아들을,마누라를불러내는일은우리집에선

거의없는일이다.

할아버지와손자가함께사는집에서남편의역할이란

만능탈랜트같다.

자식의역할,남편의역할,아비의역할

일인삼역은맏아들의비애이고

그마누라는’며느리의설음’이다.

작은놈은계속보채며물어본다.

남편이왜불렀는지나도모르니작은놈에게해줄말이없다.

그러다가

"상상을초월하는곳"…그순간아차~실수했다.

작은놈은"상상을초월하는곳"이뭐하는곳이냐?어디냐?

꼬리에꼬리를문다.

"그냥기다려봐!엄마도모른다는뜻이야"

터울이뜬큰놈이욱박지르고…

아비가버스에서내린다.

육교를넘어가든호텔(지금은홀리데이인서울인가로바뀜)

앞을지나오른쪽으로대각선으로이어진길로들어선다.

이길은먹자골목이다.

"원조최대포집"

거의모든집의간판에써있는말이다.

고기익는냄새와,연기와,떠드는소리…

통행을막고있는좌판들…

몇발작저쪽의세계와전혀다른광경이펼쳐젔다.

아비는그역시"최대포"란부제가붙어있는집으로들어간다.

"여기가상상을초월하는집"이야?작은놈말에…

아비?큰놈과나는웃어죽겠고…

드럼통을알맞은높이로잘라불화덕을만들었다.

조그맣고,동그랗고,등밪이가없는의자가동그랗게놓여있고

우리네식구도동그랗게모여앉는다.

아비가시키는메뉴에아들과나는다시한번더놀란다.

"돼지껍대기"

정말상상을초월하는게아닌가

내가"어떻게먹어…"

그래서소금구이도주문한다.

아비가고기를굽는다.돼지껍대기를…

기름이불에떨어저일으키는불꽃과연기…

어떻게먹느냐고망서리던두놈.한번맛보더니맛있단다.

"엄마도먹어봐요맛있어요."

아비가두아들기분을잘맞춰준다.

돼지껍대기를구우며얼마나번잡을떨고수선을떠는지…ㅎ

다구어진고기를아들앞에마누라앞에놓아주고

간간히소주도마시고…내게도주고

몇테블건너에앉은50대아주머니가계속

우리쪽을바라보고있다.아비하는꼴을…

나하고눈이마주첬다.

"당신남편최고야"하는양엄지손을내밀며웃었다.

나도낄낄대며웃어준다.

그후로우리는그집을’상상을초월하는집’이라했고

돼지껍대기를’상상을초월하는것’이라했다.

암호가됐다.

‘아빠가상상을초월하는집’으로오래하는식으로…

아비는’상상을초월하는집’으로가끔불러냈지만

난안갔다.두아이만보냈다.

시부모가계신데…두분만남겨놓고

아들며느리손자가좋아라할수는없는거니까.

나는세부자가’상상을초월하는것’맛있게먹고기분좋아서

대문밖에서떠들며들어오는소리를들으며행복했다.

나는’상상을초월하는곳’그런곳은아직남아있으면

좋겠다는생각을한다.

어느가난한아비가아내와아이들과정말정겨운시간을

많은돈안드리고보낼수있는곳

이가을날

가을비축축히내려조금은우울해지는날

추억하나끄집어놓고혼자웃는다.

아비는뭐가그리바뻐서혼자먼길떠나고

아들들은아비가되고

나는…………

하루종일비가오더니저녁때날이개이는듯해서내다보았더니

해는사패산쪽으로지려하고…찍었더니이런모습이됐다.

‘천지창조’전의모습같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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