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날

추석전전날저녁구미에서큰아들내외와손자가오고

전날둘째아들내외가왔습니다.

추석전날은송편만들어야지요.

큰며느리도일하고둘째며느리도직장에다니고

더구나둘째며느리는만삭인데…

송편만들자고멍석펴놓기가그렇네요.

그래서놀러가자고했지요.

"올해는송편안한다.조금사다먹자!"

시어미가선언했습니다.

그럼어딜?

벼란간일이라어딜갈지생각이분분합니다.

내가그랬죠.

‘서울숲넓고좋더라!’

외각으로나가는길은모두꽉꽉막혔습니다.

우리는역으로시내로들어가는거죠.

시어미가주섬주섬점심도시락을쌈니다.

사실은제가미리다장만해놨거든요.

찬합에다담기만하면되거든요.

우리며느리들얼굴이환하고예쁨니다.

큰아들이차를가지고오지않고기차로왔기때문에

작은넘차에꾸겨탓습니다.

손자는무릎에앉히고…

부산엔가을을재촉하는비가온다는데이곳날씨는얼마나

청명하고하늘이얼마나깨끗하고푸른지…

떠있는솜털구름이얼마나하얀지…

제가전에군자역에서걸어갔던길을

이번엔차를타고가는거지요

둘째넘성화에도착하자마자밥부터먹습니다.

꿀맛이지요.

시원하겠다.공기깨끗하겠다.마음은풀어젔겠다.

거의다먹어버렸습니다.

제일신나는우리손자우진이입니다.

농구공으로삼촌과축구를합니다.

남자애들은날때부터운동의감각을왼만큼갖추고나오나봅니다.

열심히열심히쫓아다니며공을찹니다.

둘째아들넘내가멋있게잘빼줬거든요.

그런데관리를안합니다.

원래까만피부인데이집트에한달쯤다녀오더니

까맣다못해빤들빤들합니다.

겨울지나야제색돌아오려는지…

추석전날인데요.

고향에가고집에서음식만들어야하는날인데

드넓은서울숲가득히사람이있습니다.

그늘마다놀이기구마다…

그들도나처럼송편만들기포기했는지…ㅎ

돗자리깔고누어서자기도하고…

끝없는얘기에꽃을피우고…

젊은아비들애들과놀아주느라동심으로돌아가같이뛰고…

그래서행복한젊은엄마들…

얼마나보기좋고싱그러운지…

나는속으로송편안만들고나오기를얼마나잘했는지…

나스스내결단에극히만족합니다.

세상의근심과걱정과미움과욕심과시기…….

그런것은하나도없고

순진함고평화가있는아이의얼굴처럼

모두의삶의무게가버거웁지않기를…

모처럼날이좋았던추석전날에

아들들과며느리들과손자와함께즐겁게하루를보냈습니다.

내가젊었을때는상상도할수없는일이지요.ㅎ

나는그렇게틀에박힌시어미노릇하기는싫거든요.

우리며느리들이어떻게생각하느냐가관건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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