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恨)

한(恨)

박재삼

감나무쯤되랴

서러운노을빛으로익어가는

내마음사랑의열매가달린나무는!

이것이제대로벋을데는저승밖에없는거같고

그것도내생각하던사람의등뒤로벋어가서

그사람의머리위에서나마지막으로휘드려질까본데.

그러나그사람이

그사람의안마당에심고싶던

느껴운열매가될지는몰라!

새로말하면그열매빛깔이

전생(前生)의내전(全)설움이요전(全)소망인것을

알아내기는알아낼는지몰라!

아니,그사람도이세상을

설움으로살았던지어쨌던지

그것을몰라,그것을몰라!

아이가

풍물시장의난전보다도더어질러놓은거실의

거기에걸맞게빈약한내소파에

겨우발비집고앉아서…

지는노을을바라본다.

세상에거실소파에편하게앉아

지는저녁노을바라볼수있는사람이몇이나될까.

빌딩의숲

유리벽속에갇혀세상과씨름하는메마른사람들의마음속에

저녁노을이무슨대수라고…

나는이것도축복인양

감격하고설레이고조금슬퍼하기도한다.

노을은

추분이지나면서조금씩보이기시작했다.

내집이서쪽으로조금돌아앉았다는얘기다.

그도늘조금씩돌아앉았었다.

정면으로마주볼수없었던그는

어느가을날산모퉁이를돌아서자펼쳐저있던

바람으로물결치던하얀억새밭처럼

하얀안개가강같이흐르던아침에

가을에몸살난사람처럼신열에들뜬체…

그렇게떠났었다.

그사람은감나무를서향창문앞에심어놨을까.

조금돌아앉아보이는노을

오늘은

노을빛으로감이익는것이아니라

감빛갈로노을이익어가고있다.

감사진은보미님집에서허락도안받고가저온것임.



AmoreMio-AlidaChelli
(무소뿔님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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