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있던 자리

주말아침이기도하고,

5일동안아이와싸우다보면심신이지쳐서저절로늦잠을자곤했는데

무려40일을그짖못했습니다.

마음먹지않아도오늘은늦잠늘어지게잘거라고생각했는데

어느새몸이나도모르게일찍일어나더군요.

밤새비왔는지거리가흠뻑젖어있고

베란다난간에물방울이종종종매달려있습니다.

오랜만에물기먹음은상쾌한공기의감쪽이좋습니다.

날은개여가고있고동쪽산으로엷은여명이보입니다.

도봉산꼭대기는엷은구름이

오늘결혼할신부의자태처럼신비롭게싸여있습니다.

커피가득채워다시작은의자에쪼그리고앉았습니다.

잡힐듯보이는앞산을더잡아당겨찍었습니다.

이작은산은역시작은절과어울려

1년365일언제나다른모습으로나와마주봅니다.

이른봄연한연두색부터겨울날눈을흠뻑뒤집어쓴하얀모습까지…

그런데오늘은어딘가많이달라져있습니다.

산중간이뻥뚫려속살을들어내고있습니다.

사진의조금오른쪽까만자리입니다.

이자리는원래아주키가크고덩치가큰활엽수가서있었습니다.

봄의색갈과가을의색갈이완벽한나무였지요.

이나무가어느날부터단풍이든것입니다.

늦은봄의단풍이라니…

막연두색에서짙푸른록색으로변하여가고있을때이나무혼자

초코렛색이되어가더군요.

나와정면으로마주보이는나무라저의관찰은실감났습니다.

그나무가드디어베어져버렸습니다.

그자리에아픈상채기처럼그리고맨살처럼흙이들어나보입니다.

동굴의입구처럼뻥뚫려있는…

큰나무가있던자리!

누구(무엇)에게나

머문자리,떠난자리가있겠지요.

내자리는어떠할지…?

떠난나무의자리가

이아침여러생각을하게합니다.

내나이쯤엔내달리기만하던발거름을넘추고뒤돌아보며

반성하고정리해야하는시간이란생각하게합니다.

그럼에도천년을살것처럼생각이많고계획이많습니다.

버나드쇼의묘비명을떠올려보기도합니다.

일단은웃었습니다.

‘뭐!저런묘비명이있어…ㅎ’하면서요.

그러나가끔가끔그묘비명이내마음을침니다.

적어도그런묘비석은세우지말아야지…가아니라

나는그런묘비석을세울만한가치도없다는것에대하여…

오늘나는다른계시물을준비했었습니다.

그런데

앞산의병들어베어진아픈’나무의자리’를보며

또이런어줍잖은글을올리네요.

그리고

깨달음은언제나늦어서…

후회가많은인생이지만…

이제라도많이감사하며,사랑하며,

언제나조금씩손해보고양보하며…

그리고기도하며살자고나와약속하는아침입니다.

이웃님들!

기분좋은주말되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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