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일기 (달에게)

달에게

그가보고싶으면나는너를쳐다봐

‘사랑한다.사랑한다.사랑한다…’

세상엔이말해주고싶은사람이없어서

나는슬플때가있다.

‘사랑한다.사랑한다.사랑한다…’

오늘너는

조금배가불러있네

7달쯤된임산부처럼…

나는

달거리도,잉태도…

확~확타오르던갱년기의신음도없는

이제는아무것도아닌낡은빈바구니처럼

너를쳐다봐

너는

잉태도잘하고,

해산도잘하고,

갱년기도없고…

태양도가로막더라

그래서나는너를쳐다봐!

아~

나도그렇수만있으면얼마나좋을까!

그러면사랑을다시시작할수도있었을텐데…하고

‘사랑한다.사랑한다,사랑한다…’

이말이하고싶어서

나는오늘도너를쳐다봐

아득한그날의정사를생각하며…

2009,7,31

게으른토요일아침

배고픈것도아닌데

계량컵두번떠서밥을안치고

우거지된장국끓이고

이웃이텃밭에심었다고가저온가지삶아무치고

어린깻잎은살짝데쳐기름에볶고…

시집와서

열식구밥하던것처럼…

냉동실에얼려놓은굴한덩어리꺼내

양파,매운고추,마늘,파넣고

고추장,된장에기름조금넣고바글바글쌈장도만들고…

갈치도한토막튀긴다.

열식구상차리듯

식탁가득늘어놓는다.

밥솟에서밥한공기프고,된장국퍼놓고

반듯하게앉아

한숫가락뜨는데입맛이싹가신다.

다시냉장고에주섬주섬집어넣으며

눈물이난다.

커피물을끓인다.

2009,8,1

경의선무궁화호

마주앉게등받이를돌려놓은자리에중년의여자가혼자신문을보고있다.

나처럼혼자구나하면서

냉큼그녀의맞은쪽창가에앉았다.

평일인데

뭔쌍쌍의남녀가그렇게많으냐.

젊은것들이나,

늙은…들이나,ㅎㅎㅎ

그녀는화장기없는깨끗한얼굴에쌩머리에…

아~근데왜혼자일까?

한띵띵한남자가오더니떨썩그녀옆에앉는다.

나는눈을꾹감아버린다.

의자는왜마주보게바꿔놓고GR이야…

2009,8,3

또다시치과치료대위에누워

끝없이’달달…’거리는기계음을

먼데나라에서들려오는소리쯤으로듣는다.

내입속에서들리는소리로듣자면

난미칠것같다.

세상은

치과에갈일만없어도

살만하겠다.

2009,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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