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가을…수종사 가는 길

*수종사가는길

단풍은세상천지어디에도있다.

조성이잘된산책하기좋은가로수길,

아파트단지…

하다못해내베란다의’남천’도뾰족한잎새의끝쪽부터

마치수채화붓으로그린듯붉어지고있다.

그런데왜가을엔

길떠나낮선곳을방황하고싶어질까!

나이먹음도못막는이바람끼를못이겨서…

새벽길떠났다.

새벽안개가살갖에내려앉아

시려운듯다정하다.

수종사가는운길산숲속길은

나이많아이제는온순해진마녀의성,사잇길같다.

다듬어지지않은…그래서

다람쥐청설모가조심성없이지나간다.

가지에서가지로작은산새들이지극히맑은소리를들려준다.

높은나무가지사이로보이는하늘이마치흐르는강같다.

그리고시가있다.

정약용이전남강진에서유배생활을하던1810년서울에있는아내가그리워

시집올때입고왔던치마를보내달라고하였다.

아내가보내준빛바랜치마를마름질하여서첩을만들고

글을써서’하피첩’이란이름을부쳤다.

내걸음은느림이다.

새벽길떠났지만산을정복하자는것도아니고

두번째행선지도없다.

지난여름부터퇴행성관절염을앓기시작한한쪽무릎과

심장과도타협을해야한다.

적어도나는요란한소리를내며앰브란스에실려가기는싫은거다.

수종사는올리뷰에당첨된책을읽고리뷰를올리며약속한곳이다.

그렇다고검사를받을것도아닌데…핑게인셈이다.

많은사람들이내곁을스쳐지나간다.

젊었을땐용납이안됐었다.

지난사진을보면정상에서기념으로찍은단체사진에

여자라고는나혼자뿐인사진도있다.

남자들이나를가운데놓고동그랗게서있는…

그러나지금은

올라가는이들의방해거리는되지말자고얼른비켜준다.

몸도마음도마모된나사못처럼느슨해졌다.

자연스럽고감사하고당연하게받아드린다.

‘내불행이네행복이니까…’

하는소리에뒤를돌아보니

한젊은남자가여자의가방과지가방과먹을거리가든비닐봉투를

어깨에메고손에들고낑낑대며하는소리다.

그뒤로여자가배시시웃으며따라온다.

나는길을비켜서서그꼴을가만히지켜본다.

그리고속으로만…

‘미친넘지랄하고자빠졌네…’

자기아들이행주치마입고설겆이하면속이뒤집어지다가도

사위가그짖을하면이쁘단다.

여자들의속물근성이다.

그나마아들도있고딸도있는여자들의얘기지

나같이아들만있으면속뒤집어질일만있다.

내나이또래남자3명이올라가다어디가냐고묻는다.

수종사에간다고했더니

산등성이를가르키며,차도가있어서훨씬편하니그길로가랜다.

그러고보니안들리던차소리도들리고사람들모습도보인다.

조금더올라가면그곳으로빠지는길이있단다.

아스팔트가아닌콩크리트길이라차가지날때마다시끄럽다.

비탈길을힘에겨워버럭버럭소리를지르며차들이올라간다.

이렇게아름다운가을풍경이펼쳐저있는데

걸으며마음도조금씩정화해가며,

기도처에도착하면더좋지않을까하는생각을해본다.

(나도,내가믿는신에게가는길도그렇다는뜻이다.)

한남자가산악자전차를타고무서운속도로내려온다.

마치폭격기가목표물을향해급하강하는것같다.

나는그자전차가내게로달려오는것같아조마조마하면서도…

사진을찍었다는것은

가히프로에가까운행동이아닌가하는묘한기분에도잠겨본다.ㅎㅎㅎ

정말이지대단한속력이었다.

60도쯤의경사가아닌가싶다.

내이웃중에두분이잔차를타시는데…

이남자만큼타시는지…ㅎ

차도가끝나는곳에서

아름다운가을나무에폭싸여있는수종사가보였다.

작아보였다.

자판기에서커피빼고,시원한음료캔하나더빼고,

아주넓직하고편한바위찾아내앉아서…

김에둘둘말아온주먹밥먹는다.

참!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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