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잔치

봄,여름,가을겨울두루사시(四時)를두고

자연이우리에게나리는혜택에는제한이없다.

그러나그중에도그혜택을풍성히아낌없이내리는시절은봄과여름이요.

그중에도그혜택을가장아름답게나타내는것은봄,

봄가운데도만산(萬山)에녹엽(錄葉)이싹트는이때일것이다.

눈을들어하늘을우러러보고먼산을바라보라.

어린애의웃음같이깨끗하고명랑한5월의하늘,

나날이푸르러가는이산저산,

나날이새로운경이를가져오는이언덕저언덕,

그리고하늘을달리고녹음을스쳐오는맑고향기로움바람

우리가비록빈한하여가진것이없다할지라도,

우리는이러한때모든것을가진듯하고,

우리의마음이비록가난하여바라는바,

기대하는바가없다할지라도,

하늘을달리어녹음을스쳐오는바람은다음순간에라도

곧모든것을가져올듯하지아니한가?

………………………………..

*이양하의수필’新綠禮讚’중에서

아이를데리고가까운공원에서한나절을보냈습니다.

13년만에가장맑았다는그다음날이었지요.

전날만은못해도

5월막바지의한낮은한가롭고느슨했습니다.

일상의잡다한것들을풀어헤쳐훌훌날려버리기딱!좋은날이었습니다.

아이는모래장난에푹빠져있고

나는아이가보이는거리만큼에서서성이며

이찬란하고아름다운초록을즐겼습니다.

햇빛에반사되어나무잎들이눈부시게빛나고있었지요.

가끔불어주는바람에잎사귀들이물비늘처럼반짝이기도하더군요.

이런날은내가알고있는언어들이너무적어서

이아름다움을다표현할수가없어서궁색하기한이없습니다.

그래서나는두손모아잡고

감사의동작을취하고걷고또걸었습니다.

아이를가운데두고돌고또돌았습니다.

나무가지사이로들어온햇살들이내온몸을더듬으며지나가더군요.

나에게도이런찬란한때가있었을텐데

그것이어느때였었는지…

막스물이되었을때였는지…

처음달거리를시작했을때였는지…

사랑으로몸살앓던때였는지…

(나무가지사이로보이는십자가는이웃님,데레사님이다니시는성당십자가입니다.ㅎ)

사랑도미움도이제는다빗겨가버려

마치몸둥이가빠져나간매미의허물같은모습이되어

이초록의잔치에어슬렁거리고있자니

웬지눈물이핑그르르돕니다.

햇빛과바람과구름과잎사귀들과향내나는공기와그리고…

내마음속에아직도상처로남아있는것들…

생살돋듯아픔으로다시돌아오는것들…

그모든것들장미꽃한아름안듯이

소중하게다시마음에안고돌아왔습니다.

긴세월뒤엔그런것도재산이라생각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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