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에서

정류장에서

정류장에서버스를기다리는데

갑자기비가쏟아진다.

하루종일무덥고끈적였는데…

낙타담요처럼무겁게드리웠던구름이한꺼번에비를쏟아낸다.

작은정유장지붕밑으로사람들이모여들었다.

앳띤여자가

속치마처럼어깨끈만있는까만원피스를입고뛰어들었다.

어깨며잔등에방울방울빗물이굴렀다.

쑥스러운듯자꾸만몸을웅크렸지만감추어지는것은없고…

밉기보다는애처러워서

손수건으로등이며어깨를닥아준다.

‘왜이러고다니니.’속으로만핀잔하고아무말없이…

견인치료

허리디스크란진단을내리며의사가일단견인치료를받아보라고했다.

병이호전되리란확신에서가아니라

의례하는디스크환자의첫번째처방인듯싶다.

그러느낌이들었단말이다.

그리고도로에서굉장한사이렌소리를지르며달리는견인차생각이났다.

견인치료라니…도대체어떻게?

물리치료사꽁무니를따라가며의문,호기심,또의문

치료대에눕히더니넓직한벨트로가슴쪽부터꽉동여맨다.

그리고엉덩이아랫쪽벨트를잡아당긴다.서서히…

내아랫도리가저만치끌려간다.

아니견인되고있다.

소리가없는건더잔인하다.ㅎ

‘악~’소리가날만큼뻐근해질쯤서서히풀어준다.

몸무게를물어보더니잡아당기는힘과상관관계가있나보다.

이렇게20번쯤한다.

이렇게매일하라는데난주말에만한다.

병이낫지않는다고불만도할수없다.

4박5일

난일주일을

아들네서4박5일,내집에서3박2일을산다.

3박2일?

여행을떠날때누구나자는날보다노는날이많은데나는자는날이더많다.

하다못해무박2일이라는여행상품도있는데말이지.

금요일저녁에집에오고월요일새벽에아들네로가니3박2일이란계산이나온다.

누구들처럼5일근무다.

월요일새벽출근하는사람들속에섞여가노라면나도경제활동을하고있는듯한

뿌듯함을느낀다.

여학교다닐때맨날만나서히히덕거리며놀기만하는우리들에게

친구오빠는’그렇게놀기만하면어떻하냐.창조적이고생산적인생각좀해봐라~’그랬었다.

그말이어찌나’아더매치’했던지…아주꼴보기싫어죽을뻔했었다.

(아더매치…아니꼽고더럽고매스껍고치사하고…60년대유행했던말.)

아마도지금은그친구오빠보다내가

더창조적이고더생산적일것이다.ㅎㅎㅎ

매주마다4박5일아들네로여행가다가

4박5일해외여행을떠난다.

똑같이4박5일인데아주다른느낌이다.

화분에물도더많이준다.

냉장고청소도하고,분리수거도하고,장농은왜정리하는지…ㅎㅎㅎ

짐싸기

아침저녁으로추울수도있으니긴옷준비하라고한다.

긴티셔스,얇은겉옷,면바지청바지,속옷,양말,세면도구,화장품

이것저것집어넣어도크지도않은여행가방이차지를않는다.

샌들을신고가고운동화를넣을까?

문자오는소리

‘최고기온이20도,최저기온이3도

두꺼운옷준비하세요.’

3월날씨잖아,3월에뭘입었더라~

두꺼운겉옷이랑,두꺼운바지하나더넣는다.

가방이빵빵해졌다.여행가방다워졌다.

또문자오는소리

디카꼭가져가세요.

이건잔소리지…ㅎㅎㅎ

혼자서파티

이나이에도어딘가로떠난다는것은마음설레이는일이다.

마음은일찍자야겠다고하는데잠이올리가없다.

어렸을적소풍가는전날밤처럼설레이는건매한가지다.

남들처럼여행을다닐수없었다.

여행이란것을생각조차못하고살았다.

운명처럼시집살이에매어있었다.

지금생각해보면내가너무융통성이없었다.

누구탓을안하려고노력한다.

지금에라도떠날수있는것에감사할뿐…

자꾸만마음한구석이허전하다.

하루종일퍼붓다말다하던비가그쳤나보다

내려가서캔맥주하나사온다.

혼자서의여행파티다.

젊었을때’군중속의고독’이란말을많이써먹었었다.

정말고독했는지,그말이멋있어서그랬는지…기억이희미하지만

정작외로움이내게다가왔을때는그말을쓰지않는다.

그러나쓰지않는다고해서외롭지않는것은아니다.

오늘같은날은정말이지그말이절실한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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