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닢쌈
길가에서할머니가직접키운것이라며애호박서너개,부추한웅큼,
그리고호박닢을보자기에펼쳐놓고팔고있다.
호박닢이연하고깨끗하다.
손질할필요없이씻어서겅그레놓고찌면될수있도록다듬어놓았다.
내가살것처럼쳐다보고있으니얼른검은비닐봉지에
담긴것을주며1,000원이란다.
집에와서씼으려고보니
빳빳한억센커다란잎에한쪽귀퉁이가썩어가는것도있고,
누렇게떠버린것도있다.
다시손질하니반타작이다.
보이는것과보이지않는것의차이가너무크다,
물건을살때꼼꼼하지않는나도문제다.
난이렇게당할때가가끔있다.
다시가서따지고물건을바꿔오는위인도못된다.
그냥나혼자속상하다만다.
몇장안되는호박닢을푸~ㄱ쪄서된장에쌈싸서맛있게먹는다.
윤정희였던가불란서에사는그녀에게무엇이제일먹고싶으냐고
물었더니호박닢쌈이라고했던것이생각난다.
그렇게호박닢쌈은집떠난이의고향같은맛이다.
할머니의영악한상술에비록넘어갔지만
오랫만에참맛있게먹은호박닢쌈이었다.
산책
엄마에게떼쓰는아이를’콜라’를사준다고데리고나왔다.
아이가보도블럭의칸을
내가어렸을적사방치기하듯이폴짝폴짝건너뛰며
할미도같이뛰자고한다.
시늉을해보지만이미그런것할수있는육체는아니다.
‘아니,이렇게…’
아이가폴짝뛰며시범을보여준다.
한번더해보지만여전히아이맘에안드는모양이다.
‘아니,이렇게…’
20층높이의아파트사이로까만하늘이보였다.
드넓어야할하늘이내시야에도모자란다.
모래알처럼작은별몇개가박혀있다.
어렸을적
쏟아질듯빛나던그많은별들은다어딜갔을까?
아이는콜라만생각하고
나는별을생각하며여름밤을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