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읽는 한시 몇 편

초가을

맹호연(孟浩然)

어느새초가을밤은점점길어지고

솔솔맑은바람쓸쓸함이더해가네

불볕더위물러가고초가집에고요함이감도는데

섬돌아래잔디밭에이슬이맺히네.

저승의주막집

이백(李白)

기(紀)할아버지께서는황천에서도

여전히맛있는술빚고계시리라

그러나무덤속저승에이백(李白)없으니

그술을누구에게파시려나?

고향에서온편지

원개(袁凱)

흐르는저강물삼천리나되는데

집에서온편지는겨우열다섯줄

줄마다줄마다별다른말없고

고향으로어서돌아오란말뿐

가을아침에보는거울

설직(薛稷)

나그네마음지는잎에놀라

밤새워앉은채로가을바람소리듣네

아침되어얼굴모습비추어보니

생애가바로그거울속에있네.

이상은(李商隱)

물건너고집안까지달빛마냥밝고

사람나무감싸고멀리까지맑구나

초생달그믐달을사람들은공연스레서글퍼하지만

둥근달휘엉청밝을때어디정답기만하던가!

국화

운수평

마냥도연명을좋아하여

서리내린덤불속술들고서가을꽃찾아가네

가을이익어가는때공명심따윈다버리고

동쪽울타리가에아롱진노을을그리네.

다듬이소리

백거이(白居易)

가을옷다듬이질뉘집아낙일까?

달빛썰렁바람쓸쓸그소리구슬프네

팔구월바야흐로밤은길어만가는데

천번만번그소리그칠줄모르네

날이새면머리카락온통백발되리니

그소리한번에흰머리한가닥늘테니까.

달빛과수심

이백(李白)

달빛쓸어버릴수없고

나그네시름형용할길없네

가을밤구슬같은이슬내리고

풀섶에이리저리반딧불나네

해와달끝내는스러질것

하늘과땅모두시들고말것

매미소나무에붙어울지만

그소나무늙은모습을어찌볼수있으랴?

속인들금단먹고장생불로한다지만

어리석은무리들은찾아들기어려운경지

사람은천년을사는것도아닌데

저마다인생이짧다고한스러워하네

술마시고옥호에들어앉아

몸을숨김이차라리보배로운지혜

이병한엮음

서울대교수들과함께읽는한시명편2권

‘이태백이없으니누구에게술을판다?’중

"가을"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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