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차를 타는 사람들

월요일새벽이면노원역에서떠나는첫전철을탄다.

이전철을타려면내집에서30분쯤버스를타고와야한다.

아직어둠이겆히지않은플렛폼에는전위미술작품속의소재들처럼

사람들이검은실루엣으로서있다.

전철안도마찬가지다.

자리마다띄엄띄엄몸을등받이에깊이파둗고정물처럼앉아있다.

그시간에는무가지신문도아직없다.

그렇게일찍떠나는사람들은대체누구들일까!

나는5시에일어나양치질을하고세수는그냥눈꼼만띠는정도로하고집을나선다.

버스정류장에서10~15분쯤기다려버스를탄다.

그리고전철노약자석구석자리에쳐박힌다.

그러나그이른시간에도엷은화장을하고깔끔하게머리손질을한내나이쯤의

여자들도있다.

나는그녀들을볼때마다어디서무슨일을하시냐고물어보고싶은데내꼴이

말이아니라못물어보곤한다.

동대문충무로회현동쯤에서거의내린다.

그부근에나이든여자들의새벽일거리가있는것같다.

어느날내가앉은건너편의자에20대중반의남자셋이탔다.

두사람은거의침묵하고있는데가운데앉은한사람만얘기를하고있다.

반은욕을섞어서…

‘씨발,지갑에만원짜리딱한장야!’

그리고공사장얘기를하고,십장을욕하고,경마장에간얘기를한다.

경마장에서는재미를못본것같다.

그리고지갑에달랑만원짜리한장만남은상태에서다시일하러가는모양이다.

나머지두사람은거의아무반응도하지않는다.

환승역에서그들이내렸는데그칸에탔던비슷한복장의사람들이많이내렸다.

전철에서내려마을버스를기다리며정류장에서있는데

정류장의자에몇사람이앉아있고한사람이서서얘기하는소리가들렸다.

아파트꼭대기로희미하게아침이오고있는중이다.

‘너는오늘나하고일한다.’

‘예!’

‘너안전화있어?’

‘없습니다.’

‘발이몇이야?’

‘155요.’

‘그러면제일작은것하나있으니그걸신도록하고,운동화신고는일을할수없어,

부상당할수도있으니까.’

호기심이생겨서곁눈질을하고보니가방도없이맨몸으로의자끝에어린남자가앉아있다.

‘너몇살이니?’

’93년생요.’

‘우리아들은90년생인데군대가있어!’

‘담배피우냐?’

‘예!’

담배피우고싶으면나한테얘기해,아무때나쪼그리고앉아피우지말고,

그러면너미움받는다.담배피울시간은내가줄테니까.

그리고될수있으면담배끊어,그거백해무익한거야.

그렇게해보겠다고어린남자가대답했다.

93년생이면우리나이로19살,고삼이나대학1학년생일텐데

그는새벽노가다판에나섰다.

버스에맨마지막으로오르는맨마지막으로보이던그의다리가너무가늘다.

금요일저녁집에오는전철

내옆자리에내나이쯤의여자가전화를한다.

‘내일아침7:30까지나올수있어?’

‘그럼000전철역으로나와!’

‘힘든일아니야!’

‘그래,그럼내일아침에만나!’

이런내용의전화를몇군데더하더니가방을한아름안고깊은잠에빠져버린다.

그녀의수첩은솜을펴놓은것처럼부풀어있고끝이도르르말려있다.

전화번호가한면에하나씩큰글씨로쓰여있다.

나처럼노안인데일일히돋보기쓰고보느니아예큰글씨로써놓은것같다.

내짐작에그녀는일거리가들어오면일의성격에따라

수첩에있는사람들을뽑아일을하는것같다.

나는새벽에막일을나가는이사람들이

국회의사당에서맨날쌈질이나하는정치꾼들보다훨씬건전하다고생각한다.

이두부류가모두밥그릇을위한싸움이지만

새벽에일하러가는사람들이훨씬정직하다.

정치꾼들은무엇이국가에이익이되는일인지옳은일인지다알고있지만

소속해있는당의당론에만따르기때문에자기신념이나소신이없다.

그러나새벽에일터로가는사람은비록하루벌어하루먹는다할찌라도

나는이사람들이훨씬더이나라에필요한사람들이라생각한다.

내가좀무식해서표현을잘못하겠지만말이다.

그리고나는이사람들이더좋다.

나는이사람들의일거리가많았으면좋겠다.

그러면이나라의경제도살아날것이라는생각이기때문에…

또나는이나라지도자급사람들이좀정직했으면좋겠다.

남을등쳐먹기에이골이난이사람들이

너무뻔뻔하니하는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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