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오는 날의 일기

비가오고있었다.

봄비다.

마치밀림속같은도심의아파트는유리창으로내려다보고

우산을쓰고가는사람들을보고서야비가오는것을알수있다.

여름날장맛비같으면유리창을두드렸건만

봄비란조용히오는거라서,

이제는세월에빗겨서있는나에게는감성으로도느낌이더디다.

그러나

창살에조롱조롱매달려있는빗방울만큼이나엮겨져되살아나는추억들을어찌하나!

출장에서늦게돌아와잠자고있는아들에게해윤이맏기고

병윤이쨔식데리고어린이집엘간다.

비는정말봄비답게보슬보슬오고있다.

도서관앞커다란둥근화분에막심어놓은화초들이싱싱하다.

아이는우산을빙그르르돌리며물발울은튕긴다.

녀석도비오는게좋은가보다.

‘3시30분에꼭데릴러와야되!’

이아이는3시30분이란개념도모른체언제나그시간을약속한다.

그리고어느시간이던데릴러가는시간이그에게는3시30분이다.

‘그래알았어!’

혼자집으로오면서어딘가멀리가고싶은욕망을억누른다.

비오는날이좋아서온종일거리를헤매이던때가있었다.

아주오래전일이다.

걷다가걷다가지쳐갈즈음

자주가던찻집에들어가면한둘아는얼굴이있었다.

구태여말하지않아도마음이통하던얼굴들…

집에오니아들은여전히잠을자고해윤이혼자거실에서놀고있다.

이아이는방에서아빠가잠을자고있다는것만으로도안심하고노는듯하다.

이것이바로어른들이이해하기어려워하는’믿음’아닐까?

에고,할미가또과대망상증에걸렸나보다.ㅎ

아무튼,너무기특해서힘껏안아준다.

3시30분이넘어아이를데릴러간다.

비는더오고,

해윤이년을유모차에태우고,

왼팔은깁스한채로유모차손잡이를잡고,

오른손으로는유모차손잡이도잡고우산도잡고

병윤쨔식앞세우고걸어가는꼴을상상해보시라.ㅎ

젊은엄마였다면씩씩해보였으련만…ㅎ

누추한할미이고보니불쌍해보이진않았을까?

누군가가사진을찍어놓고제목을

‘고달픈삶’이라든가’삶의고달픔’이라고붙였을장면이다.

누구는봄비맞으며사랑을고백하고

고백까지는아니더라도처음손잡힘에확달아오르던지

아니면봄비맞으며이별도좋겠다.

지금의내모습만아니라면…ㅎ

저녁에며느리에게바통건네주고집으로온다.

여전히오는비

비는땅만적시지않을것이다.

높이와깊이와넓이를알수없는마음도적시리라.

버스에서내려느리게걸으며집으로온다.

언제나불이꺼져있는집

오늘은웬지낮설어보이는내집,

문을열고들어서니

갇혀있던외로움이와락!내게로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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