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구경…..섬진강 따라 십리길

4월에걸려온전화

정일근

사춘기시절등교길에서만나서로얼굴붉히던고계집애

예년에비해일찍벗꽃이피었다고전화를했습니다.

일찍핀벗꽃처럼저도혼자가되어

우리가좋아했던나이쯤되는아들아이와살고있는,

아내앞에서도내팔짱을끼며,우리는친구지

사랑은없고우정만남은친구지,깔깔웃던여자친구가

꽃이좋으니한번다녀가라고전화를했습니다.

한때의화끈거리던낯붉힘도말갛게지워지고

첫사랑의두근거리던시간도사라지고

그녀나나나같은세상을살고있다생각했는데

우리생애사월꽃잔치몇번이나남았을까헤아려보다

자꾸만눈물이났습니다.

그눈물을감추려고괜히바쁘다며

꽃은질때가아름다우니그때가겠다고말했지만

친구는너울지,너울지하면서놀리다

저도울고말았습니다.

비그치고오전내내안개가끼었습니다.

서울을떠날적에는비도조금씩왔었지요.

이러다꽃구경못하겠다싶더군요.

태어나서처음관광버스타고꽃구경가는데말입니다.

그러고보니나는

그옛날창경궁으로벚꽃구경도못갔었네요.

섬진강이라네요.

아마상류이겠지요.

강을따라서가도가도꽃길이더군요.

그길끝에쌍계사가있다던데거기까지는못가구요.

30분을더걸어야된다기에발길을돌리고말았습니다.

바람이불때마다꽃비가내리네요.

오늘바람으로많이떨어졌을거에요.

절정이라고하더군요.

벚꽃그늘에앉아보렴/이기철

벚꽃그늘아래잠시생애를벗어놓아보렴

입던옷신던신발벗어놓고

누구의아비누구의남편도벗어놓고

햇살처럼쨍쨍한맨몸으로앉아보렴

직업도이름도벗어놓고

본적도주소도벗어놓고

구름처럼하이얗게벚꽃그늘에앉아보렴

그러면늘무겁고불편한오늘과저당잡힌내일이

새의날개처럼가벼워지는것을알게될것이다.

꽃그늘아래한며칠

두근거리는생애를벗어놓아보렴

그리움도서러움도벗어놓고

사랑도미움도벗어놓고

바람처럼잘씻긴알몸으로앉아보렴

더걸어야닿는집도

더부셔져야완성되는하루도

동전처럼초조한생각도

늘가볍기만한적금통장도벗어놓고

벚꽃그늘처럼청청하게앉아보렴

그러면용서할것도용서받을것도없는우리삶

벌떼잉잉거리는벚꽃처럼

넉넉하고싱싱해짐을알것이다.

그대,

흐린삶이노래처럼즐거워지길원하거든

이미벚꽃스친바람이노래가된

벚꽃그늘로오렴

눈이시리도록,눈물이나오도록,질리도록,

벚꽃구경을하고왔습니다.

이봄아무여한없이…ㅎ

옅은안개가하루종일끼어있어서

강건너산과마을들이꿈을꾸고있는듯했습니다.

그리고

강과꽃이친구처럼어깨동무를하고함께흘러가고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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