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모퉁이 붕어빵집

전철에서내려집으로걸어오자면

학교의높은담을끼고반바퀴돌아온다.

내생각에이담이라는게거리를참적막하게만든다.

담을끼고걷자면추운날은더춥고,비오는날은더구중중하다.

오늘처럼비도조금오고바람도부는날이면

고골리의"외투"가생각날지경이다.ㅎ

좀멀지만이길말고딴길이있는걸나중에알았지만그동안버릇이되서

저절로이길로오고는한다.

이긴담의모퉁이에붕어빵집이있다.

초록색텐트로지은작은천막집인데언제나닫혀있다.

내가이곳으로이사하고두달이지나서도열려있는것은한번도못보았다.

그러던낙엽이물들기시작하던시월말쯤의금요일,

딴금요일날보다조금일찍집에오던날

그붕어빵집을아무생각없이지나치는데

작은목소리로,목구멍으로기어들어가는작은목소리로,

‘따끈따끈한붕어빵있어요.’

여자목소리였다.

나는깜짝놀라발을멈추었지만이미붕어빵집을서너걸음지난뒤였다.

비닐속에나만큼늙은여자가보온병에손을언고서있었다.

그날은조금망서리다그냥집으로왔다.

그리고그날도좀일찍집에오던날

그붕어빵집이열려있었다.

나는작정하고비닐문을열고들어갔다.

‘얼마에요?’

난솔직히붕어빵을산본적이없어서가격을모른다.

천원에3개란다.

그런데5개가남았는데1,500원에가져가란다.

따져보면많이싼것도아닌데내귀에는거저주는것같이들리더란말이다.ㅎ

‘장사잘되세요?’

‘잘되기는요,까스값빼기도힘들어요.’

누가하겠다는사람있으면얼른내주고싶단다.

노느니시작한것인데팔리지않는것도문제지만몸이안따라준다는것이다.

나하고똑같다.

늙으막에사서고생이다.

속으로웃으며’주말에는안해요?’

주말에는학생들도등교를안하니장사가더안된다고한다.

나는주말에만집에오니닫혀있는붕어빵집만볼수밖에없었었구나.

집에와서붕어빵3마리를전자렌지에다시데워우적우적먹는다.

아주오래전20대때

내생애에가장찬란했던때

성탄이다가오면교회에서는아이들의성탄연습

성가대에서는칸타타연습이시작되고

직장에서곧장교회로달려가던때

커다란톱밥난로,아니면32구공탄난로가이글거리고

카다란주전자에는물이설설끓고있고

하얀입김을뿜우며들어와서그난로가에서면온몸이사그러들던그따사하고푸근함

주전자에서뿜어내는하얀수증기사이로얼핏얼핏보이는친구의상기된얼굴

행복이란낱말을구태여안써도행복했던시절이다.

누군가늦게온게미안해서…

또는목사님,장노님,성가대장님이오시면서

마분지색갈의종이봉투에사가지고오시던군고구마,국화빵,

그때는붕어빵이아니라꼭국화꽃송이만한국화빵이었는데

우리들은거의’풀빵’이라고불렀다.

톱밥난로앞에서시시덕거리며먹던풀빵맛!

한입깨물면입가로흐르던뜨겁고달던팥소

먹을것이넘쳐나는지금의어느맛하고도비교가불가한맛이었다.

그맛은내그나이의추억처럼

어느것과도비교가안되는아주특별한맛인듯하다.

붕어빵3마리를나란히놓고먼과거로의추억!

이맛도괜찮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