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에서 만난 19살 ‘번개맨’

노약자자리벽쪽으로한청년이앉아무엇을만들고있었는데

그자세와표정이눈길을끌었다.

어깨를한껏웅크리고손가락사이에서보이지도않는작은것을

만지작거리고있었는데온신경을손가락끝에집중하고있었다.

얼마후환하게웃으며’다접었다!’하며작은것을높이들어올리며소리쳤다.

그리고옆에무심히앉아있는50대쯤의남자에게보여주며자랑을했는데

그사람은아랑곳하지않았다.

맞은편에앉아있던내가’뭐니?’하고물었더니내게로와서보여주었다.

조그만’학’이었다.

‘이걸접은거야?’

‘녜!’

청년은고기를크게끄덕이며제자리에앉더니

가방에서색색종이로접어만든팔각형상자를꺼내더니접은학을거기에넣었다.

‘나좀보여줘!’

청년은얼른내앞에와서상자안을보여준다.

10개쯤의작은종이학이들어있다.

‘네가다만든거야?이상자도?’

청년을그렇다고하며펄쩍펄쩍뛰며아주좋아한다.

우리병윤이같다는생각을한다.

다시자리에앉더니가방에서공책과필통을꺼내더니무엇인가쓰고있다.

나는또보여달라고했다.

‘학을접어서팔각형상자에넣었다’라고썼다.

그리고바로윗줄에는오늘날자가적혀있고

‘소요산가는전철,00000000호’라고쓰여있다.

그청년의일기장인것같았다.

옆면에도날자와그날의행적을꼼꼼히적어놓았다.

글씨가’12pt’쯤크기의인쇄체로또박또박명확하게적혀있었다.

‘너글씨참잘쓰는구나!’

청년은좋아했다.

‘몇살이야?.

’19살요.’

공책이랑필통이랑팔각형상자랑주섬주섬가방에집어넣고어깨에메고

벼란간펄쩍뛰어출입구의좀넓은공간에서더니

‘번개맨’동작을취하기시작했다.

주말이면ebs의’딩동댕유치원’에나오는그번개맨!

‘얍!얍!얍!’소리까지지르며…

무심하기만하던옆자리남자도내옆에앉아있던할머니도,또다른사람들도

모두이청년을쳐다보고있다.

청년이큰소리로’얍!!!’하면서문을향해손을뻗혔다.

그러자문이열렸다.

번개처럼그청년이문으로달려나갔다.ㅎㅎㅎ

마치청년이손을얍!하고뻗으니문이열리는것같았다.

‘열려라!참깨!’라고외친것처럼!

우리모두는청년이번개맨흉내를내는것만보았지

전철이플랫홈으로들어오는것은모르고있었다.

청년은계산하면서전철이멈추고문이열리는순간을절묘하게포착한것이다.

청년이번개맨처럼빠르게문을빠져나가는것과

사람들틈을껑충껑충뛰어사라지는것을보며웃고있었다.

내옆의할머니가한탄하듯

‘저허우대를어쩌나!.했다.

180cm도넘을듯한훤칠한키,부숭부숭한종아리의털,

차두리처럼길고각진멋있는얼굴!

그런데,그런데…

정신연령은병윤이쯤인것같다.

학을접게하고

행적을공책에적게하고

번개맨이되게하고…

그런덜영근아들을세상에맨몸으로내보낸

그어미의마음을헤아릴수는없지만

어쩌면아들을내보내고그아들을위한끝없는기도문을외웠을

어미를생각하면가슴이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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