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가고 가을 오네요.

여름내활짝열어놓았던창문을조금씩닫다가

어제밤에는아주닫았습니다.

밤바람이서늘해서…

끝이없을것같았던,영원할것같았던여름날의진득한더위는늘

이맘때면맥없이힘을잃습니다.

진록색의나뭇잎들도조금씩탄력을잃어가고

내피부도기름기가빠진듯까실까실해집니다.

그래서살갖을감추고싶고,

여름내맨발이었는데양말을꺼내신습니다.

언제나여름의끝자락엔그랬지요.

내베란다에서

여름내극성스럽게피던한련도잎사귀가마르기시작해서

이제는다헤어진옷처럼남루합니다.

그만뽑아버릴까하다가도아직못피운꽃봉오리가몇개있어서그냥둡니다.

꽃이나사람이나제수명은살아야하니까요.

계절없이죽는사람보다계절따라죽는꽃들은

죽을때를스스로알수있어좋겠다는생각을합니다.

이제그여름은

가을에게자리를내주고뒤짐지고저만치가고있습니다.

그러나계절은간다고아주가는것은아니지요.

어느지점에이르면또우리앞에와서작열하겠지요.

어쨌든여름이가고있습니다.

다시양육의늪에빠졌습니다.

네번째!

힘들겠다구요?

힘듭니다.

그런데내가무난히그일을해내고있다는거지요.

나도내게놀랍니다.

허리,목디스크에퇴행성무릎관절,이런몸으로요.

다행이아이가순합니다.

7,8월을꼼짝없이붙잡혀있었습니다.

며느리가젖몸살까지나서더길어졌습니다.

이제9월,

바다에도가고싶고,산등성이에도서보고싶고,

논둑길도걷고싶고,낯선먼곳에서하룻밤지새우고도싶고…

그나이에철딱서니없다고말하고싶겠지요.

오고있는가을,

철딱서니없이마구헤매이고싶습니다.

마구헤매일겁니다.

응원해주기바랍니다.

그럼안녕히!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