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뱅이 매화

 

올해도 베란다 창문밖에 매​화가 피었습니다.

남쪽의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전해 올적에도 ​이 매화는

필 생각도 안하고 게으름만 피우며 입을 꼭 다물고 있더니

며칠 기온이 올라가더니 활짝 피었습니다.

누군가의 표현 처럼 팝콘을 튀긴듯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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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으로 이사 올때는 여름이 막 지났을때 였는데

창문으로 푸른 나무가 보이는것이 참 싱그러웠습니다.

가을에는 은행이나 단풍같은 극명한 색갈의 단풍은 아니었지만

은은한 노란색이 감도는 색갈로 변했습니다.

가을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어서 나는 ‘창가의 가을’ 을 음미할 수 있었습니다.

겨울은 겨울대로 좋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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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습니다.

주위의 벗꽃들 보다 한발짝 먼저 피더군요.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무슨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벗꽃이나 복숭아꽃은 아닌게 분명하고… 그러면 살구꽃?

꽃 사진을 가족 카페에 올리고 무슨 꽃이냐고 물었더니

내 형제들도 모두 살구꽃 같다고 해서 이 나무는 살구나무가 되었습니다.

꽃지고 열매가 맺히는데 딱! 살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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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가 조금씩 커가는데 사람들이 와서 나무 가지를 마구 흔들어 살구를 따갑니다.

‘아니 익지도 않은 살구를 왜?’

의문은 생기지만 내 살구나무도 아니고…ㅎㅎ

그래도 사람의 손에 안 닿는 꼭대기 살구는 무럭무럭 자라서 노랗게 익어 가더군요.

그리고 조금만 바람이 불면 우두둑 떨어지는데 그걸 또 사람들이 주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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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렷을적 고향의 살구나무

농익어 살이 쩍쩍 벌어져 땅에 떨어지면 주워 먹던

그 새콤하고 달달한 맛이 생각나서 쪼그리고 앉아 몇개 줍고 있노라니

경비아저씨가 물끄럼히 날 쳐다보고 있다가

‘그게 뭔지 아세요?’ 그러십니다.

‘살구 아니에요?’ 난 당연한듯 말했습니다.

‘매실이에요.’ ​

그래서 이 매화나무는 잠간 살구나무가 되었었지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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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창문앞에 매화가 피고

이름 모를 새들이 와서 시끄러운 그들의 언어로 놀다 가기도 하고

또 송이송이마다 매실이 맺히고…

봄은 그렇게 슬며시 왔다가 슬며시 가버릴테고…

​나는 또 봄을 기다릴테고…

내게 몇번의 봄이 남아 있을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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