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아침

자연의평화가느껴지는고요한아침입니다.

연휴인탓일까요?

물속에사는내친구들을보러나섭니다.

빵냄새만맡고도곤히자던잠을후다닥팽개치고

휘청거리는오리들,오랫동안굶주렸던모양입니다.

아니,어제저녁을굶은모양입니다.ㅎㅎ

강한가운데서우아하게산책을즐기고있는

백조의몸짓마저도조용한아침입니다.

친구

오페라의카페에친구와자리를잡고앉았습니다.

오랫동안잊어버리고있었던관계였습니다.

그냥한번쯤정통프랑스식레스토랑으로초대하고말리라..그렇게마음먹었던것같은데

그한번의만남이폭풍처럼그리움을몰고왔나봅니다.

생각해보면즐거웠던기억이없었던것같은데말입니다.

늘보는사람들이코크고눈큰사람들이다보니

친구를보았을때턱없이초라해보이는느낌을지울수없었던것같습니다.

마레지구에있는이스라엘식당으로친구를안내했을때

생전처음먹어본다고좋아하는친구,그친구도사실파리에서8년이란세월을보낸친구입니다.

그리고돌아섰는데

자꾸맛잇는과일도사다맛보여주고싶고

또다른식당도데려가주고싶다는생각이새록새록생기는것입니다.

아마도내안에어떤그리움이있는데모르고살았던가봅니다.

알수없는감정의흔들림으로내안의그무엇인가를또확인하는시간도되었던것같습니다.

그런데역시한국친구는마크있는제품을좋아하는군요.

거금을주고마크있는옷을주저없이사고는좋아하는친구를보며

난,어느만큼다른문화에물들어버렸는지도가늠해보는시간이되었습니다.

자꾸거금을들여물건을사는그친구는어쩌면내앞에서커져보이고싶어서인지도모르겠습니다.

결혼식 칵테일 파티

하늘이티끝한점없이맑은날입니다.

언니처럼엄마처럼나를사랑해주는쟈닌의딸결혼식에

초대를받았습니다.프랑스사람들의결혼칵테일파티장면을구경해보시죠.

결혼식칵테일파티에초대된사람들이올라가고있습니다.

텐트밑으로이렇게뷰페상이차려져있습니다.

좀처럼웃지않는쟈닌의딸이오늘만큼은활짝웃고있습니다.

오늘의주인공,신부입니다.

신부뒷모습도이쁘죠?이친구는영화를가르치는교수입니다.

신랑,신부가타는차

넓은아파트정원에식탁이준비되어있고음식은각자가져다먹습니다.

단발머리의여자분의상이이뻐서찍었는데등받이때문에가려졌군요.

신랑,신부가친구들이랑사진촬영을하고있습니다.

이칵테일파티는오후3시30분에시작된것이었고

오후7시에는센느강의유람선으로옮겨서식사를즐기며새벽2시까지

결혼피로연을합니다.

신랑,신부의인생이저파란하늘처럼희망과기쁨으로만가득차기를

기원해봅니다.

어린 기억 속의 토쿄

아버지를따라도착한토쿄의호텔이름은’토쿄’였다.

긴복도의빨간카펫트가내어린시절의기억을뚜렷하게장식하고있다.

빨간복도를따라안내되어간호텔방에는텔레비젼이있었고

그텔레비젼안에서는어린이를위한이야기극이방송되고있었다.

일때문에외출하신아버지를기다리며동생과나는말도알아듣지못하는그연속방송극을

열심히시청했었다.말을알아들을수는없었지만무언지괴기한분위기가흐르는그방송극속의어린이들…

그리고길고까만머리를흩트린채나오는어떤무서운여자,그여자의머리채가껍질째벗겨지는모습에

혼비백산하여그밤내두려움으로떨었던기억이있다.

무섭고괴팍한분위기를연출하는것은어쩌면일본인들의특성인것같기도하다는생각에이른것은

그이후로도한세월이지난후이다.

그저녁아버지의지인들에초대되어간중국레스토랑에서무엇을먹고싶냐는아버지친구들의질문에

동생과나는’짜장면’을요구하여그친구분들을곤란하게했었다.

짜장면은한국식중국음식일뿐다른나라에서는존재하지않는음식이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그분들은짜장면을닮은면을준비해주셨었다.

당시에난,얼마나가정교육을받지못한어린애로생각되었을까하는깨달음도한세월이지난후에

깨달았던것이다.

당시한국의겨울은볼이찢어질듯혹독한추위로비는꼭여름에만볼수있는현상으로알고있었는데

토쿄의겨울은비를이미알고있었다.

모방의대가인일본인들은이미파리의에펠탑을모방하여토쿄의한중심에에펠탑을세워놓고있었다.

훨씬나중에알게된이야기지만19세기말,20세기초엔프랑스에서도일본을모방하는바람이불고있었다.

유명한작곡가모리스라벨의집을방문하면그잔재를엿볼수있다.

꿈을 쫒는 사람들

TV에서꿈을실현하기위해현실의안정을버린사람들에대한이야기가나왔다.

그중에벤자민이라는39세의프랑스남자의이야기가공감이갔다.

벤자민은프랑스에서가장똑똑한사람들이가는에꼴폴리테크닉을졸업해서

비행기노선을컴퓨터로조정하는일을했었다.

한달봉급이4500유로(한국돈675만원정도)이다.

결혼해서아이들이셋이나되는가장이다.

그는인생최대의모험이될결정을했다.

높은보수를받는직장을그만두고자연속으로들어가살계획을한것이다.

숲을사서그숲속에통나무로집을짓는데혼자서그일을다하는것이다.

숲에서가까운마을에임시로집을사서그는1년째매일8시간씩집짓는일을하고있다.

생활은마사지를하는부인이꾸려나가고아이들을학교에데려가고데려오는일은그가맡아서하고있다.

다른일체의부속품을사용하지않고오로지나무를베어서통채로집을짓고있는데

올해말쯤이면그집이완성이된다고한다.

현대문명에싫증이난그의심정이이해가되지만

너무나무모한도전이라는느낌이들었다.

현재그의부인은도시의편안한생활이좋긴하지만남편의뜻이라따르기로했었다.

그런데장인되는사람이딸의앞날이걱정된다고말하고있다.

그것은앞으로숲속에서19세기처럼살게될텐데그렇게되면딸이아이들셋을데리고

엄청고생을할것이기때문이란다.

특히겨울이면추위가장난이아닐테니까말이다.

벤자민의경우에는체력이있으니까그런무모한결정도어쩌면가능했던것같기도하다.

말이그렇지.숲속의나무를잘라서통나무로집을짓는일을일년째하고있는그의지와체력이라니…

특히한달에4500유로의봉급을포기한일이대단한사람이다.

어쩌면나도그런류의사람이긴한데

나에게도벤자민과같은체력이있었다면집짓는일에한번쯤도전해보았을텐테..하는생각도들었다.

벤자민의친구들중에는몽골식집을지어서아주원시적으로살고있는사람들도있었다.

그것은일종의환경을보호하고자하는차원에서시작된것이기도했고

기계로부터해방되고자하는어떤인간의의지일수도있는것이다.

현대식교육으로부터소외될그의아이들이조금걱정이되기도한다.

어쨋든자신만만한벤자민이어떤식으로그의꿈을실현해갈지주목해보아야겠다.

그가짓고있는통나무집사진을구할려고인터넷을뒤져보았지만찾아내지못해서

이웃분들께조금미안하다.

낚시하는 사람들

하늘이낮게가라앉은날입니다.

전,이런날씨를좋아합니다.무한한사색의심연으로

침잠해들수있는느낌이들기때문입니다.

강가에산책을나섰습니다.

언제나처럼고요히흐르는물결을바라보고

스치는발길마다부딪치는잡초들과대화하면서

한껏사색에빠져드는것이죠.

낚시를하고있는사람들을만났습니다.

조그만텐트를쳤는데아마도비가올것을예비한

텐트인것같았습니다.

디카를꺼내어서일단사진을찍었습니다.문득낚시꾼들중의한사람이저를바라보며사진을찍었다고

중얼거립니다.얼른제가답했습니다.사진찍은것이걸리시면제디카에서제거해드릴께요.

멋적은듯이괜찮다고대답합니다.그러고보니작년이맘때도이곳에서낚시를하고있던이들입니다.

저희들끼리무어라고말하는데어느나라말인지감이오지않습니다.조금러시아말같은분위기를가지고

있습니다.궁금증이들어물어보았습니다.어느나라분들이세요?폴란드사람들이랍니다.

국방색옷을입은것을보면군인인지도모릅니다.

도시에살면서흙을밟는다는것도어쩌면축복입

니다.고요이흐르는강물이마치비단결같습니다.

나무냄새도흙냄새도그리고강물냄새도…

오늘은한층그농도를짙게하고있는듯도싶습니다.

물과흙과공기만있으면어디에서라도불쑥불쑥

생명들이태어납니다.그래요!어쩌면우리는충분히

행복할수있는필요충분조건들을이미다갖추고

있는것입니다.

새삼흙길을밟으면서감사의기쁨에젖어듭니다.

산책에서돌아오는길이었습니다.

아까의그낚시꾼이자기가잡은고기를사진

찍지않겠냐고말을겁니다.’오케이’

그는부랴부랴강밑으로내려가서잡아논물고기를

가져왔습니다.제법큽니다.

그리고자랑스럽게미소를지으며폼을잡습니다.

그를사진찍으라는이야기였나봅니다.

문득작년의기억이떠오릅니다.

무척수줍어하며나를몰래몰래훔쳐보는것을

느낄수있었던기억이있습니다.

올해는좀더용기가생겼나봅니다.

금발의긴머리를뒤로길게묶었습니다.

얼굴도미남이고..어쩌면재미있는일이생길지도모르겠습니다.

돌아오는길을따라오는것같다는느낌도들었습니다.슬쩍친구집으로들어갔습니다.

행복한 소년

내가그에게관심의눈길을주게된것은아주단순한거슬림때문이었다.

늘가는슈퍼에서길게줄을서곤하는데

어느날인가앞줄의진도가전혀나가지가않는것이었다.

앞을바라보니어떤미소년이서있었다.

아니어쩌면그는청년인지도모른다.

그런데어찌나동작이느린지짜증이날정도였다.

그리곤그의한일자로멋있게다물은입에서말이튀어나오는데

역시느리고더듬거리는…그래서얼른그가정상인이아니라는사실을느끼게하는언어였다.

그리고난,그를상대해서친절하게대하고있는슈퍼점원이참괜찮은여자라고생각하고말았다.

아주느리게계산을하고그리고돌아서는그청년의다리가약간절고있다는것을깨닫고

마음이싸아하기도했었다.그는가벼운정신박아였던모양이다.

한쪽손이약간비틀어져있었고다리를약간절고있었다.

그이후도가끔그를슈퍼에서마주치곤했는데

늘어눌한말투로계산을하곤했지만전혀주눅이들었다거나

자신을부끄러워하는기색은없는것이참으로대단하다는생각을하곤했다.

그러던어느날,

그소년의티없이맑아보이는얼굴이화안해지는것을보았다.

늘처럼계산대에줄을섰는데그소년이저앞에서있었다.

계산을해주는점원이아주아름다운금발의처녀였다.

그금발의처녀는아주오랜친구라도대하는듯스스럼없는미소로그를대하고있었다.

계산을마친,그소년의발걸음이마치하늘을날기라도할듯이경쾌해지는것을느꼈다.

온얼굴에행복한웃음을머금고날아갈듯돌아서는그미소년의몸짓에

나까지행복이전염된듯흐믓해지는것이었다.

그래서깨달았다.

아!상냥한말투한마디에저토록행복감을느낄수있는저소년은

정말행복한사람이구나하고…

어쩌면그의불구는그를불행하게하는것이아니고

그를오랫동안행복하게있을수있도록해주는요소일수도있겠다는깨달음이었다.

아이들의 인종차별

전철안에서일입니다.가녀린프랑스여인이커다란

짐가방을끌고아이둘과함께힘겹게올라탔습니다.

허겁지겁아이들을제앞좌석으로몰아넣습니다.

그리곤가방에서쵸코렛빵이든봉지를서둘러아이들

에게건넵니다.무언지모르게몹시덜렁거리는

엄마라는인상이듭니다.아이들은빵을꺼내어서먹기

시작합니다.말없이가만히바라보고있었지만참으로

껄끄러웠습니다.휴지라도꺼내어서건네주고싶은

마음을누르며바라보았습니다.

그렇게한정거장이지나자어떤흑인여인이

올라타면서제왼쪽빈자리로비집고들어옵니다.

통통한모습의그흑인여인은아이들을보자말을

건넵니다.아이들은대꾸를하지않습니다.

그러거나말거나흑인여인은야무진몸짓으로아이들의무릎에떨어져있는빵부스러기들을마구털어내어줍니다.

짐가방때문에조금떨어져서앉아있는아이들의엄마에게어디에사냐고정답게묻고이런저런말을건넵니다.

문득용기를얻은저도가만히휴지를꺼내어아이들에게건네어주었습니다.지저분해져있는입술주위를닦을수

있도록말입니다.여자아이는냄큼그휴지를받는데남자아이는거절합니다.아마도이남자아이는굉장한

인종차별주의자인가봅니다.가끔그런아이들이있습니다.같은백인이아니면손끝이스치는것조차도싫어하는

그런아이들이말입니다.저도그랬던어린시절이있었습니다.흑인남자식모가싫어서못되게굴었던…..

옆의흑인여자는그래도아이들이이뻐죽겠다는표정

으로아이들에게말을겁니다.빈봉지에남아있는

빵가루를자꾸손가락으로찍어먹고있는남자아이

에게저도한마디했습니다."빵이하나쯤더있었으면

좋겠지?"

아이가엄마를향해소리칩니다."엄마!빵더없어?"

엄마는빵이없다고대답합니다.

어느나라아이이던아이들은이쁩니다.아마도그것은

아직나쁜생각들을가지고있지않기때문이겠지요.

그럼에도불구하고차별의문제는해결책이없는

것인지도모릅니다.언제나문제는차별에서비롯

되는데모든차별을있는그래도인정해주는것,

어쩌면그것이문제의해결점일지도모르지요.아이가

조금씩친근한눈길을보내기시작하는데그만내릴

지점이되어버렸습니다.아쉽지만’잘가’라는인사한마디를하고전철을내렸습니다.

다섯번째 돼지

오랫만에미레이를만났다.

미레이는아버지를모르는채의붓아버지에게서자랐다.

그럼에도불구하고그녀는친아버지가그림을그렸기때문에아버지의유품인그림을얼마간소유하고있었다.

오늘은오래된아버지의앨범속에서찾아낸그림을보여주었다.

아마도1943년경에그린그림이라고했다.독일군에의해감옥에갇혔을시절에그린그림이라고했다.

네마리의돼지가그려져있는데맨위에’이그림을잘접으면다섯번째돼지가나옵니다’라고쓰여져있다.

나에게그림을접어서다섯번째돼지를찾아내보라고했다.

그녀의아들은듣자마자찾아냈다고한다.

이렇게저렇게궁리를해보아도도저히다섯번째돼지가보이지않는다.

기다리기가지쳤던지미레이가먼저어떻게접어야나오는지보여주겠다고했다.

드디어…….

돼지가아니라사람얼굴이나오는것이었다.

히틀러얼굴이란다.다섯번째돼지는다름아닌히틀러였던것이다.

당시에히틀러를돼지라고했더라면분명히총살감이었다고한다.

한국에있을때히틀러를우상시하는남자들을많이보았던기억이있다.

유럽에서히틀러는참으로위험했던인물,살인마로기억된다.

인류역사상최고의범죄라고할수있는범죄를저지른인물이다.

가끔텔레비젼에서유태인학살이있었던다큐멘타리를본다.

정말끔찍한사건이었다.

어쩌면그것은뛰어난사람들에대한열등감으로키워진증오의발로였던것이다.

정신병적증오!

당시프랑스에서는단한명의생명이라도구할려고목숨을걸고활약했던이들이있었다.

열차에실려가스공장으로실려가는유태인들의목숨을하나라도더구할려고암암리에활약했던프랑스인들..

요즘은그렇게의로운프랑스인들을보기가쉽지않다.

아마도그것은물질적풍요가가져온결과이지십기도하다.

조개의 생명

얼마전된장찌개를끓여었다.

대하를삶고난물에된장을풀어서호박,다마네기,풋고추를넣고끓였더니

톡쏘는맛과함께어우러진된장맛이참으로일품이었다.

오늘은슈퍼에서일부러조개를샀다.

멸치와함께국물을우려서된장찌개를끓여먹을참이었다.

물론조개를사고자슈퍼에갔던것은아니고슈퍼에서우연히조개를발견하고

된장찌개끓일생각을했던것이다.

200g을샀다.그리고소금물에30분간담그어서조개가더러운것들을뱉어내도록할참이었다.

커다란용기에조개와물을담고굵은소금을잔뜩뿌려주자

물속에서갑자기거품이하나솟아나는것같았다.

신기한생각이들어서자세히들어다보자하얀조개가뚜껑을약간열고살을들어낸다.

그러고보니조개도생명이라는생각에이르른다.

그렇다면난,지금살아있는생명을끓여서먹을잔인한생각을하고있는것이아닌가!

문득내가어떻게이렇게잔인한인간일수가있는가라는회의가들기시작한다.

저소금물속에담겨있는조개들을산채로뜨거운물에끓이는것은….

아!고민된다.

결국난,오늘된장찌개를끓이지못했다.

저살아있는생명들에게하루의생명을연장시켜주기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