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지 말라. – 푸쉬킨

전철에올라탔는데제앞자리에앉아있는흑인여인의무릎에앉아있는아이가요란하게울음을터뜨립니다.
두살쯤되었을까기다란몸매를뻗팅기면서울어제끼는것이었습니다.
그아이가우는이유가무엇일까유심히쳐다보았습니다.그흑인엄마는
우유병을들췄다물병을들췄다차분하게그냥있습니다.

아이는눈에눈물을뚝뚝떨구면서울다가제가쳐다보는눈길에머슥합니다.
한참을쳐다보니갑자기눈살을찌뿌렸습니다.저는또그아이가왜눈살을찌뿌리는지
이유를알고자생각합니다.그리고계속제가쳐다보니까갑자기주먹을불끈쥐어서내보입니다.

그래도계속쳐다보니까아이는주먹을들어저를칠기세입니다.
여전히울음을그치지않은채그아이는눈살을찌뿌리고있습니다.

눈물을뚝뚝떨어뜨리며주먹을불끈쥐는그아이가저는갑자기무서워졌습니다.
‘애,너인상을쓰니까무섭쟎아.’하고내가말을했습니다.
그래도아이는인상을더찌뿌리면서주먹을불끈쥐는것이었습니다.

그래서저도주먹을불끈쥐어그아이에게보여주었습니다.
그랬더니의외로아이가인상을부드럽게하며동작을멈추는것이었습니다.

아이라서순수할것이라는제믿음이깨지는순간이었습니다.
아마도아이는울고있는아이의모습을바라보는제게수치심을느꼈는지도모릅니다.
그래서바라보지말라는표시로아마도위협을했던가봅니다.
힘으로해결하고싶었던게지요.ㅎㅎ
그런데저보다더큰주먹을내보이는나에게기가죽었던것같습니다.

참,이렇게어린아이도힘으로세상을살려고하는가보다헛웃음이탁터져나오는것이었습니다.
그래서때로는부드러움보다는무력으로대처할때도있어야하는지모르겠습니다.ㅎㅎ

전철에서의 아침 식사

가끔출근시간에전철을타면출근하는사람들의긴장감이느껴지면서또새로운세계를들여다보는느낌에
젖는다.오늘아침일찍약속이있어서전철을탔는데전철속에재미있는광경을발견했다.
그는아마도출근하는남자같았다.귀에다전화이어폰을길게내리꽂았는데가방외에비닐봉지에서
커다란우유병같은것을꺼내고있었다.우유빛이나는액체였는데두유같기도했다.
1리터는됨직한병에우유인지두유인지모를액체가담겨있었고또열개는될것같은토스트가들은봉지를
또꺼내고있었다.원래호기심이많은세실리아가살펴보니아무것도바르거나첨가하지않은토스트빵조가리였다.

한국에서같으면집에서대충먹고출근할텐데저것도이곳사람들의특성이다싶었다.
과일도없고견과류도없이맨토스트빵을게다가저렇게많은분량의빵을먹기위해서
집에서챙겨나온것이다.그리고천천히먹는것이다.

때로는점심시간때에도먹을것을챙겨서포크로조그만용기에담긴야채살라드같은것을전철안에서
먹는사람들도발견한다.게다가내프킨까지한손에들고입주위를닦아가면서먹는사람들을발견하곤한다.

전철안에서도자기집에서와같은편안한마음으로마음대로식사를하는문화,시간을벌기위해서그들이
생각해낸합리적생활문화인지도모른다.

레바논 할머니 집에서

새벽부터이슬비가조용히내리고있습니다.어제저녁,아주오랫만에레바논할머니집에갔는데

두살된아기가입으로푸우푸우하길래’우리나라에서는아기가저러면비온다고해요.’정확히들어맞았습니다.

할머니가올해내내병치레를하시느라고병원에입원하셨다가나오기를반복하셨어요.

걱정이되어서가보았더니,아주잘생긴아기가와있는거에요.미장원에가서펑크머리를한아이가

커다란눈으로연신저를바라보았어요.아마동양여자를처음보았기때문이겠지요.전,그만한눈에

아기에게반해버렸습니다.눈썹이짙은그의엄마가이아기를배속에잉태하고있을때보았는데

글쎄어느새아기가나와서이렇게자라나있는거였어요.너무나신기했어요.

레바논할머니는동물을매우사랑하시는,그리고저처럼고기를먹지않는베제테리안이신데요.

무척멋쟁이할머니이십니다.아랍세계를꿰뚫는통찰력을가지고계신할머니이십니다.

레바논의굉장한집안에서태어나셔서풍기는외모도귀족풍이신데독신으로당당하게살으셨습니다.

80이가까우신데도재치가뛰어나시고늘집안에새를기르시고고양이,개그리고사람들이들끓습니다.

두살된아기는연신집안의장난감들을가져다저에게건네줍니다.

‘할머니,애때문에할머니집안거덜나겠어요.’아기가제가마음에들어났봅니다.

아니,우리는둘다사랑에빠진것같습니다.아기가있으니까갑자기집안이환해지고명랑해진것같습니다.

엉덩이에뼈를교체하는수술을하신후,많이나아지신할머니는앞으로좋은일을하는단체를만들고

싶다고하셨습니다.저도좋은일이라고맞장구를쳤습니다.

세상이아무리각박해진다고해도그래도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것은사람이라고생각합니다.

조선일보블로거친구님들!

즐겁고아름다운성탄절누리시기를기도합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아침에눈을뜰때까지는몰랐었다.세수를하기위해세면대로갔을때아니!!!
거울속에이상하게생긴인간이서있는것이아닌가!
왼쪽눈꺼풀이빨갛게부풀어오른상태로뾰두락지가솟아올라있는것이었다.
흔히어렸을때잘생기던눈다락지같은것인가하고들여다보았는데아니었다.
행여나잘못만져서흉터가지면그래서영원히이런몰골을하고다니면..하는불안감이들었다.
아침에중요한토론장에가야하는데’에잇’포기해야지.

창밖을내다보니해가화창하게솟아올라미소를짓고있었다.이렇게해가밝은날은?
아이디어가떠올랐다.’그렇지,선그라스를끼고가면되쟎아!’
아이왜그렇게머리가안돌아갔던거지?잘못하면중요한것을놓칠뻔했쟎아.

겨울이면늘회색빛하늘에익숙해져있었던터라햇빛화창한날에는겨울에도선그라스를쓸수있다는
생각을할수없었던거다.밤새어떤벌레가하필내왼쪽눈꺼플을물어뜯어놓고달아난것같다.
짙은선그라스를끼고까만모자를쓰고외투를입고외출했다.

토론장에도착해서도선그라스를실내에서쓰고있으니까사람들이어떻게된거야!
무슨일이생긴거야?하는의아한표정으로나를바라본다.

좌석에앉아서잠시선그라스를벗고거울을들여다보며눈에바른연고를살펴보았다.
사람들이비로서안심하는것같은태도를보인다.환한실내에서짙은선그라스를쓰고있으니
저여자갑자기정신이돌아버린거아니야?이렇게생각했는지도모르겠다.

카프카의변신속에나오는주인공의입장이갑자기이해가되었다.
아침에눈을떴는데갑자기바퀴벌레로변해있는느낌,나도충분히느꼈다.

세상은어쩌면참믿을수없는곳인지도모른다.

백조 가족

아름다운광경을발견했습니다.

몇년을지나다녀도보지못했던아기백조들을본것입니다.

해마다봄이면아기오리들이일렬로서서어미오리를따라가는것은보았지만

아기백조들은발견하지못했었는데오늘은두쌍의백조들이아기백조들을돌보는

광경을목격한것입니다.

얼마나신기하던지!!!!

그리고몇년이되도록보지못했던이런모습을본다는것은

굉장한길조라고생각이됩니다.

디카로는자세히찍을수가없었는데두마리의

백조가아기백조들을돌보는광경입니다.

위에웅크리고있는백조는다른알들을아직품고있는것같았고

아기백조들이밑으로조르륵내려오니까아버지백조인것같은백조가

못내려가게막다가결국따라내려가더군요.

얼마나소중히아기백조들을다루는지참아름다웠습니다.

이백조들은아마도태어난지좀더오래된아기백조들인것같은데요.

제가바게트를사서던져주니까아기백조들이달려들어먹습니다.

그런데부모백조가싫어하더라고요.이아기백조들을데리고저쪽으로가버리더라고요.

예전같았으면달려와서빵을먹고또더달라고킁킁거렸을텐데요.

위험한것먹지말라는뜻인지아니면혹시나아기백조들을

빼앗길까봐두려워하는건지참궁금했습니다.

*이글은2011년5월에만든포스트인데요.당시이웃공개였거든요.

제가읽어도좋더라고요.그래서여러분들께공개합니다.

내가 오늘 행복한 이유

빠리특유의겨울날씨가낮게가라앉아있습니다.회색빛하늘과무언지모르지만낮게가라앉은느낌!
그리고사람들…

s가말했습니다.너와친구일수있어서자랑스러워!
S는금발의프랑스여자입니다.처음그녀를알게되었을때만해도그녀는지구상어디붙어있는지도
모르는동양의한나라의여자라고만여겼던것같습니다.

그녀는참을성이참없습니다.아마도하고싶은대로하고살았기때문인지는몰라도
때때로제가하는불어가피곤하다고핀잔을주곤합니다.

그래도제법잘하는불어인데그녀는내가자기처럼완벽한불어,정관사하나틀리지않는불어를구사해야
피곤하지않다고생각합니다.’애’한국인에게불어가쉬운언어인지아니?
‘너희들은정관사틀리는일없어?’하고되물으면그녀는아주어려운단어,잘쓰이지않는단어는
때때로그단어가여성인지남성인지틀릴때가있다고합니다.

처음에알게되었을때나라가작다고,나를알아보지도않고무심하게대했던시절이있었습니다.
말을해도건성으로알아듣는것같았고대강대강대답하고말이죠.

사실은아직도’한국’이란조그만나라는그녀의안중에도없습니다.
요즘은나에게’너,프랑스에서잘살려면불어를완벽하게해야지’라고충고를해줍니다.

늘그녀에게느꼈던점은통이크고생각이뛰어나서당해낼수가없다고생각했었는데
요즘들어나와친구여서자랑스럽다고하니조금어떨떨하다고생각이들기도합니다.
처음에무척거만하고차가운것같았는데사람을생각해주기시작하니이렇게확실하고살뜰한우정이
없구나싶어서감동이오는겁니다.

처음엔기분이나빠서전화를일부러받지않을때도있었는데
그녀는내가전화를일부러받지않는행동을잘이해해주는거였습니다.
내가자기보다높아서당연하다고생각해주는겸손함을가지고있어서깜짝놀랐습니다.

그래서느낀점이그들이아무렇게나사는것같아도확실한가치관을가지고있고각개인이
정확한판단력을발휘하고있다는것입니다.

생각할수있는능력을키워야확실한가치관과정확한판단력을갖게되는것이겠죠.
그래서제가내린결론,한국의교육이생각하는능력을키워주는교육이되어야한다는것입니다.

제가s와우정을쌓게된것은아마도제가끝까지한국문화를자부심을갖고지켜왔던때문이라고생각합니다.
섣불리그들의문화를흉내냈더라면어쩌면그녀는나를끝까지우습게알았을지도모릅니다.

현금 인출기 앞에서 있었던 일

현금을찾으려고현금인출기앞에갔다가한부부를보았어.물론프랑스인이었지.
남자는아기를등에엎고마침돈을인출하고있었고여자는옆에기대어있었어.그런데그들은둘다
지팡이를하나씩짚고있었어.눈이감겨있었어.장님이었던거지.손을더듬거리며코드를누르고있는
남자를보면서혹시라도나쁜사람이달려들어서나쁜짓을하게되면어쩌나하는염려가드는거였어.
아마도그런경우를방지해서여자가비록보이지는않지만옆에기대어감시를하고있는건지도몰라.
뒤에서그두사람이일을끝내고그자리를떠나주기를기다리는내마음이참지루했어.그들의행동이
그만큼느렸던때문이지.그런데말이야.그장님남자의등에엎혀있던아기가나를보고아주상냥한미소를
짓는거야.아기는입에젖꼭지를물고있었고머리에는털모자를쓰고있었어.아주커다랗고쌍커플이
크게진눈이나를바라보며살살미소를짓는거야.난,단지이방인에불과한데말이야.순간그런생각이들었어.
감겨있는눈을하고있는부모밑에서어쩌면누군가의눈동자를마주친다는것조차도그아기에게는
기쁨이었는지도모르겠다는생각이드는거였어.무표정한얼굴에감은눈을하고어눌하게코드를누르고
현금을인출하고있는그들이한편으론답답해보이면서도한편으론신기했어.그들이자리를비키고
내가인출기앞으로다가섰는데아기는고개를계속나를향해돌리면서미소를짓는거야.
마음이울컹해지는순간이었어.장님부모한테서도저렇게아름다운눈을가진아이가태어나긴했는데
아마도아기는자기와다른눈을가진부모들사이에서극도로외로움을느끼고있는것은아닐까?하고말이야.
입에젖꼭지를물고있을나이의아이가갑자기너무나성숙해보이는거였어.
아기는왜?나에게사뭇그런애교스런미소를보내는거였을까?그리고앞으로그아기가살아가면서느껴야할
어려움들이자꾸걱정이되는거였어.그래도그아기는어쩌면잘극복해내어나중에부모까지보살필아이인지도
모른다는생각을했었어.너무나이쁜눈을가진아이,그리고애교스런아이..
천천히지팡이를짚고멀어져가는그장님부부를바라보면서자꾸마음이아파지는거였어.

Paris

가을이성큼다가왔다.밤기운이쌀쌀한데버스정류장,밝고활기찬목소리가귀에들어온다.
‘어!한국사람이세요?’얼핏고개를들어보니20대후반쯤으로보이는두여인이서있다.한여인은얼굴이크고
다른한여인은갸름한얼굴에긴생머리를하고있다.

‘네,안녕하세요?여행오셨어요?’
들뜬표정의두여인은빠리에서일주일예정으로이틀전에빠리에도착했다고했다.
빠리는어디나그림처럼이쁘다고했다.
‘여기서살고싶어요’이구동성으로하는말이다.그렇지빠리는누구나살고싶어하는도시지.
새삼좋은곳에살고있다는사실을인식하지못하고있었다는깨달음이온다.

서울에서직장생활을하는두여인은추석명절을빠리에서보내기로했다고했다.
뻐스에올라서자리에앉으니한여인이잽싸게내옆으로와앉는다.
‘내일은어디를여행하실건가요?
‘투어가예정되어있는데몽마르트언덕을갈거에요.’
‘몽마르트에가면한국인화가가두명있어요.’
‘젊은사람들인가요?’
‘아니요’

말을하고보니왜갑자기젊은사람들이냐고물었을까생각하게한다.
몽마르트언덕에서초상화를그리는일을하기위해서도400명의경쟁을뚫어야한다고들었다.

잔뜩들떠있던두여인이자신들이묵고있는호텔이어디라고내게가르쳐준다.

‘여행즐겁게하시기바랍니다.’
인사말을남기고그녀들과헤어졌는데난,추석이명절이라는사실조차도까맣게망각하고있었던것같다.

행복의 열쇠

전철안에서말을하지못하는흑인젊은이들이수화를하는장면을목격했다.
손짓으로대화를하는데그들의대화는무척활기차고에너지가넘쳤다.저들은무슨이야기를저리도
신이나서하는걸까?라는생각을하면서친구의딸을생각했다.프랑스남자와결혼해서10년이넘도록살았지만
아이는6년전에낳았다.세살이되도록말을하지못하고있어서나같으면무척걱정을했을텐데그녀는
별로걱정을하지않는것같았었다.초등학교를들어가서도말을못해학교에서따로개인교사를붙여준다고했다.
그래도그녀는별로딸아이의장래에대해걱정을하지않는듯싶었다.통화중에잠깐마음이아팠지만
그래도나중에좋은남자를찾아서결혼을시켜주면어쩌면말을못하기때문에더행복할수있을거라고
말을해주었었다.전철안에서만난말못하는흑인젊은이들의모습을보면서난,내가한말이진실이라고
실감을하기시작했다.말못하는그들은수화를통해서말을하면서그들의감정을어디까지표현할수있을까생각을하면서언어를잘구사해도사람이느끼는감정을묘사하는데힘이드는데라는생각에이르렀다.
자기표현을하는데묘사가잘안된다거나표현을했는데상대방이오해해서들으면참억울하다는감정에
휩싸이게된다.그리고답답한감정으로괴로워하게되는데말이다.그들은손짓만으로감정을표현하니
섬세한감정같은것은결코알수없을지도모르겠다.그래도행복할수있다면…

얼굴에서빛이날정도로행복해보이는흑인젊은이들은시간이많이지나는줄도모르고
수화를주고받았다.한번쯤뭐가그렇게행복하니?하고물어보고싶을정도로…
그리고며칠전빠리의부자동네,16구에서마주친여인이대비되었다.젊고이쁜프랑스여자였는데
몸에걸친옷도값이꽤나가는옷들이었다.천국처럼만들어놓은정원에값비싼자동차들이즐비하게
들어서있는거리에서아주불행해보이는얼굴로바쁘게걸어가던그녀를보면서남들이부러워하는동네살면서
그녀는뭐가그렇게불행할까?라고잠시생각했던기억이떠올려지는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