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뇌 절반잃은 베트남 청년을 위해 스님들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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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8일 경북 구미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쉼터에서 혜문스님, 토안, 진오스님. ⓒ진오스님

차 사고로 왼쪽 뇌의 절반을 잃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베트남 청년을 위해 스님들이 달린다.

구미 대둔사 주지 진오(眞悟)스님과 대구 상락선원 주지 혜문(慧門)스님은 오는 23일 서울 경기지역 사찰 일원을 뛰는 ‘2011 불교 108 울트라 마라톤’의 108㎞ 코스에 도전한다. 108명의 후원자로부터 1km당 100원씩, 총 116만6400원을 모금하겠다는 소박한 목표다. 지난 2007년 한국에 온 베트남 청년 마이 반 토안(27)씨의 가슴 아픈 사연이 두 스님을 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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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7월 1차 수술 후 병원에서(사고전 사진을 들고) ⓒ진오스님

토안 씨에게 한국은 약속의 땅이었다. 2년간 2억여만 동(약 2000만원)을 써서 근로자 비자를 얻었고, 입국한 뒤엔 부지런히 일을 해 베트남의 집으로 돈을 보냈다. 불행은 2010년 7월 경북 칠곡에 새 직장을 얻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불법유턴하는 차량에 사고를 당한 것이다.

토안은 왼쪽 뇌와 두개골을 절반 가량 잘라내는 대수술을 받았다. 세 차례 대수술에도 아직 후유증이 심각하다. 언어능력은 70% 정도만 돌아왔다는게 의료진의 판단이다. 평생 정상적 생활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통장에 지금 남은 돈은 5만4000원. 꿈을 잃은 청년에게 세상법은 매몰찼다.

“베트남 기준에 따라 한 달 최저임금 5만6000원으로 계산해서, 60세까지 남은 기간 곱하면 2000만원 정도래요. 그것도 무면허에 헬멧을 안 썼다고 20%씩 40%를 제하고 준다는 거예요. 토안은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죠?”

사고를 낸 사람은 형사 합의금으로 720만 원을 줬다고 한다. 아들을 돌보기 위해 한국에 온 토안 씨의 아버지에게 ‘합의 못하면 감옥간다’고 사정했고, 아버지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험한 꼴을 당하게 할 순 없다’며 덜컥 합의를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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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첫 수술을 마친 뒤 아버지가 떠 주는 밥을 먹고 있는 토안씨. ⓒ진오스님

스님들은 두개골이 뭉텅 잘려나간 토안의 사진을 등에 붙이고 뛸 생각이다. 두 스님 모두 워낙 운동을 좋아하지만, 108㎞ 도전은 처음이다. 진오 스님은 요즘 평일엔 10㎞, 주말에는 40여㎞를 뛰며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진오 스님은 2000년부터 구미에서 이주노동자지원센터와 쉼터를 10년째 지금도 운영 중이고, 2008년 2월부터 김천시가 직지사 복지재단에 위탁 운영 중인 김천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도 맡고 있다. 다치고 상처받은 채 쉼터에 찾아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돌보는 스님은 토안 씨 같은 사례가 이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다. 스님은 “목표대로 116만원이 모인다 해도 큰 돈은 아니지만, 이번 목표를 성취하면 외국인 근로자들 돕는 일은 하는 우리 스스로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일종의 ‘소모품’으로 보는 것 같아요. 토안이 당한 아픔이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제도 보완의 필요성이 공론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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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8일 경북 구미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 쉼터에서 컵 연등을 만들고 있는 토안과 아버지, 진오 스님. 토안과 아버지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며 컵 연등을 만들어 밝힌다. ⓒ진오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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