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_1416862472

[인터뷰] 진심은 단순한 그릇에 담길 때 더 빛난다: 다르덴 형제 감독

 

진심은 단순한 그릇에 담을 때 더욱 빛난다. 투박한 다완에 담긴 차향이 더욱 깊듯. 벨기에 출신의 리얼리즘 거장 다르덴 형제 인터뷰. 

탐심을 부르는 재화가 돼버린 일자리, 소외된 노동, 불안과 두려움 속에도 굴하지 않는 인간성에 관한 세련되고 정교한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은 올해 첫 아트버스터라 할 만하다.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두 번 받은 이 형제 감독은 “연대야말로 사람을 더욱 사람답게 하는 가치”라고 했다.

===

Northumbria_04
장 피에르(64)와 뤽 다르덴(61) 형제.

 

“타인과 손 잡을 때 우린 또 한발 나아가죠”
이태훈 기자

[새해 첫 아트버스터 ‘내일을 위한 시간’ 감독 다르덴 형제 인터뷰]

리얼리즘의 巨匠 다르덴 형제… 소규모 개봉, 벌써 3만관객 모아
“가만히 있으면 ‘연대’ 안생겨… 내가 변해야 주변도 변하죠”

황금종려상 두 번, 심사위원대상 한 번, 각본상 한 번, 주연상 두 번. 영화감독 장 뤽 다르덴(64)과 피에르 다르덴(61) 형제가 현재 세계 영화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이해하려면, 좀 남우세스러워도 이들의 영화가 칸 영화제에서 받은 상의 목록을 훑는 것이 가장 빠르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비토리오 데 시카, 로베르토 로셀리니 등 리얼리즘 거장들의 전통 위에 서 있다. 불법 이민, 범죄, 빈민 문제 등 현대사회의 아프고 약한 부분을 세련되면서도 집요하게 파고든다.

Northumbria_03

이달 초 국내 개봉한 형제 감독의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은 상영관 수가 얼마 되지 않지만, 3만명 넘는 관객을 모으며 새해 첫 ‘아트버스터’가 됐다. 영화는 직장 동료들이 보너스를 포기해줘야 복직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한 여성이 투표를 앞둔 동료들을 한 명 한 명 찾아다니며 호소를 이어가는 이야기. 주연 마리옹 코티아르는 올해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있다. ‘라비앙로즈'(2007)의 에디트 피아프로 한 차례 오스카를 거머쥔 그 여배우다. 다르덴 형제는 본지 인터뷰에서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는 것, 다른 사람과 마음을 나누고 손을 맞잡을 때 더 나은 인간이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인터뷰는 본지가 보낸 질문에 따라 부산국제영화제 이수원 프로그래머(유럽·아프리카 담당)가 프랑스어 전화 통화로 진행했다.

Northumbria_01
새해 첫‘아트버스터’가 된 다르덴 형제 감독의 영화‘내일을 위한 시간’의 주연배우 마리옹 코티아르(가운데)는 이번 영화로 두 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노린다. 지난해 5월 칸 영화제에 참석한 장피에르 다르덴(오른쪽)과 뤽 다르덴(왼쪽) 감독이 코티아르에게 키스하는 모습. /AP뉴시스

―스타 배우 출연이 드물었는데 마리옹 코티아르를 기용했다.

“코티아르는 지극히 예민한 배우다. 그 눈을 보면 그곳에 있는 듯하면서도 사실은 그곳에 있지 않은, 미묘한 뉘앙스를 느끼게 된다. 그녀의 영화 속 역할인 산드라가 바로 그렇다. 그 눈을 들여다보다 그 속에 빠져들어 길을 잃을 수도 있다, 하하.”

―상업영화의 홍수 속에 ‘사회적 연대(連帶)’를 강조하는 당신의 영화는 낯설다. 그런 가치는 지나간 시대의 유물 아닌가?

“연대는 공짜로 주어지지 않는다. 자신 안에 매몰된 채 가만히 있으면 모두 괜찮아지리라 여기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사람들은 일자리를 통해 사회 속 자신의 위치를 갖는다. 요즘은 일자리가 줄어들며 모두가 탐내는 대상이 됐다. 심약한 그녀가 동료들을 찾아가 설득하는 과정은 무척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녀가 조금씩 변하며 주변 사람들도 변화한다. 처음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연대’가 생겨나는 것이다.”

―결말은 이민자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유럽은 사실 저임금 이민 근로자들의 희생을 기반으로 사회를 유지하고 있지 않나?

“영화 속 인물들은 남성, 여성, 유색인종, 이민자 같은 특정 계층을 대변하지 않는다. 많은 인물이 본업 외에 부업을 한다. 공장에서 퇴근한 뒤 자동차를 수리하거나, 도로 공사판에서 일하거나, 야채를 나른다. 즉, 모두가 사회·경제적 두려움과 불안을 안고 산다. 그런 불안 속에선 누구나 내 이익을 앞세우게 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의견을 바꾸는 이들이 생겨난다.”

11twodayonenight2005a

―’내 일자리를 위해 당신의 보너스를 포기해달라’는 산드라의 호소가 결국 감독이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인가?

“관객도 ‘내 입장이 되어봐 달라’는 산드라의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묻길 바란다. 산드라의 입장이 돼보고 산드라가 만나는 동료들도 돼보고, 자신은 연대할 것인지 생각해보길. 그리고 끝날 무렵에는 영화 속 산드라의 동료들처럼 생각을 바꾸게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