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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제시장 막순이’ 스텔라 최 “진짜 입양아냐고요? No, 덕수같은 아버지 있어요”

영화 국제시장의 클라이맥스 이산가족 상봉 장면에서 천만 관객을 울린 막순이, 재미교포 2세 배우 스텔라 최를 인터뷰하다. 다들 제일 궁금해했지만 아무도 인터뷰 못했던 이. ^^
제작사도 컨택을 잃어버려서, 혼자 수소문해 찾아내느라 힘들었다. ㅋ

외조부모가 평양 출신에, 베트남에 돈 벌러 갔다가 사이공에서 만나 결혼한 부모… 전화로 인터뷰하면서 깜짝 깜짝 놀랐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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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입양아냐고요? NO, ‘덕수’ 같은 아버지 계세요”

[영화 ‘국제시장’ 막순이役, 스텔라 최 인터뷰]

돈 벌러간 월남서 만난 부모,평양 출신인 외조부모 등… 가족사, 영화 내용과 비슷

UCLA 졸업 후 댄서로 활동 “영화 출연, 엄마 환호하셨죠”

 

“그런 얘기 많이 들었어요. 근데 우리 부모님 멀쩡히 살아계시다니까요, 하하하.”

영화 ‘국제시장’에서 미국에 입양됐다 이산가족 프로그램을 통해 오빠 덕수와 상봉하는 막순이를 연기했던 재미교포 2세 스텔라 최(41)는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당신이 진짜 입양아 출신이냐고 묻는다”고 하자 수화기 너머에서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덕수와 막순이의 상봉 장면은 누구나 인정하는 영화 국제시장의 클라이맥스. 이 장면에 마치 다큐멘터리같은 감동을 불어넣은 것이 최씨의 눈물 연기였다. 15일 새벽(현지시각 14일 오전 9시)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집에서 전화를 받은 최씨는 “한국 영화에 참여할 드문 기회를 얻게 되고, 출연한 영화가 이렇게 큰 히트작이 되고. 마치 동화 속 이야기같다. 지금도 믿어지질 않는다”고 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나고 자란 최씨는 한국말을 못 한다. 최씨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것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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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미국 LA 한 극장에서 영화‘국제시장’을 본 스텔라 최. 최씨는“우리 가족도 1980년대 초 이산가족 찾기 TV 프로그램을 LA에서 보며 눈물지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Ode to My Father(아버지를 위한 송가)’. /스텔라 최 제공

 

“UCLA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지만 대학 졸업 뒤 오래 꿈꿨던 댄서 일을 시작했어요. 폴 메카트니 투어의 댄스팀으로 2년쯤 함께 하기도 했죠. 광고모델로 월마트, 웰스파고 등의 CF에 출연했고, 치어리더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한 적도 있고. 하지만 정극 연기를 한 지는 오래됐어요.” 스텔라는 지난해 친구들과 재미로 찍은 ‘당신 무슨 아시안이야?’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아시아계에 대한 미국 내 편견을 코믹하게 조롱하는 내용. 꽤 인기를 끌었던 이 동영상을 국제시장의 제작사인 JK필름이 보고 작년 3월 막순이 역을 뽑기 위한 미국 오디션에 최씨를 불러냈다. “입양된 여동생이 오빠를 TV로 만나는 연기만 했기 때문에 이렇게 큰 영화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알았다면 엄청 긴장했을텐데요.” 세번쯤 서로 다른 톤으로 눈물 연기를 해 보인 뒤 잊고 지냈는데 다섯달쯤 뒤 JK필름이 ‘배역을 맡아달라’고 전화를 걸어왔다. “진짜 엄청나게 흥분했죠. 어머니께 ‘한국 영화에 출연하러 한국에 간다’고 했더니 평생 내게 일어난 어떤 일보다 더 기뻐하셨어요.”


막순이를 뽑는 오디션에는 200여명의 미국 교포 배우들이 참여했다. ‘왜 당신이 캐스팅된 것 같으냐’는 질문에 최씨는 “영화 내용이 우리 가족사와 겹치는 부분이 많아 몰입할 수 있었고, 그런 내 순수한 감정 표현을 잘 봐주신 것 같다”고 했다. “외조부모가 평양 출신이신데 1941년 중국으로 건너가 일하던 중 어머니를 낳았다고 들었어요. 해방 뒤엔 외할아버지가 서울에서 영화 제작을 했는데 잘 안됐던 모양이예요. 베트남전이 일어났을 때 어머니가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일하셨데요. 군인들이나 상사 주재원들처럼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베트남으로 가신 거죠. 그리고 사이공에서 지금의 아버지를 만나 결혼해 60년대말 미국으로 이민오신 것으로 알아요.” 최씨는 “주변에 미국에 입양된 친구들이 꽤 있어서 상황을 더 쉽게 이해하고 감정이입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입양 뒤 겪은 일들은 서로 다르지만, 대부분 낳아준 한국 부모를 찾고 싶어해요.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늘 궁금해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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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에서 미국에 입양된 막순이가 TV 화면으로 오빠 덕수를 만나는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국제시장 속 덕수의 삶, 자식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부모 세대의 모습은 미국 교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아버지(81)는 영어도 잘 못 하는 상황에서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할 수 잇는 모든 일을 했다. “주유소에서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주 6일 일했다. 일요일 하루 쉬는 날도 출근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억척스럽게 돈을 모아 주유소를 마련했고 딸 셋을 키우셨어요. 지금도 어렸을 땐 아빠 얼굴 본 기억이 별로 없어요.”


최씨는 이달 초 미국 극장에서 국제시장이 개봉된 뒤 LA코리아타운의 극장으로 어머니와 두 언니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갔다. “극장이 눈물바다였어요.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다들 하도 울어서 눈이 빨갛게 된 거예요. 포스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관객들이 저를 알아 보고 몰려와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해서 막 난리가 났었죠.” 최씨는 “한 할머니는 ‘내가 바로 흥남철수 때 메러디스 빅토리 호를 탔던 피란민’이라며 제 손을 잡고 한참을 우셨다”고도 했다.

최씨는 “한국에서 이 영화를 1000만명이 봤다는 뉴스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도 했다. “우리는 지금 모든게 풍부한 시대를 살잖아요. 한국은 지금 세계 무대에서 힘있는 나라가 됐고. 그런 작은 나라가 여기까지 오려면 어떤 일을 겪었을까. 어떤 역사가 있었을까. 그런 부분에 대해 나이 든 세대는 자기들 이야기를 보고 싶고,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의 경험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젊은 세대에게 이 영화를 본다는 것은 깊은 감사의 표현이기도 할 거예요.”
최씨는 “영화를 본 뒤 어머니가 내게 굳이 하지 않았던 이야기, 내가 물으려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게 돼 가장 기쁘다”고 했다. “아버지가 몸이 좀 불편해서 극장에 못 가세요. DVD가 나오면 꼭 가족이 다 모여서 한 번 더 영화를 볼거예요. 그러면 부모님과 더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