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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노력엔 한계가 없다”… 진짜 호킹도 울린 ‘영화 속 호킹’ 에디 레드메인

에디 레드메인이 호킹을 연기한 과정을 설명하는 공식 영상. 아랫쪽 바 오른쪽 subtitles/cc 버튼을 클릭하면 불완전하지만 영어 자막이 나와요. ^^

호킹(에디 레드메인) “난 우주학자(cosmologist)예요.”
제인(펠리시티 존스) “그게 뭐죠?”
호킹 “시간과 공간의 결혼을 연구한다는 뜻이죠.”
제인 “완벽한 커플이네요.”

에디 레드메인
“스티븐 호킹이 젊었을 땐 완벽하게 건강했단 걸 예전엔 전혀 몰랐어요. 난 그런 걸 엄청 잘 파고들거든요. 스티븐의 사진들을 구해서 루 게릭 병이 진행 정도에 따라 그의 신체 각 부분에 어떻게 드러날 지를 분석했죠. 그리고 그걸 내 몸의 각 부분에 추적해 덧입히듯 연습했어요.”

제임스 마시 감독
“에디는 개략적으로 이 병의 4가지 다른 단계를 이해하고 내면화해야 했어요. 몸이 멀쩡할 때, 지팡이 하나를 짚을 때, 지팡이 두 개를 짚을 때, 그리고 휠체어를 탈 때죠. 그리곤 곧 목소리를 잃어요.”

에디 레드메인
“촬영은 시간 순으로 진행되지 않았어요. 단 하룻동안 여러가지 신체 상태를 표현해야 할 때도 많았죠. 첫날엔 캠브리지 배경을 찍고, 아침엔 건강한 호킹이 돼서 제인의 손을 잡고 잔디밭에서 빙빙 돌며 춤을 췄고, 점심 땐 지팡이 두 개를 짚은 호킹을 표현한 뒤, 오후엔 휠체어를 탔어요.”

펠리시티 존스
“에디의 연기의 디테일은 정말 대단했어요. 그는 불가능에 가까우리만큼 꼼꼼하고 세심했고, 열정적이었고, 호킹이라는 인물 속으로 완벽히 녹아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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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호킹(에디 레드메인)과 제인(펠리시티 존스)의 결혼식 장면과 실제 호킹과 제인의 결혼식 사진.

 

‘사랑에 대한 모든 것(The Theory of Everything)’ 영화 리뷰
호킹이 풀어낸 첫 사랑의 수식(數式)

 

호킹의 첫 사랑 아내 제인 역의 펠리시티 존스, 스티븐 호킹, 호킹 역의 에디 레드메인.
호킹의 첫 사랑 아내 제인 역의 펠리시티 존스, 스티븐 호킹, 호킹 역의 에디 레드메인.

“축하해! 잘 해냈어, 친구. 자네가 자랑스럽네!”

22일(현지시각) 열린 올해 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에디 레드메인(33)이 남우주연상을 탔을 때,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장 먼저 축하인사를 보낸 이들 중 한 명이었다. 레드메인은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감독 제임스 마시)에서 루 게릭병으로 고통받는 젊은 호킹을 연기해 오스카의 영광을 안았다. 캠브리지대에서 예술사를 전공한 그는 역시 캠브리지 출신인 호킹의 후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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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킹은 영화 개봉 전 영국 런던의 워킹타이틀 사무실에서 먼저 영화를 본 뒤 눈물을 흘렸다. 영국 개봉 뒤인 11월엔 “영화를 보며 때때로 나는 그가 나였던 것처럼 느껴졌다”며 레드메인의 연기에 극찬을 보냈다. 자신이 아내 제인을 만나 사랑에 빠졌던 캠브리지대의 5월 무도회 장면을 촬영할 때는 직접 현장을 방문해 레드메인을 만나기도 했다. 레드메인도 수상 소감에서 “이 상은 루게릭병과 싸우고 있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것”이라고 했고 호킹과 가족에게 특별한 감사 인사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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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호킹의 케임브리지대 물리학과 시절부터 그의 학문, 사랑, 투병 과정을 담담히 따라가는 영화다. 첫 아내였던 제인(펠리시티 존스)을 만나고, 학문적 성취와 꿈같은 사랑이 모두 손안에 들어온 것 같던 때 병마가 그를 덮친다. 레드메인은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을 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으로 연기한다. 루 게릭병 전문의·환자·가족들과 만나 조사했고, 병의 진행 정도에 따른 말하기와 운동 능력을 차트로 만들어 놓고 장면마다 다르게 표현했다. 개봉 때부터 해외 평단은 그에게서 ‘나의 왼발’(1989)로 오스카를 거머쥐었던 대니얼 데이 루이스를 발견하며 열광했다. 그는 첫번째 주연작인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와 영·미 아카데미상 등 수많은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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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메인은 런던의 부촌인 첼시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은행가, 어머니도 사업가. 5살 때부터 연기에 소질을 보였지만 이튼 칼리지를 거쳐 캠브리지대에 진학해 예술사를 공부했다. 정식 연기 교육을 받지 않고도 20대 초반부터 연극과 뮤지컬 배우, 모델로 활동했다. 그의 어머니는 한 인터뷰에서 “에디의 21살 생일날 친구 중 한 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에디를 보고 싶다’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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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이 영화는 작년 12월 10일 개봉해 관객 약 27만6000명이 들었다. 현재는 부산 영화의전당이나 일부 CGV극장에서 ‘아카데미 특별전’ 등 행사를 통해 상영되고 있다.

이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