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꽃
雲庭최연숙
물빛고요를살그래풀어놓은
구붓한아홉사리고갯길에
다릅나무에걸린안개도
제몸을풀어
세상으로난길을꼭꼭감추었다
이른아침
누릿재다랑밭에소리들이고여든다
초록이슬에얼굴을씻던나비한마리
무명저고리여미고보라꽃위에앉아
명주속치마가만가만펼친다
아슬아슬공중에다실집짓는
거미의땀방울을받아먹은
수억의흰보라꽃물결
햇무리따라허공을흔든다
…
(시집’기억의울타리엔경계가없다’에서.)
도라지꽃
雲庭최연숙
물빛고요를살그래풀어놓은
구붓한아홉사리고갯길에
다릅나무에걸린안개도
제몸을풀어
세상으로난길을꼭꼭감추었다
이른아침
누릿재다랑밭에소리들이고여든다
초록이슬에얼굴을씻던나비한마리
무명저고리여미고보라꽃위에앉아
명주속치마가만가만펼친다
아슬아슬공중에다실집짓는
거미의땀방울을받아먹은
수억의흰보라꽃물결
햇무리따라허공을흔든다
…
(시집’기억의울타리엔경계가없다’에서.)
돌과돌과돌이끝없이연달아
길은돌담을끼고갑니다.
담은쇠문을굳게닫아
길위에긴그림자를드리우고
길은아침에서저녁으로
저녁에서아침으로통했습니다.
돌담을더듬어눈물짓다
쳐다보면하늘은부끄럽게푸릅니다.
풀한포기없는이길을걷는것은
담저쪽에내가남아있는까닭이고,
내가사는것은,다만,
잃은것을찾는까닭입니다.
거기서얼마쯤평화를맛보리
평화는천천히내리는것
아침의베일로부터귀뚜라미우는곳에이르기까지
한밤엔온통반짝이는빛
한낮엔보랏빛환한기색
저녁엔홍방울새날개소리가득한곳
나일어나이제가리.밤이나낮이나
호숫가에철썩이는낮은물결소리들리나니
한길위에서있을때나회색포도(鋪道)위에서있을때면
내마음깊숙이그물결소리들리네.
Iwillariseandgonow,andgotoInnisfree,
Andasmallcabinbuildthere,ofclayandwattlesmade;
NinebeansrowswillIhavethere,ahiveforthehoney-bee,
Andlivealoneinthebee-loudglade.
AndIshallhavesomepeacethere,forpeacecomesdroppingslow,
Droppingfromtheveilsofthemorningtowherethecricketsings;
Theremidnight’sallaglimmer,andnoonapurpleglow,
Andeveningfullofthelinner’swings.
Iwillariseandgonow,foralwaysnightandday
Ihearlakewaterlappingwithlowsoundsbytheshore;
WhileIstandontheroadway,oronthepavementsgrey,
Ihearitinthedeepheart’score.
산에다니면서부터온몸에생기가돌며건강이좋아졌다.오늘도언니와청계산에올랐다.늘6단지에서시작하던것을오늘은대공원어린이수영장입구쪽으로올라가는길을택했다.어떤사람이알려준그길은다름아닌지우과연두빛봄숲의숨막히던황홀감에푹빠져들었던길이었다.한적한길을걸으며그때우리가나누었던이야기와시낭송이떠올랐다.그때의추억을담은동영상이실수로지워진것이아직도서운했던지라한참을우리가지났던길을바라보았다.
추억은아름다운것,우리의얼굴까지연두색깔로물들여버리던햇잎들의축제였던그숲엔가을이와있었다.숲은가을이라고말하지않는다.다만,제각기색깔로말할뿐이다.어느땐말보다는침묵으로보여주는색깔이더욱아름답기도하다.만약나무들이입을열어큰소리로말을한다면숲의고요는사라지고말것이다.숲처럼가끔은침묵으로말보다더많은의미를전달하고싶다.숲에들면층층나무잎사이를지나는바람소리,다람쥐지나는소리,산새들노래소리에귀멀어멀고도깊은사색의강을유영하게된다.표현의자유는사람에게만있는것이아니다.숲속나무들도자신을자유롭게표현할줄안다.사람보다더고운빛으로절대방종하지않는겸손한자세로자유를채색한다.
가을숲엔단단히여문열매도풍성하다.열매를떨구는나무들을보면부끄러워진다.알밤을주우며상수리,도토리를주우며나는이가을무슨열매를맺었던가나무들을볼면목이없어진다.한해동안열심히물올리기를하며바람과햇빛을온몸으로받으며나무는그렇게열매를익혀온것이다.똑같은햇빛과바람을맞으며그보다더많은영양분을섭취하였을내가맺은열매는너무적어보이지않는다.수런수런가을잎들이바람의깃을만지작거리며가을로망스를연주한다.아주고요히나즈막히울려퍼지는산소같은노래를폐부가득들여마신다.산은언제나그넓은품으로우리를품에안고다독여주고나무들은정다운친구처럼내밀한말을걸어온다.
산처럼듬직하여모두를포용하고숲처럼상쾌하여민트향처럼향기롭고잎처럼아름다운빛을내는사람이되고싶다.가을숲에서면마음의키가자꾸만나무를닮아간다.나무처럼시류에초월하여한갖진오솔길을거니는나그네의마음잡이가되고싶다.해해년년알토란같은열매를모두에게선물하고싶다.무엇보다하늘에게배운나무의사랑을배워사랑하며살고싶다.내게주어진소중한날들을향기나는사랑의빛깔로물들이고싶다.삶의마지막날나무의사랑을배워행복하였노라는고백을또박또박손글씨로남기고싶다.
김훈지음
생각의나무펴냄
시/에세이
김훈신작에세이『바다의기별』.’칼의노래’,’현의노래’등우리말의아름다움을글로표현해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