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로 세운 집- 공감각적 시 읽기

언어로세운집 저자이어령 출판사아르테(arte)(2015년09월10일) 카테고리국내도서

시는다면체의얼굴을가졌다.시란정답이없다는이야기다.그것이시읽기의즐거움이기도하다.제시한편을를이름만대면알만한평론가에게해설을부탁한적이있다.그는다소난해하다는평가를했다.천하의누구라더니나의졸고하나해석을제대로못하나했다.며칠전똑같은내시를명시산책이라는코너에싣고시평을한사람은평론가로데뷔는하지않았지만시평론집을세권이나낸시인이다.흡족하진않지만거의시인의마음까지근접을해놀랐다.전화를드렸더니원고지매수가제한되어더깊이평을하지못했노라며오히려실례한것은아닌지라며겸손을표한다.시읽기의즐거움이이런데있다는말을하고싶어서내이야기까지늘어놓았다.

이어령의시해석의폭이좀넓다는데엔동의한다.국문학자인까닭이다.국내외저명한언어학자들이나문학인들이제시한문학평론의틀을거의꿰뚫고있으니깊이있게읽게되는것은당연하다.그러나이어령이해석한한국시32편도이어령의해석에지나지않는다.그러한틀을무시하고그저내마음에안겨오는대로시를읽는것도재미있는방법이라고말하고싶다.사람들의나이와환경과살아온시대적배경이다르므로자신의삶과대입하여동질감을느낄수있다면감동으로다가올것이다.더나아가보편적인정서에부합하는시라면더말할것없을것이다.교보문고광화문에걸린짧은시들의감동처럼시가우리에게주는효용성내지는시의힘이느껴지는작품말이다.

시에서조사하나가차지하는자리는크다.김소월의「엄마야누나야」에서는그것을주목하게한다.‘야’의호격조사를제시하며누군가를부른다는것은바로현존하는공간이아니라비자연적공간으로끌고간다.유음처리등언어의통사구조등국어학에서접근하기도하고,아빠,형이아닌엄마야,누나야의사회적으로정의된성인젠더에따라해석하기도한다.강변이라는시어에갇혀더넓게확장해석하지못했던나의심상에그려진그림에몇가지형상을더추가한산수화한장을벽에걸어놓는다.나는다시그상상적언어공간으로스며든다.이어령은시를공감각적으로읽는다.「진달래꽃」은’뿌리오리다,옵소서,흘리우리다’의종결어미의시제를미래시제로잡고접근한다.역설,객관적상관물등시적수사법의잣대이다.진달래꽃에서강력한부정일수록긍정으로들리는시의역설또는아이러니의시적장치가유행가가아닌시적인힘을얻고있다는데동의한다.정지용의「춘설」을읽으며한시인의알려진시에만시선을두어다른작품속에서발견되어지는시인의문학적평가를축소하진않았는지생각해본다.「향수」에만매몰된채.이육사의「광야」를정치적저항시에국한하지않고모든인간의실존으로도파악하고있다.단정이아닌열린구조로시에접근하는것바람직하다아니할수없다.김상용의「남으로창을내겠소」에서너무도유명한화두인’왜사냐건웃지요’를이백의산중문답의둘째구절과상통하다고는하나이어령은말로는표현할수도논증될수도없는삶그자체라며애매성과모순성으로뭉쳐진삶자체의다의성으로옮긴것으로해석한다.

김환기화가가마지막두행을인용한"어디서무엇이되어다시만나랴"는작품은한국미술대상전에서대상을받기도하여더유명해진시,노래로도불리어진준김광섭의「저녁에」의감동이다시읽어도뭉클하다.나의별도먼하늘을밝히고있으리란안위의심정으로다시한번소리내어읊어본다.한용운의「군말」에서읽히는’님’의표상을찾아따라가는것은자주언급했던님의실상에대해천착해본다.심훈의「그날이오면」이란시가옥스포드시학교수바우러의역저[시와정치]에서노벨문학상수상자와당당히어깨를겨루고있다는사실이고무적이다.김광균의「외인촌」에서’분수처럼흩어지는푸른종소리’가모더니즘이론의표본이된것처럼왜우리가지금한국시를다시읽어야하는지밝혀주는본보기로남게될것이라고적고있다.가을이면한번쯤읊게되는릴케의「가을날」의영향을받았다는김현승의「가을의기도」에서골짜기의백합이Lily가잘못오역되었다하고,덧붙이는글에선성경산상수훈에나오는들의백합화도야생아네모네를잘못오역했다고말하고있지만,서양의Lily가중국을거쳐우리나라에들어오면서한자어인백합으로불린부분을간과한듯싶다.1882년한문성경을한글로번역한것이최초이기때문이다.이가을윤동주의「자화상」,김기림의「바다와나비」,오장환의「TheLastTrain」,김동명의「파초」,김동환의「웃은죄」,유치환의「귀고(歸故)」를감상해보자.좋은시는읽을때마다색다른감동을선사한다.

덧붙이기에서원본시와작가소개,주석과인덱스를추가했다.문학을분석하는방법은언어의기호와통사구조,코드등실로다양하다.주술적공간인시의시원으로부터출발하기도한다.다만,우리가중고등학교시절에배운교과서식시읽기가우리뇌리를잠식하고있는것이새로운의미유추의시읽기를막는폐해이기도하다.글서두에언급했듯이어어령식의시읽기또한좀더의미를풍성하게읽는하나의방법일지몰라도또하나의프레임에갇힐우려가있다는점을말하고싶다.시를해석하는기존의키워드가오히려시의해석을축소시키는결과를초래해왔던것처럼.책에서탈자한자를발견했다.98페이지에"모범답안이라고"해야할터인데"모범답안라고"라고하여<이>가빠졌다.기계화된세상을살아가면서한줄시가희망이기도하다.그래서시를쓰는지도모른다.예고도없이반가운시가나를찾아오니어찌아니기쁘며,받아적지아니하겠는가.만물과교감하며살게하신창조주그분의은혜다.

나무들- 헤세의 나무 예찬

나무들저자헤르만헤세지음출판사민음사|2000-04-03출간카테고리시/에세이책소개*헤르만헤세`나무들`,자연통해삶의섭리표현최근한국문학…

헤세의자연예찬은바로전읽었던산문집《정원일의즐거움》에서《나무들》로이어진다.눈이포착한나무,풀한포기도헤세는문학적수사와생명력을부여하는데탁월하다.의인법의귀재다.그가발코니에서바라보는경치가그려진다.생생하게,냄새도맡으며,내가헤세와함께거닐며만나는나무들처럼친근하게다가온다.끊임없이나무에서인생을읽어낸다.삶을성찰한다.나무는인생의축소판이다.그러니나무와인생을동일시하는것어쩌면당연하다.깊은옹이를만들며,뒤틀리며그러나꿋꿋하게자라는나무에게서지나온우리삶의굴곡을본다.헤세와같은작가는어디에있든지주위의경치를누릴줄아는사람이다.나의집이든남의집이든머무는순간만나는자연과합일이된다.

전쟁에반대하다가조국독일에외면당해칩거했던시기에더욱자연에침참해들지않았을까싶다.자연으로의도피만큼안식은없다.언제나그넓은품으로우리를보듬어주고사유의넉넉한공간을마련해주잖은가.글을읽는내내산책길에서내가만나는나무들을떠올렸다.헤세만큼사랑해주었는가.그네들과정신적합일이충일했던가.어느해인가퇴촌에서만난한그루나무를오래기억하고있다.그나무는잎사귀와꽃이연두색으로초봄잎과꽃이피었을때싱그러움은다른나무와는다르게내젊음을상기시키곤하였다.지금사는동네에도남태령을넘어관문을지나들어오는초입에그나무와비슷한나무가있어봄이면일부러찾아나서안부를묻곤한다.

"이나무가고집스레자신의나뭇잎을붙들고놓지않는것을보는것은내게기쁨을주었고종종감탄을금치못하게했다.다른나무들이오래전에나뭇잎을다떨구고벌거벗고있을때나의너도밤나무는그시든이파리의옷을걸치고있다.그들은어린싹들을지켜야하는것이다.매년봄이면,기대했던것보다꼭늦게,어느날문득나무는변해있다.늙은이파리들은어디론가사라지고그대신물이오른여린새싹들이돋아나있곤했다."지저분한모습으로색깔이바랜채가지에걸려있는나뭇잎들이어린싹을지키고있었다니.헤세에게배운다.가을부터늦겨울까지잎을매달고서있는나무에게뒷모습이아름답지못하니미련을놓으라고말하곤했는데그잎들이젠푸대접하지말아야겠다."나는이번에나무가변화하는순간을우연히목격했다.그것은사월중순쯤,비가주위풍경을신선한초록빛으로바꾸어놓은지얼마지나지않은어느날오후의한시간동안이었다.아직올해의첫뻐꾸기소리를듣지못했고들판에서수선화를보지못했다.바람이자고대기는부드럽고따사로운날,불을지피며나뭇가지를분지르고있을때나는그일이일어나는것을보았다.한순간부드러운미풍이단한번의숨을내쉬며낮은소리로불어오자여지껏그리오랫동안떠날날을미루어왔던나뭇잎들은수백수천장이되어날아가버렸다.대여섯달동안저항하며견뎌내던그무엇이단몇분동안아무것도아닌것에,나뭇잎들은웃음지으며의젓하게저항없이저리로흩어지며바스락거렸다.내리는비처럼나뭇잎들은작은나무발치에길과풀들을덮었다.그나무에는몇몇어린싹들이벌써움이터서연둣빛을띠고있었다.이놀랍고도감동적인광경이내게무엇을보여준것일까.그것은홀가분하고기꺼이받아들여진겨울잎들의죽음이었을까?뜬금없이깨어난욕망으로저들의자리를빼앗은어린싹들의저돌적이고분방한청춘에깃들인삶이었을까?그것은슬픔이었나?아니면희망이었나?그것은늙은나에게주는경고였을까?"라고적고있다.

나뭇가지를"분지르고"의미가왜이렇듯새롭게다가오는지,번역이마음에든다.헤세는"유희"라는단어를자주쓰고있다."늙은나"란말에서헤세가나무들과더깊이영혼의대화를나누던때가나이가들어서였다.《정원일의즐거움》도마찬가지다.끊임없이나무가말을걸어오고귀기울여들으며대화를했으니시인의감성은얼마나자주감동했겠는가.그러나헤세가알아듣고적은것또한헤세의주관적인생각일뿐이다.나무의속뜻까진살뜰히알순없었으리.그러함에도헤세의나무에대한생각에동조하게된다."경사가급한테라스에는아름답고키큰종려나무와풍만한동백나무,만병초,목련등이있고,주목,붉은잎의너도밤나무,인도산버드나무,크고늘잎이푸른목련이자란다.내방의전망과테라스,이덤불과나무들은방안에있는물건들보다더가깝게나와내삶의일부분을이룬다.그들은실제로내가늘만나는친구들이며이웃들이다.그들은내친구여서나는아무도모르는그들의비밀을안다.나무들가운데한그루를잃는것은내친구를하나잃는것과같다."식물이나동물이나오래같이하다보면친구그이상의관계가된다.손에익은물건들도그렇다.

"나는날마다숲에서몇시간을보낸다.벌써아네모네와아르니카곁에감야로,은방울꽃,얼룩무늬난초도꽃을피우고있다.나는가끔숲에서그림을그리고,풀숲에누워잠을자든지책을읽는다.이아름다운날들에봄의양식으로출판사들이내게부려놓은책무더기가운데서몇몇금싸라기를골라냈고종종내가좋아하는이책들가운데한권은은방울꽃이나난초나뻐꾸기한테갈때가져간다.그가운데마르셀푸르스트의《꽃피는처녀들의그늘아래서》가있다.시인고리키의아름다운전집에있는몇몇단편들,고리키가가슴아프고애달픈표현들로그려내는잊지못할몇몇이미지들때문에나는그를좋아한다.폴카의짧은산문들,프란스마저렐의그림책,이틀동안오후를오래되고아직은잎이돋지않은마로나에나무풀밭에서《예술에관한예술가들의편지》를읽으면서보냈다.아직프란츠카프카의《성》이남아있다.며칠전예이츠의《디키미셰로제》를이근사한책이다끝나가는것을아쉬워하며읽었다.한스리히트의두권짜리《그리스풍속사》도경탄할만한그림들이있다."헤세가선택한몇권의이다.숲에가서책을읽었다니한가로운정경의독서하는시인의모습이그려진다.무엇엔가심취해있는모습은아름답다.그것이책을읽는모습이라면더욱그렇다.내게도아껴가며읽은책이몇권있다.몇장읽다가눈을감고생각을떠올리고,다시천천이눈이글자를짚어가듯정성스런독법으로읽곤했었다.한가지아쉬운점이있다면긴행들이만연체를이루고있는단락이많은데짧게처리를했다면글의긴장감과더불어내용이명확하게전달될텐데이를놓친점이다.

해세의시몇편소개한다.

꽃핀가지

늘내주며저항하며

꽃핀가지는바람속에서애쓴다

늘상승과침체를

내마음은아이와도같이열망한다

밝고어두운날에서

욕망과체념사이에서

꽃들이지고

그리고열매들이나뭇가지를덮을때까지

내마음이,유년에실증을내고

평화로워질때까지

그리고는인정하기를

환희에차고헛되지않은

그것은삶의불안한유희였음을

만개

꽃을가득이고복숭아나무가서있다.
모든꽃이다열며를맺지는않지만
꽃은장밋빛거품처럼밝게어른거린다
푸르름과흐르는구름사이로,

꽃들처럼생각은하루에
백가지도넘게피어난다-
꽃피게놔둬!그냥그렇게놔둬!
이득을묻지말고!

그것도유희이고순수해야한다
그리고꽃처럼만발하게,
그렇지않으면이세상은우리에게너무작지.
그리고사는데즐거움이없지.

자작나무

한시인의꿈의덩굴도

더곱게가지를치지못하고

더가볍게바람에스러지지못하고

더우아하게푸른하늘로솟지못하리.

부드러이,젊고가냘픈

너는밝고긴

가지를두려움을감추며

생기있게미풍에걸친다.

소리없이흔들리면서

가늘게전율하는너는

내게정겹도록순수한

첫사랑처럼보이려느냐

가을비

오비여,가을비여,

잿빛베일에감긴산이여

지쳐가라앉는잎을단단나무들

김이서린창으로

병든해는이별을겨워하며들여다본다.젖은외투를걸치고떨면서너는밖으로나간다.숲가에서빛바랜잎으로부터두꺼비와도룡뇽이취해서비틀거리며걸어나오고길을따라서냇물은골골거리며흘러내려,인내하는연못들사이무화과나무곁풀밭에머문다골짜기의교회종탑으로부터는주저하듯지친종소리가그가묻은죽은사람을위해뚝뚝듣는다이봐자네,하지만땅에묻은이웃사람이나,여름의환희나,젊은날의축제를오래아쉬워하지말게!모든게경건한추억속에말로그림으로사랑으로보존되고새롭고더고귀한옷을입고돌아오는귀향의축제를언제까지나준비하는것을!지키는것을변하는것을도와주게그러면믿음깊은기쁨의꽃이자네가슴속에피어나리니

늦가을의산책

가을비가회색숲에흩뿌리고,
아침바람에골짜기는추워떨고있다.
밤나무에서밤이툭툭떨어져
입을벌리고촉촉히젖어
갈색을띄고웃는다.
내인생에도가을이찾아와
바람은찢어져나간나뭇잎을딩굴게하고
가지마다흔들어댄다.
열매는어디에있나?
나는사랑을꽃피웠으나그열매는괴로움이었다

나는믿음을꽃피웠으나그열매는미움이었다

바람은나의앙상한가지를쥐어뜯는다
나는바람을비웃고폭풍을견디어본다
나에게있어서열매란무엇인가?
목표란무엇이란말인가
피어나려했었고,그것이나의목표다
그런데나는시들어가고
시드는것이목표이며,그외아무것도아니다
마음에간직하는목표는순간적인것이다
신은내안에살고,내안에서죽고
내가슴속에서괴로워한다

제대로가는길이든헤매는길이든
만발한꽃이든열매이든
모든것은하나이고
모든것은이름에불과하다
아침바람에골짜기가떨고있다
밤나무에서밤이떨어져
힘있게환하게웃는다.나도함께웃는다

"나무들"에나오는나무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