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소나기

소년은강가에나가보았습니다.

장마가지나고어느사이생겼는지

물결이굽이쳐흘러가는

곳에조그마한흙모래톱이생겼습니다.

하늘이강물과짝이되어마주보고

강이하늘인지

하늘이강인지높푸르고깊게만보였습니다.

풀내음을맡으며앉은채로뭔가골똘이

생각하던소년이갑자기무릎을탁치더니

집으로내달리기시작했습니다.

소년은묶여있던자전거를풀어

강가로다시

나왔습니다.소녀를태우고가을강가를

달리고싶었습니다.

잠실나루를지나

다리를몇개더지나고

반포나루에서여의도까지온힘을다해

페달을돌렸습니다.여의도강언덕에서

소녀를만났습니다.

소녀는아무말도없이소년을보고자꾸만웃기만합니다.

모자를거꾸로쓰고반바지에티셔츠를

입고있는소년이개구장이어린아이같아

보였기때문입니다.

둘이탈수있는자전거에

소년이앞에소녀가뒤에타고달렸습니다.

소녀는자전거에

치마가더러워질까봐자꾸만여미어봅니다.

가을바람에치마도하늘로날고싶어지나봅니다.

올라가는옷자락을붙드느라애를써보지만

허사였습니다.

페달은함께돌려야했습니다.

소년이쉬면소녀의페달도돌아가지않았습니다.

메밀꽃밭을지나들국화꽃밭,

코스모스언덕길을지나서강대교아래서

잠시쉬기로했습니다.

지난여름비에어디서밀려왔는지

하얗게떠있는몇개의부포위에작은식물이

위태롭게매달려있습니다.

다시페달을밟으며

행주대교아래자전거전용도로끝에서

되돌아왔습니다.

갑자기바람이불며하늘이깜깜해져옵니다.

먹구름이덮혀

한차례소나기가몰려올것같습니다.

‘후두둑~!’소녀의옷자락에

굵은빗방울이떨어집니다.소년은힘을다해

달립니다.다리아래까지는좀더가야하는데

빗줄기가점점굵어집니다.

다리밑에서비그치기를기다리다

버스우동집에들어갔습니다.

김밥과우동을

맛있게다먹었는데도비는멈추지않습니다.

더욱세찬바람과장대비가내립니다.

소녀는집에갈일이걱정됩니다.

어디서구했는지소년은까만비닐을가져와

소녀에게씌여주었습니다.

장대비를맞으며소녀를데려다줍니다.

옷이비에푹젖고

신발은걸을때마다’푸우푸우!’

비를쏟아냅니다.

비에온몸이젖은소년은잘가라고

자꾸자꾸손을흔듭니다.소년이걱정이된

소녀는밤새기침을하면서도소년이감기

들지않기를기도합니다.그렇게하루가

지나고햇살이방긋웃는다음날

아침이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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