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

가끔거울을유심히본다.내마음의호수를바라보는일이다.얼굴은나의마음구석구석을있는그대로보여주기에가뭄에호수바닥이갈라지듯감성이고갈되지않았나점검할일이다.그리하여비상경보등이깜박인다싶으면눈물샘을자극하는영화를본다든가좋아하는음악을듣고,책을읽으며,조용히호숫가를거니는나만의방법으로감성의호수에물채우는작업을시작한다.

그때마다자주내손에들려있는책이있다.청마유치환시인이이영도여사에게보낸애틋한사랑의편지글인‘사랑했으므로행복하였네라’책제목처럼사랑한다는것은참으로행복한일이다.그촉촉한편지글을읽고있노라면내마음의호수를저어오는종이배하나쯤은띄울수있는얼마간의물이채워진다.사랑의대상은얼마든지자유로울수있다.상대는나를사랑하지않아도된다.행복은내가사랑을시작한시점부터시작이니까.

얼마만인가.이렇듯소녀적감상을되돌아볼수있었던때가.공연티켓을예매하고한달여를기다리던시간들이지루하지않았음은설레임이하루하루를즐겁게보낼수있는버팀목이되어주었기때문이다.

‘동그라미그리려다무심코그린얼굴내마음따라피어나던하얀그때꿈을……’

그대,내꿈속에피어나는그소년의얼굴을아는가.그소년의얼굴이그리운날이면나는노래한다네.수없이불러도들어도또듣고부르고싶은노래가있었다네.

눈을감고듣는다.보이지않던더많은것들이상상의나래를달고찾아온다.세월이아무리흘러도그노래를처음들었고불렀던소녀적감상은사라지지않는다.인생을,자연을,그리움을,고향을,부모님을,우린온몸으로듣고온몸으로울었다.언어에적합한음을찾아내윤기를칠함이이리도아름답게태어남이던가.애잔히적시다가휘돌아들다가가슴저깊은곳을후벼내는곡조있는시의기행.

누가말했던가.사랑하면알게되고알게되면보인다고.나지금사춘기소녀의사랑의열병을앓고있네.그대들의노래가,사랑의현을타고다시내게로오네.사랑은이렇게노래하는거라고온몸으로말해주었네.

해가바뀌어수첩이바뀌어도절대잊지않고기록되는얼굴,아름다운것들,아름다운것들을노래한양희은님만기억했을뿐그아름다운노랫말을누가작사했는지관심을기울이지않았다.방의경님,듣는이를이처럼편안하게해주며편안하게노래하는사람을내일찍이보지못했다.

나는또한마리의하양나비를보았다.일전에밭에서내게날아왔던하양나비.외로웠던것이다.생명이있는모든것들은외로움을안다.한마리외로운하양나비를들었다.그녀는노래속에서방랑하는자유인이었다.하늘을향해속삭이는고운모습까지사랑하지않을수없었던사람.

이성원님의기타와국악을접목시킨음악에한마디로넋을잃었다.입고간모시한복을나풀거리며춤사위로제흥에겨워나볼것을.

김의철님의신들린듯환상의음을튕겨내는모습을어떻게표현해야할까.기타연주에반해지금의남편과결혼한사람이그곳에있었음을꿈에도모르셨겠지.신혼의달콤함이기타선율에실려나의오감,아니육감,칠감을깨우며처음의마음으로돌아가라고처음의마음으로돌아가라고.

문지환님과장경아님의영혼을울리는천상의소리소리소리들…

그대들은영원히지워지지않을나의핑크리스트에올랐으니명심하시라.사랑의잠에빠진나를깨우지말라.내열렬히그대들의노래를사랑할터인즉,그대들을사랑함이나를사랑함이요.그대들의노래를향한나의사랑이내게끊임없이행복을제조해내는행복제조기가될터이니.사랑은무죄이다.나로부터시작된사랑,나에게서완성될사랑은무죄이다.짝사랑은이래서좋은것이다.

호수의강물은늘넘치지않을만큼찰랑찰랑맑고고운소리를내어그소리를듣는이들의마음에서마음으로행복의전염병은돌고돌터이니.

나그대를사랑하였으므로행복하였네라.

(윤연선님의콘서트에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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