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에눈을떴습니다.가뭄끝처마밑에놓여진양푼에떨어지는빗소리처럼반가움이앞섭니다.토독토독떨어지는소리에서도우주의질서와조화를느끼게됩니다.
이새벽에어인새소리일까요?일찍일어났는지밤새잠을이루지못했는지개울건너전나무숲에서자주들려주던귀에익은멧새소리.비오시는새벽미명에들려오는새소리가여러상념을불러옵니다.여럿이지저귀는가운데유난이구별되는저소리.같은소리도아침이나낮,저녁에듣는소리가다르고마음의상태에따라다르게들리듯새벽의고요를가르는새한마리가적적한마음에스며들어뒤척이게됩니다.
며칠침묵속에서내안의나와마주하던시간차마떨쳐내지못하고수묵으로물들이던아릿한편린들을어디론가전송하려는듯애슬피들려오는장단음이베이스로깔리는빗소리와묘한화음을이루고있습니다.
문득,새소리가여느때와는다른것을느낍니다.처량하면서도숨가쁘게울어예는소리가어쩌면어미새의구호요청인지도모른다는생각에머물자불현듯걱정이됩니다.혹어린새끼들이비를맞고있는지,아니면사나운날짐승이새끼들을채가기라도한것인지궁금증이더해만가누워있을수없습니다.겉옷을덧입고후래쉬를찾아대문을나섭니다.전나무가지를이리저리비춰보지만초록잎이울창한우듬지어디메쯤둥지가있는지보이지도않을뿐더러새소리도멈추고말았습니다.평소와는다른소리에나섰는데혼자만의걱정이었을까요.
아직아침을맞기에는시간이이른까닭에거실에앉아책을펴듭니다.청정한기운이흐르는새벽녘에무언지모를먹먹함이가슴을짓눌러옵니다.사노라면누구에게나흐린날,개인날있게마련이고고향이,부모님이그리워여러날마음앓이하는날도있을테지요.
어릴적새벽녘에소변이마려워눈을뜨면어머니는낚시가시는아버지를위해정성껏아침을지어도시락을준비하시고식사하시는동안윗목에서나즉나즉정겹게주고받으시던두분의대화가들려오는듯합니다.아버지는낚시대에그물망태기를돌돌말아어깨에매시고밀물때에맞춰집을나섰다썰물이되면돌아오시곤하셨습니다.잡아온바닷고기들을손질해서토담위에말려두었다불에굽거나호박위에얹어쪄서반찬으로먹었던어머니손맛이그립습니다.
빗소리가불러다주는고향생각,하늘나라로거처를옮기신부모님생각으로새벽이지납니다.유월의숲처럼짙푸른그리움으로강변에자주나앉아무연히강물을바라보는날이많아진요즘,마음을같이하는벗마주하며새벽달그림자드리워진속뜰을살갑게거닐고싶어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