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개 해수욕장에 다녀와서

남편과1박2일휴가를떠났다.
특별히목적지를정해둔곳도없이남쪽으로차를달렸다.
"어디로가실래요?"
"글쎄…"
남편도딱히생각해둔곳이없는것같았다.
"그럼바다구경가요.예서가까운서해안면도쯤으로요."
일전에잠시서해바다를다녀왔지만바다를떠올리면눈망울이동그래지며생기가도는나,고향바다의향수때문이리라.안면도는친구가다녀온후침이마르게자랑을한탓에꼭한번가보고싶은곳이었다.

지도를살피며서녘으로서녘으로내달렸다.가장무덥다는삼복더위8월초순은휴가절정의시기인만큼곳곳에줄이은차량으로체증을빚어내고있었다.충남홍성을거쳐궁리라는동리에서조금지나자서해안A지구방조제라고쓰인바다,바다가보였다.
"야호~바다다!"
나도몰래환호성을지르자남편이놀란다.
"우리여기서좀쉬었다가요."
대답을듣는둥마는둥차를세우고시동을껐다.세차게불어오는해풍에크게심호흡을하고방조제둑에올라서니어촌아낙들이회를먹고가란다.소라회를한접시앞에놓고바다를맞았다.멀리매어놓은고깃배들이물결에출렁거리고노랑,빨강,파랑,하양수놓으며푸른바다위를가르는요트들갈매기끼룩끼룩나를반기고한쌍은파도타기에여념이없다.잠길듯잠길듯잘도재주를넘는다.

멀리수평선너머엔누가살고있을까
먼남녘의한줄기그리움이해풍에실려곁에머물고…

다시차에올라비포장도로를한참달리니삼거리초소에서군인아저씨가씩씩하게걸어오더니면허증을제시하란다.수상한사람은없는데…무전기로주민번호를대니저편에서내이름을부르고됐으니즐거운여행이되란다.죄지은것도없는데괜스레가슴이두근두근.찾아찾아안면도에도착했다.바로오면4시간거리를정체로인해7시간이나걸렸다.국내에서여섯번째큰섬이라해서배를타고가는줄알았는데연륙교(육지와섬을이은다리)로연결되어별로섬같은기분이들지않았다.일단섬의끝마을을다녀오면서쉴곳을찾기로했다.

길은시원스럽게섬중앙을관통하게되었고잘포장되어있었다.길가숲에육지에서는보기드문해송들이한폭의동양화를감상하는것같았고생강과수박이경작물의주류를이루고있는것도인상적이었다."소상"문학의꽃피우자.는현수막이아담한빨간벽돌의담을감싸며바람에휘날리고있었다.이렇듯아름다운곳에서문학을논한다면맑은영혼에서울려나오는가장순수한언어의소리를들을수있으리라.

섬의끝마을영목은조그만포구이었다.배에서물고기를건져올리는남정네의바쁜손길에서튀는고기만큼이나생동감이충만해보였다.되돌아오는길,야트막한민둥산위에잔솔다섯그루는유치원꼬마의그림을보는것같았고유난히인상적인해수욕장이름들백사장,방포,꽃지,바람아래,밧개등등..참으로경치만큼이나아름다운이름들이었다.인파가그리많지않다는곳을찾아간곳이밧개.논가운데싱그런잎사귀를스치며조금가니해수욕장전경이눈앞에펼쳐졌다.

시간은오후7시20분.어느바다에서나낙조의아름다움을완상할수있지만서해바다낙조는어디에비할수없는다른감동이있다는이야길들었는데이를어쩌나서녘하늘에먹구름이해를가리고있으니…기대만큼실망은되었지만그래도바다는무척이나나를유혹했다.머물곳을정하지도않고차를바닷가에세워샌들을꺼내신고백사장으로내달렸다.파도가몰고온바닷물을요리조리피하며파도와함께들락날락거렸다.부드럽고가는모래가너무좋아샌들을벗어들고해변가를한없이뛰어다녔다.

…이해수욕장은군에서개발한곳이아니고조용한곳을찾는사람의발길이이어지면서자연발생적으로형성된곳이고얼마되지않아시설이미비하며오늘은밀물썰물의간조가가장큰날이니백사장에차를두지말라…
는동네이장님의말씀이확성기를통해서들려오고있었다.

밤엔바다가보이는야외테이블에서식사를했다.싱싱한대합구이의맛은일품이었고하늘을올려다보니눈썹달이수줍은듯발그레떠오르고있었다.저녁바다와달빛몹시도아름다웠다.바다는쏴아쏴아나를부르고파도는더가까이오라며손짓하고.물이빠지자여기저기플래시불빛들모래밭에서무얼열심히찾는것일까?물가에서나오는길에보폭을세어보았더니350보나되었다.간조가가장큰날이라서인가보다.

밧개민박에서하룻밤을보내고아침바다가보고싶어일찍바닷가에나갔다.멀리가까이봉우리섬들이보이고밤사이나들이다녀온바닷물이다시외출을서두르고있었다.아기소라들이원을그리며숨바꼭질하고파도에밀려온게한마리파도보고함께가자는데파도는왜빨리오지않느냐하고.조개껍질두어개주워나오는발길..
발자국…

"바다야?내년에다시만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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