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스무날전부터엄마는동네사람들과
모내기품앗이를해오셨습니다.
오늘우리논의모를심기위해한사람한사람
인원수를늘려가신것입니다.
아침일찍부터분주합니다.
뒤란에있는지게며못줄을
내놓고어제읍네오일장에서사온생선과
집에서기르는닭도한마리잡고
철따라준비해둔밑반찬도꺼내양념하시며
고종사촌언니와음식준비를하십니다.
저도정개(부엌의고향사투리)를들락거리며
잔심부름을거들지요.
모내기때먹는모밥과추수때이웃집에서
먹던밥이가장맛있습니다.
오전내장만한음식을광주리에담아머리에입니다.
나는재빨리엄마머리위에
또아리를올려드립니다.
무거운짐이나물동이를이실때면
꼭머리위에수건을돌돌말아얹은후물건을얹습니다.
그게재미있어보여소꿉장난할때흉내도내보았지요.
막걸리주전자를들고어머니뒤를따라갑니다.
검둥이도쫄랑쫄랑내뒤를따라옵니다.
오전에는윗들논에서모내기를합니다.
논가운데길을따라한참을가다보니
우리논에모심는모습이보이기시작합니다.
논둑에음식을내려놓고잠시구경을합니다.
이쪽저쪽논둑에계신분중먼저끝나는쪽에서
어~~~하고소리를하시면못줄이한칸뒤로이동합니다.
못줄에끼워진빨간색실에맞추어모를심으면
정확하게간격이똑같습니다.
"저도한번해볼께요"했더니강암양반이건네줍니다.
쉬울것같던못줄떼기가생각처럼잘되지않습니다.
질척한흙에깊숙히꽂는것과빼는것이무척힘이들어
딱한번밖에해보지못했습니다.
이다음어른이되어힘이세지면잘할수있겠지요.
논둑에동그랗게모여두레밥을먹습니다.
옆집양정댁은큰대접에밥을넣고여러가지반찬을넣어
비벼맛있게드시는데
내가먹는밥의다섯배는되어보입니다.
월평양반은밥보다술을더좋아하셔서
막걸리두대접을먼저드시고밥을잡수시는데
언뜻보니다리께에거머리가붙어있습니다.
"아저씨거머리붙었어요."하자
드시던젓가락반대편으로쓱쓱문질러버립니다.
거머리가떨어져나간곳에서검붉은피가
주르르흘러내립니다.
나는자꾸만걱정이되는데아저씬아무렇지도않는
표정입니다.
어른이되면아저씨처럼겁도없어지나봅니다.
아무도없는논에는바람에잔물결이반짝입니다.
이미모내기를끝낸곳에는연두빛잎새가
살랑살랑춤을춥니다.
키작은풀꽃들이옹기종기모인곳에
나비가모여듭니다.
시계풀꽃을따서꽃반지와꽃목걸이를만들어
검둥이에게도걸어주며
초여름한낮을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