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동산나뭇가지에서매미가요란스럽게울어댈때면태양은온
동네를뜨겁게달구기시작합니다.앞산,뒷산과마을초입우리
밭에는온통초록물이들어손을내밀면금방이라도초록빛으로
물이들것만같습니다.호미를들고나서는어머니뒤를따라밭
앙증맞게귀여운초록주머니같은고추가줄줄이달려제각기
뽐내고있습니다.콩밭의콩도여물어가고서숙(조)도위잎사
이로열매가살며시고개를들기시작합니다.고구마도집을자
꾸만넓혀가구요.서너두렁반듯하게골라놓은흙은생명의
잉태를꿈꾸는씨앗을품을날만기다립니다.김장배추,무우
씨를기다리는것입니다.
콩밭을매시는어머니의베적삼이땀에배어축축하게젖어옵니다.
덥습니다.이럴땐실바람이라도살짝불어오면반가울텐데요.어
머니는목에두르신수건으로연신땀을닦습니다.고구마밭에앉
은나도가슴에땀이주르르흘러내림을느낌으로알수있습니다.
고구마두렁은기차보다더깁니다.끝이보이지않으니까요.이제
어머니를따라집으로향합니다.농사일이란하루에다끝낼수가
없습니다.내일도모레도계속해야합니다.
마을에는우물이두개있습니다.물은옛부터신성하게여겨왔나
봅니다.어쩔수없이장례행렬이우물앞을지나게될때면커다
란뚜껑으로우물을덮습니다.그냥두면물이뒤집힌다나요.아무
리생각해도알수없는불가사의한일일뿐입니다.나는밭에들
고갔던주전자에두레박으로물을퍼서담습니다.차가운물이담
긴주전자표면에물방울이송송맺혀떨어집니다.종아리를살짝
살짝스칠때면어찌나시원하던지요.
사립문을들어서니토방아래바둑이도더위에지쳤나봅니다.주
인을보고도어슬렁어슬렁잠시꼬리를치다이내제자리로가눕
고맙니다.닭들도탱자나무아래서꾸벅꾸벅졸고돼지도낮잠을
쿨쿨잡니다.요술나라의공주가요술을부려놓은듯모든게정지
된시간입니다.
어머니는상추를씻으시고나는봉숭아,백일홍,채송아,맨드라미
가예쁘게커가는화단옆장독대에서된장을퍼옵니다.어머니께
듣던대로노란된장을한숫갈퍼낸후꾹꾹눌러덮습니다.알맞
게익은열무김치와상추,여린고추는여름내내가즐겨먹던반찬
입니다.보리밥에물을말아고추를된장에콕찍어먹으면어찌그
리시원하던지요.졸음이쏟아져옵니다.마루에누우니뒤란대숲
에서댓잎이서걱이는소리가들립니다.곧,바람.바람이불어올
것입니다.그바람에잠이나청해야할까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