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산책길에
동그란원을그리며걷는
돌다리위에서
호수를만납니다.
호숫가에첫발을들여놓으면
호수는비릿한언어로말을걸어옵니다.
비릿한냄새는
호수의품안에
생명이자라고있다는증거입니다.
호수의품은넓고넓습니다.
밤마다
산그림자를
메타쉐콰이아나무를
가로등불빛을안아주고
간간이지나는코끼리기차
호수위를지나다정지되어
찬바람을맞고있는리프트
파닥거리며잠투정하는물고기
가을앓이중인내마음까지도
꼬옥안고
자장가를불러주기도합니다.
호수의자장가소리에
살포시귀를연
달님이호수위에내려와
가만이은종을흔들자
은종안에서통.통.통.튀어나온음표들이
초롱한별이되어반짝입니다.
달빛을품어초롱별을탄생시킨
물위에
매일저녁조금씩잘라
호수에띄운
내그리움의여린싹들이
동동동떠다닙니다.
이가을
홀로호숫가에나앉아
무연히
잔물결바라보는날많아져
이슬처럼맑은그리움이
눈가에맺혀
똑똑지는날많아져
그리운이의이름이
마음결따라움직이며
낮게일렁이는날
제슬픔에겨워푸른멍을안은
하늘한자락
빈마음자리에펼쳐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