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말리기

고추를수확하기시작하면서

어머니의소일거리가생겼다.

뜰에고추를널어놓으면뒤적거리기도하시고

하늘이흐리면

비가오려는지바라보기도하시며

나무아래의자에앉아계신다.

햇빛아래오래있다보니

어머니의얼굴과내얼굴이까매졌다.

고추를다말리고나면분명깜순이가되렷다.

화원에서조차이름을모른다는

미니화분의앙증맞은화초잎을만지작거리고있으니

에미야~하시며지팡이로땅을치는소리가들린다.

“네에,어머니갑니다.”

급히뜰에나가보니

생쥐한마리가벌써세번째

고추를물고어디론가간다는말씀이시다.

어머니옆에앉아가만히보니

조그만생쥐녀석이다시나타나

고추하나를물고쏜살같이돌틈사이로사라진다.

심심해서장난하고싶은가봐요.

매워서먹지는못할거고요.

내버려두세요어머니.

오랜만에눈을반짝이며고추를물고가는

생쥐녀석이왠지밉지가않다.

같이놀자할걸그랬나~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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