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시집
雲丁최연숙
한라애완토끼
22,900원
몸통이희고눈주위와
눈동자가검은
토끼한마리
톱밥위를
사뿐사뿐걷는다
한라토끼야
지금쯤
네고향여리목에선
친구들
눈쌓인1,100고지쯤
올라와
까만눈동자반짝이며
너를기다리고있겠다
나는
시집한권을다읽고
기다리지않아도
누군가올것만같아
거리로나섰다
…
(시집"기억의울타리엔경계가없다…중에서)
‘한라토끼’는
더이상제주도한라산에서자생하는토끼가아니다
이제는한마리당’22.900’원에거래되는판매용토끼일뿐이다.
‘몸통이희고눈주위와눈동자가검은토끼’이며
풀밭과산길을뛰어다는토끼가아니라
톱밥위를사뿐사뿐걷는애완토끼일따름이다.
사람들이애완을목적으로동물들을매매하는동안
지금쯤고향여리목에선
친구들이눈쌓인1,100고지에서
기다리고있겠다는생각에다다른다.
동물들이자연에서공생공존하며살지못하고
둥지를떠나속박된공간에서
사육당해야하는비감을드러내고자한다.
아름다운은빛달(Vagaluna,cheinargenti)
C.바르톨리,R.스웬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