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몸을조금씩들여놓았다.
그하늘로새털구름,양떼구름이지나기도한다.
간호를하다가잠시시간이나면책을읽는다.
대학에서삼십년동안영문학을가르치시고요즘은시집
번역작업에몰두하시고계신자주뵙는노교수님의
시인이시고장로님이신그분의성품처럼점잖고고상하고깊이있는
문체가작품의문학성을도드라져보이게한다.문학을모르고
단지돈벌이만을위한사람들의번역과는전혀차원이
다른수준높은번역서이다.
짜투리시간에독서에몰입할수있어참다행이다.
눈이피로해어머님이주무시는것을확인하고복도로나왔다.
어젯밤내린비에나뭇잎이유난이싱싱하게반짝거린다.
병원은잘조경된넓은공원을끼고있어쾌적하다.
느릿한풍경이지나는공원의오후,
잘가꾸어진나무아래에는산책하는사람들,
자전거타는사람들,햇빛에얼굴그을릴까봐수건으로가리고
골프연습을하는아줌마들의움직이는모습이보인다.
파라솔을쓴두여인이한가로이구름다리를건넌다.
그림틀에넣으면근사한마네의작품한점이되겠다.
눈주위를지긋이눌러본다.
오월의하늘이흔들리다다시환하게열린다.
하루에도수많은사람들이병실에문병을온다.
가족이친척,친구가빨리건강을되찾아퇴원하길바라는소망을안고서.
몸이자연치유작용을못하면의학의힘이라도빌려건강을찾아야하지만
환자들을보며약이몸속에선어떤화학반응을일으킬까
병실에서는시간이빨리가주어야한다.
시어머님께서대퇴부골절상을입으셔서
오늘은한병실에계시던김할머니가퇴원하셨다.
바느질솜씨가좋으셔서딸넷에아들둘옷을손수
만들어입혀키우셨다는김할머니는동네사람들수의도많이
만들어주셨다한다.좋은일이라서삵도안받고해주셨단다.
김씨할머니는반쯤구부린자세로병원에오셨다가
척추수술십오일만에반듯한자세로퇴원하셨다.
빈자리가나자곧바로척추수술을한아줌마가들어왔다.
두번째로퇴원할사람은누구일까요?
침대에누워있는환자들을번갈아바라보고있노라니
말처럼일도잘하는수다쟁이김간병인이수현이엄마를꼽는다.
그다음세번째가우리어머님일거라했다.
처음엔미혼인줄알았던다섯살아들과돌잡이꼬마가있는
수현이엄마는입원하자바로수술을했다.거실에서넘어져
발목과발골절상을입어깁스를한지열흘쯤되었다.
유난히수술공포증이심해울면서수술실에들어가병실사람들을
안타깝게했던성이도가인젊고예쁜아줌마는척추대수술을
마친지사흘째이다.남편과딸의극진한간호를받으며아직가스를
배출하지못해식사를못하고있어안타깝다.
식사시간이되면제일먼저상을펴는강씨아줌마는
수술도중간혹발생하는세균이침입했다는것이다.아직도열이
오르고수술자국이덧난것처럼붉으레부어있어안타깝다.
오른쪽문옆의노씨아줌마는두무릎수술이어느정도회복되자
고장난척추를다시수술하시고삼일을끙끙앓으시더니아직도
죽을드신다.오늘은많이회복돼카랑카랑한목소리를들을수있어
얼마나반가웠는지모두박수를치며축하해드렸다.
잠시눈붙이고누워있으면간호사들분주하게오가는발자국소리,
문병온사람들의대화가귀에들어온다.
병실사람들을놀라게했다.
다시나타나치료를받고계신다.
어제는피를세번이나빼앗기는수모를당하셨다.
떨어지면바로하다보니그렇단다.하긴코에걸면코걸이귀에걸면
귀걸이라고체계가어떻게되는지야전문가가아닌내가알수없지만
조금더환자를배려해서하는것이좋겠다는생각이들었다.
채혈을할때마다고통스러워하는어머님,몸에서피를생산하는시간적
여유도없이자꾸빼앗기게되니속상하고주사바늘을찌를때마다
입술을깨물며참으시는모습을뵙기가안타까워손을
십오일째병실로출근하다보니여러가지로어려움이많다.
간병인을쓰자하면어머님도서운해하실것같고융통성이없는남편역시
내가하기싫어그런다고생각할것같아말도꺼내지못했다.
남편과나는몸살이나도쉴수가없었다.
나름대로바쁜것은이해못할바아니지만형제분들이
그래,내가할일이라고만생각하자.
아침이면집을대충정리한후병원으로향하며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