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다니면서부터온몸에생기가돌며건강이좋아졌다.오늘도언니와청계산에올랐다.늘6단지에서시작하던것을오늘은대공원어린이수영장입구쪽으로올라가는길을택했다.어떤사람이알려준그길은다름아닌지우과연두빛봄숲의숨막히던황홀감에푹빠져들었던길이었다.한적한길을걸으며그때우리가나누었던이야기와시낭송이떠올랐다.그때의추억을담은동영상이실수로지워진것이아직도서운했던지라한참을우리가지났던길을바라보았다.
추억은아름다운것,우리의얼굴까지연두색깔로물들여버리던햇잎들의축제였던그숲엔가을이와있었다.숲은가을이라고말하지않는다.다만,제각기색깔로말할뿐이다.어느땐말보다는침묵으로보여주는색깔이더욱아름답기도하다.만약나무들이입을열어큰소리로말을한다면숲의고요는사라지고말것이다.숲처럼가끔은침묵으로말보다더많은의미를전달하고싶다.숲에들면층층나무잎사이를지나는바람소리,다람쥐지나는소리,산새들노래소리에귀멀어멀고도깊은사색의강을유영하게된다.표현의자유는사람에게만있는것이아니다.숲속나무들도자신을자유롭게표현할줄안다.사람보다더고운빛으로절대방종하지않는겸손한자세로자유를채색한다.
가을숲엔단단히여문열매도풍성하다.열매를떨구는나무들을보면부끄러워진다.알밤을주우며상수리,도토리를주우며나는이가을무슨열매를맺었던가나무들을볼면목이없어진다.한해동안열심히물올리기를하며바람과햇빛을온몸으로받으며나무는그렇게열매를익혀온것이다.똑같은햇빛과바람을맞으며그보다더많은영양분을섭취하였을내가맺은열매는너무적어보이지않는다.수런수런가을잎들이바람의깃을만지작거리며가을로망스를연주한다.아주고요히나즈막히울려퍼지는산소같은노래를폐부가득들여마신다.산은언제나그넓은품으로우리를품에안고다독여주고나무들은정다운친구처럼내밀한말을걸어온다.
산처럼듬직하여모두를포용하고숲처럼상쾌하여민트향처럼향기롭고잎처럼아름다운빛을내는사람이되고싶다.가을숲에서면마음의키가자꾸만나무를닮아간다.나무처럼시류에초월하여한갖진오솔길을거니는나그네의마음잡이가되고싶다.해해년년알토란같은열매를모두에게선물하고싶다.무엇보다하늘에게배운나무의사랑을배워사랑하며살고싶다.내게주어진소중한날들을향기나는사랑의빛깔로물들이고싶다.삶의마지막날나무의사랑을배워행복하였노라는고백을또박또박손글씨로남기고싶다.